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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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4 이기호.

소설 창작 수업 두 번째 강의까지 들었다. 다음 수업 전까지는 과제를 해 가야 한다.
A4 3매 이내 분량 지키라는데 나는 마무리도 짓지 못했는데 벌써 8000자를 넘어가고...이번에도 줄이는 게 일이겠다. 
지난 수업에 선생님이 언급하신 소설 중 정이현의 삼풍백화점은 엄마가 사둔 현대문학상 수상집이 있어서 읽었다. 이기호 수인은 전자도서관에 딱 있어서 빌려읽었다. 오예.

이기호는 몇 년 전에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를 재미있게 봤다. 이번 책은 그의 두 번째 소설책인데 아주 재미있었다. 지금은 더 잘 쓰지만 15년 전 그 때도 참 잘 썼다. 2004-2006 3년 사이 이렇게 톡톡 튀는 걸 펑펑 써 내면 지금쯤이면 이만큼 쓰는구나. 리스펙트.


-나쁜 소설
 김영하 소싯적 소설 중에 비상구가 괜시리 떠올랐다. 구성은 완전 다른데 마무리 무렵 여관에서 불러준 언니 나올 때 좀 옛스럽고 선정적이라 그런가. 소리내어 읽어라, 하면서 소설 속 화자가 되었다가,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누군가 읽어줄 사람 없이 혼자 도서관에서 눈으로 읽었구나, 하고 빠져나오는 게 재미있었다. 들락날락.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흙
 아이티에서 진흙쿠키를 구워먹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고아가 되고 몇 개월을 지하 벙커에 숨어 흙파먹는 사람이 된 탄생 비화도, 눈이 먼 명희와 땅 속에서 흙을 먹으며 사랑하는 이야기도, 지금 우리에게 흙볶음 레시피를 전수해주는 이야기도 마냥 슬프기만 했다.
-원주통신
 작가가 원주 출신이라 그런가 원주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친구가 토지문화관 오래 있으면서 원주 이야기 많이 해줘서 괜히 친숙하다. 정작 원주 놀러 갔을 땐 아무것도 없는 심심한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박경리와 술파는 토지 주점과 어릴 적 살던 동네 이야기가 작위적인 듯 옛스러운 듯 그래도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당신이 잠든 밤에
 이거 왜 뭔지 생각 안 나지. 맞다. 김봄 소설 마지막 해설에서 모라토리엄 십대라는 말로 소설 속 젊은이들 칭하는데 여기는 모라토리엄 이십대?쯤 나온다. 방범대 처마에서 비를 그으며 자해공갈로 돈을 벌려는 절벽 끝 젊은이들. 친구 걸 빨아주고 자기 다리를 벽돌로 짓이기고 첫 장면에서 놓친 쪽파 때문에 마지막 장면에서 우유팩을 쳐 맞고. 아 불쌍한 애들 좀 안 쓰면 안 되나요...너무나 슬픈 것...이놈의 답도 없는 가난…
-국기게양대 로망스
 당신이 잠든 밤에2가 부재인데, 이건 그래도 사랑할 대상이나마 거기 우뚝 서 있으니, 그리고 세 개의 나란히 선 국기게양대에 나란히 매달린 이웃이라도 있으니 덜 쓸쓸했다. 친구가 학교도 안 들어간 어린 시절 정글짐인지 철봉인지 기어오르며 희열을 느끼고 내려다본 곳에 있던 여자아이에게 사랑을 느낀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그 이야기가 괜시리 떠올랐다. 정글짐인지 철봉인지를 사랑한 걸까 정말 여자아이를 사랑한걸까 갑자기 궁금했다. 
-수인
 핵전쟁으로 망한 한반도에서 소설가라는 자기 존재 증명하기. 곡괭이를 쥐고 ‘나는 소설가다’하고 외칠 것 같은 비장함. 그래도 술 사다준 비서 뚝배기 왜 깸...광화문 교보문고 가보고 싶다. 한 번 가 봤나? 안 가 본 것 같다.
-할머니, 이젠 걱정마세요
 할머니와 손자인 나의 이야기가 겹치는 이야기가 좋았다. 맺힌 마음. 뿌리친 손에 대한 회한. 아고 슬퍼라.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결국 쳐맞든 뭘하든 집에 틀어박힐 이유가 있어야 글도 쓰고 그게 소설이 되든가 말든가 하는 것인가. 트라우마가 생길 만큼 집단 폭행 당하고 다닌 화자도 참 가엾다. 소설이니까 우스개 같이 재미있게 썼지 실제로 폭력이라는 게 저렇게 웃어넘길 거리가 아니지. 쳐맞았어도 소설이 되었으니 괜찮아 하는 자조 자기 위로 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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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20년 - 엄마의 세계가 클수록 아이의 세상이 커진다
오소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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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9 오소희.

