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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 코로나19로 남극해 고립된 알바트로스 호 탈출기
김태훈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월
평점 :
여행 책은 많이 읽어봤지만, 남극 여행 책은 처음 이었다. 그리고 코로나 19로 대한민국으로 탈출하기 까지의 이야기 까지 다루었다고 하니 뭔가 더 새로울 것 같았고, 남극에 대한 신비로운 이미지와 이야기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했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로 표지를 만든 거라서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남극을 직접 탐험하러 가는 느낌의 앞 표지와 광할한 바다에서 힘차게 정진하는 배의 모습이 보이는 뒷표지가 보였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뒷 표지를 다시 보니 바다에 떠 있는 배가 고립되어 있는 느낌이 들어서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느낌이 달라서 신기했다.
큰 결심을 하고 아내와 세계 여행을 떠나게 된 작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우주의 별을 읽으며 지구를 여행하고자 하는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마음이 느껴졌다.
책의 구성은
1장 남극의 신비로운 모습과 처음 알게된 정보와 섀클턴 탐험대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했고,
2장의 고립되지 않기 위해 대한민국까지 오는 과정이 너무 긴박해서, 같이 응원하면서 읽었다.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어서 그런지 1장보다 훨씬 더 빨리 읽은 느낌이 들 정도로 공감하면서 읽었다.
지구 최남단의 도시, 우수아이아
다섯개의 큰 바다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북극해, 남극해와 아시아, 유럽,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의 여섯 대륙. 5대양 6대주 그리고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공동의 땅으로 관리되는 곳. 일곱번째 대륙 남극이 있다.
전설적인 남극 탐험가 섀클턴 탐험대의 항로를 따라 여행하고 22일 후 아르헨티나의 도시 푸에르토 마드린으로 귀항 예정인 일정으로 알바트로스 탐험호는 출발했다. 내가 생각하는 남극은 정말 새하얀 빙하로 바다에 거대하게 떠있는 섬 같은 존재였는데, 거대하고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광활한 바다에 하얗고 푸르스름한 빙하가 떠 있는 게 생각했던 남극의 모습과 비슷하게 보여서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
지구에서 가장 험한 파도를 건너 멀미로 고생하며 292명의 사람들은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
남극을 탐험하는 탐험팀과 배를 운행하는 항해 팀, 음식과 숙소를 담당하는 호텔팀까지 체계적으로 나누어진 팀이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남극을 여행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남극 항해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조디악이 커티스베이 근처를 출발하자 마자 앞 바다에서 남극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안타깝게 사진은 없지만 빙하사이로 커다란 혹등고래 두마리가 헤엄쳐 다니며 물줄기를 힘차게 뿜어 내고 있었고, 잘게 부숴진 빙하 조각 위에는 턱끈 펭귄이 영화 포스터 장면처럼 우뚝 서 있었다.
그리고 꽤나 큰 레오파드 물범이 빙하 위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너무 귀엽고 온순해보이지만 사람이나 펭귄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고 하니 다시 보게 되었다. 광활한 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사는 남극 동물 친구들을 나도 언젠가 눈 앞에서 생생하게 만나보고 싶었다.
배 안에는 있는 여행가 사진가, 과학자, 탐험가 등 여러 승객들끼리 사진 콘테스트를 열어 풍경 부분에서 작가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저녁 태양이 낮은 각도로 산과 유빙을 역광으로 비출 때 찍은 사진인데 그림을 그려놓은 것처럼 멋있었다.
작가가 소개해준 남극의 세 남자, 탐험가들을 소개해주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110년 전 인류 최초로 남극점을 정복하려고 떠났던 아문센과 스콧. 목숨을 건 레이스를 했지만 아문센은 성공하고 스콧은 실패하고 끝내 귀환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다른 선택을 하게 된 섀클턴은 성공보다 위대한 실패를 선택하게 된다.
그들은 도착하기 전에 식량이 바닥 났고, 배는 빙하 조각에 밀쳐져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섀클턴은 몇몇의 대원들을 엘리펀트 섬에 놔두고 극적으로 소수의 인원들과 이동하여 아무런 장비 없이 거의 맨몸으로 이동하여 끝내 구조선을 타고 다시 돌아가 1명의 희생자도 없이 모든 대원들을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105P. 스콧은 과학적 방법이 뛰어나고, 아문센은 속도와 효율성에 출중하다. 그러나 만약 재난이 들이닥쳐 모든 희망이 사라진다면, 섀클턴을 보내달라고 기도하라."
남극을 최대한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많은 규정에 따라서 조디악 고무보트를 타고 야외 랜딩을 할 수 있다.
여러 섬을 랜딩하면서 만난 동물들이 많았는데 다큐멘터리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생각나는 생생한 장면들이 책에 담겨 있어서 눈이 즐거웠다. 펭귄이나 바다표범들과 직접 교류도 할 수 있었고 그 동물들이 사람들을 겁내지 않아서 신기했다.
특히 사우스 조지아에 가서 만난 동물들과 자연의 풍경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상황인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무엇보다 오염되지 않아서 동물들이 더 자유로워보였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던 동물들을 직접 눈 앞에서 보는 경험은 어떨까? 너무 값지고 소중한 경험일 것 같다.