십 년 전에 오소희의 여행책 두 권을 처음 읽었다. 정신과 의사가 권해서였다. 그때는 아이도 없었고, 해외 여행 한 번 다녀오지 않았고, 제3세계의 어려움에도 관심은 있지만 그게 인생화두가 될 정도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시큰둥하게 읽었다. 이런 삶도 있구나, 하고 그 자유가 부러우면서도 어딘가 배가 아픈 느낌. 나는 그렇게나 부족한 사람이(었)다.
아이가 여섯 살이 되고 라오스 여행기를 봤는데, 너무 감상적이라 별로라고 적어놨다. 그래도 가끔은 믿고 싶은 말을 해준다고도 써 놨다. 
이번에는 여행기가 아닌, 육아서? 제목만 보면 그런 책 같았다. 저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세 권 만큼은 아니까 짐작은 갔다. 
기혼, 특히 아이가 있는 여성에 대한 페미니즘 입문서이자, 삶에 대한 조언(그러니까 자기계발서에 가깝지만 시중의 쓰레기더미에 비하면 훨씬 간명하고 시원하다), 자녀 양육과 교육의 철학을 담은 책이었다. 한 번쯤 읽을 만했다.
다만 내가 이미 하고 있는 게 많아서 크게 새로운 건 없었다. 이미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지지. 너 혼자가 아니야 그러니 외로울 필요 없이 계속 하던대로 해, 정도의 위로가 되었다. 그런 것들이 줄줄 나와서 좋았다. 
아이가 20살이 되기까지 한 아이는 십 년, 또 한 아이는 십칠 년 정도 남았다. 나는 늘 내가 없어도 알아서 살 수 있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아이들이 자라길 바란다. 창의력을 펼치고 유머도 잊지 않으면 좋겠다. 그런 걸 위해 내가 자라온대로, 겪어온대로 아이들에게 자리를 깔아주면 나름 좋아한다. 그렇지만 생활습관에 있어서는 나도 모르게 권위주의적인 독재자 부모가 튀어나온다. 나무라고, 잔소리하고, 비난하고. 자유와 방치의 경계도 약간 모호하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아 마냥 책을 읽는다. 아이들은 이제 저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책을 들춰보거나, 텔레비전을 볼 뿐 내게 달려들지 않는다. 대신 아빠가 집에 있을 땐 아빠 아빠 아빠 하면서 마구 매달리고 놀아달라 조르지. 내가 편하자고 너무 애착을 형성하지 않은 건가 싶기도. 최소한의 애착. 그래도 나 어릴 때 엄마는 안아주거나 뽀뽀하거나 하지 않았지. 나는 가끔가끔 한다. 간질러주고 웃기는 말을 하고 놀려준다. 총량보다는 질로 승부하기로. 나쁜 엄마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면 큰 아이는 세상에 나쁜 엄마가 얼마나 많은데 그 스펙트럼 중에는 좋은 엄마 쪽에 더 가깝다고 위로하듯 말한다. 
그래서 스스로도 기대치를 낮추고 아주 나쁜 엄마는 되지 않기로, 최고의 좋은 엄마가 되려고 애쓰지는 않기로 한다. 그냥 나는 나대로 살고, 아이들도 자기대로 살 수 있게 어린 동안 돕는 정도로 만족한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도 요약하자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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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라이프 2021-03-25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출판사 북라이프 입니다.<참을 수 없는>님 ‘엄마의 20년‘ 도서 리뷰를 보고 오소희 작가님 신간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출간 소식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도서소개 일부입니다.

˝떠남이 제한된 시기, 모두가 집에 머물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떠나지 않고도 행복해지는 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답답한 일상을 환기해줄 특별한 장소를 찾아 떠나던 과거의 방식 대신, 지금 머무는 자리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에게 ‘자기만의 세계를 가꾸는 이들의 멘토’ 오소희 작가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오소희 작가님 신간에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인간의 흑역사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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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9 톰 필립스.