사우스조지아의 또 다른 곳인 골든하버에 도착하면 해변에 누워있는 바다표범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 중에 조심해야 하는 건 어린 물개들이었다. 그 물개들이 사람을 물 수도 있다고 하여, 양손을 높이 들어 몸집을 커보이게 하며 대치해야 한다고 하니 귀여우면서도 조금 겁나는 상황이었다. 저렇게 귀여운 물개가 사람을 물다니...
남방코끼리 물범들과 물개 떼를 지나자 수만 마리의 킹 펭귄 서식지가 나왔고, 남극에서 일어나는 눈으로 보고 느끼고 몸으로 체감하는 일들이 전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
151p. 남극반도를 떠나며 이번 남극 여행에서 앞으로 이보다 더 놀라운 곳들이 있을까 싶었는데, 상상하지 못했던 다른 방식의 놀라움이었다. 예측은 상상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법. 예측할 수 없다고 섣불리 단정짓지 말아야지. 'Never say never'라고 하지 않았던가.
남극14일차 사우스조이아에서의 마지막 날.
야생동물의 천국, 솔즈페리 평원에서 셀 수 조차 없는 수많은 펭귄들이 물 위에서 땅 위에서 물 속에서 열심히 뛰놀고 있었다.
161P. 하늘 위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남극 극장에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의 화면 속에 내가 있는 듯했다. 태어나서 그토록 수많은 야생동물들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일도 없었고, 비슷한 경험조차 없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로 인해 알바트로스호는 급하게 돌아가야 했다.
나는 코로나19가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해보면 사스나 메르스처럼 몇 달 조심하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과 해외에 없었기 때문에 고립이 어떤건지 체감할 수 없었다.
책에 나온 고립에 대한 생생한 일지와 상황들이 너무 안타깝고 극적이어서 책을 읽는 내내 긴장하면서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되었다.
입항은 모두 거절 당하고, 티켓은 여행가이드로 일하는 승객이 알아봐준다고 하여 작가 부부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표를 알아보지 않았다. 하루가 지날 수록 입항은 거절하는 나라는 많아졌고, 여행가이드가 알아봐주는 티켓은 터무니 없는 가격과 길게 돌아가는 루트 뿐이었다.
나중에는 잠깐의 시간을 주고 개인적으로 티켓을 구하면 우루과이에서 하선할 수 있다는 방송이 나온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점점 고립될까봐 , 개인적으로 티켓을 구하고 배에서 내리는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인터넷도 잘 안 되는 배 안에서, 부부는 급하게 표를 계속 알아보게 되었고 한국에서 알아봐주는 표들이 예약하면 몇시간 뒤에 취소 되고 비행기가 아예 안 뜨는 상황도 발생하고 수십번의 비행기 예약과 취소의 상황이 반복되었다. 표를 다 예매하고 몇 번의 환승 부분의 내역을 우루과이 직원의 스케줄 발음을 캔슬로 알아듣는 실수로, 배에서 내리기 직전에 부부는 끝내 배에 갇히게 되었다.
그리고 배의 스탭들은 승객들이 다 하선하지도 못하는데 자신들이 먼저 탈출을 한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다른 배에서는 코로나 환자가 폭증하거나 기침 환자들이 점점 많아졌고, 승객들 중 다른 배로 옮겨탄 곳에서 사망자들이 나오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생사가 오가는 그런 상황 속에서 터무니 없는 직원의 실수가 원망스러웠고, 먼저 탈출하려는 스탭들의 책임감 없어 보이는 행동이 더 힘들게 느껴졌을 것 같았다.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아프리카 대륙에서 정착하여 식량도 없이 언제 구출 될 지 모르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고립 18일차 몇 번의 비행기 예약과 취소를 계속 반복한 끝에 승객 비행기는 아니지만 화물 운반 하는 비행기의 운행 사항을 알아봐준 친구 덕분에, 우루과이 영사관님에게 부탁하여 비행기 좌석을 어렵게 만들어서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배에는 여러 세계 나라 사람들이 타고 있었고 한국인은 부부 2명 뿐이었지만 매일 찾아와 안부를 물어봐주는 건 대한민국 영사관 뿐이었다.
24시간 밤낮 없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고 구출에 힘써주시는 모습이 너무 인류애가 전해지면서 동시에 짠하게 느껴졌다.
한국 글자가 쓰여져 있는 과자가 이렇게 반가운 일 인가, 구하기도 힘든 한국 과자들을 챙겨주는 소소한 정이 깊게 느껴지는 순간이었고 부부가 긴박한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을 것 같았다.
마지막에는 짐을 한국으로 못 들고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 노트북이나 카메라 같은 고가의 장비들과 10년간 세계여행하며 모은 물건들 중에 고르는 상황까지 왔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정말 고르기 힘든 최대의 난제일 것 같다.
배에서 호텔 직원들이 불러주는 이별 노래를 들으며 부부들은 배에서 탈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까지 비행기 입국에서 문제들이 있었지만 우루과이 영사님의 도움으로 출발할 수 있었고, 짐들도 다행히 영사님이 맡겨두었다가 잘 전달 받을 수 있었다.
남극 탐험한지 34일만에 무사히 인천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계속 고난과 역경이 반복되어서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고립 일지였다.
배에서 땅까지 발을 내딛는 순간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싶었고, 코로나19가 정말 무섭기도 한 일화였다.
남극이 궁금하다면,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볼 법한 동물들을 마음껏 보며 대리만족할 수도 있고
코로나19로 힘겹게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탈출하는 긴박한 이야기까지!
단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남극여행 에세이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책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