부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제목만 보고 굉장히 진지한 책일 줄 알았다. 진지한 책이었다. 블랙코미디와 자학개그가 난무하는 시니컬한. 그런데 난 이런 책 왜 좋아할까.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인류 조상 화석으로 알려진 루시 이야기로 시작한다. 과학자들 분석에 따르면 루시는 아마도 나무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져 죽었다. 알려진 것 중 가장 오래된 인간의 실수이다.

이 책은 오랜 역사를 뒤져 인간이 저지른 다양한 분야에서의 삽질을 나열한다. 사실 여기 나온 것 중 새로운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아는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묶어서 이렇게 인간이 어리석습니다...하는 근거로 삼으니 나름 읽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나의 멍청함이 반복되는 것을 자책하고 괴로워하는데, 이 책 보는 동안 아주 잠깐 나만 바보가 아니잖아 하고 위로가 될랑말랑하다가 말았다. 흑역사의 대열에 가담하는 게 즐거울리 없잖아. 나도 별 수 없는 인간, 특별할 것도 더 나을 것도 없는 인간, 이라는 걸 인정하면 삶이 쉬워질란가 덜 괴로울란가 모르겠지만 유쾌하지는 않다.

모르겠다. 작가가 말미에 어쩜, 앞으로도 바보짓을 반복하리라는 보장이 없잖아? 하고 여지를 준 것처럼 낙관하고 싶지만. 유구한 바보짓의 역사를 보면 그렇게 밝은 미래를 그리기란 쉽지 않다.

이탈리아 정부가 하도 많이 바뀐다고 괄호치고 니가 책 읽는 시점에 확인해 봐, 하는 부분 웃겼는데, 책에 소개한 사이트
How Many Governments Has Italy Had?
http://howmanygovernmentshasitalyhad.com 에 실제로 66번으로 갱신되어 있다. 이 사이트 저자가 만든 거다...밑에 책 광고 봐...원제: 휴먼, 어 브리프 히스토리 오브 하우 위 뻑크드 잇 올 업. 아 난 역시 영어 원제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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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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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6 김금희.

체스의 모든 것,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순으로 차근차근 읽고 나니 요즘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김금희가 되었다.

예전에 가장 좋아하던 작가인 김애란의 산문집을 보고는 완전 정나미가 떨어져서 망설였는데 그래도 읽고 싶어 샀다. 받은 지 삼 일 만에 다 읽었다.

여전히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작가.

소설을 읽으며 아이 참 내가 나중에 쓰고 싶은 걸 이렇게 먼저 잘 써 버렸어, 했는데. 어디까지가 겪은 일이고 어디서부터 만든 이야기일까 궁금했는데 산문집이 약간은 답을 해 주었다. 읽다 보면 이거 어디서 읽었던 건데, 하다가 아 그 소설, 나 알아! 이러고 신나할 수 있었다.

이웃들이 리뷰했던 매기스플랜,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삶을 그린 조용한 열정, 윤희에게, 사랑의 블랙홀, 인터스텔라 등 영화에 관한 글이 몇 편 있는데 무지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었다. 언젠가는.

제발트 소설에 대한 찬양도, 읽기만 해도 소설 엄청 어려울 것 같은데 읽어보고 싶어졌다.

김금희는 제일 잘쓰고 앞으로는 더더더 잘 쓸 것 같아. 소설집이든 장편소설이든 새로 나올 책들이 마구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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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영 ZERO 零 소설, 향
김사과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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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8 김사과.

두 번째 보는 김사과 소설.
재미있었다. 주인공이 나쁜 놈이나 미친놈으로보이긴 하는데 정말 그런지 아닌지 헷갈리는 나는 이상할까.
자기애 연극성 성격 장애 그런 건 장애로 진단 안 받아도 누군가는 약간은 가지고 있는 거니까.
남의 불행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런데 그런 적이 없다고 단언할 자신이 없다면.
내가 더이상 솔직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면. 나도 거짓말을 한다 아니 거짓말을 많이 한다 아니 대부분이 거짓이다 라고 한다면.
그냥 아무것도 없다 빵 하고 끝나기엔 조금 부족하다. 그거도 뭔가 있긴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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