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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20년 - 엄마의 세계가 클수록 아이의 세상이 커진다
오소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2월
평점 :
-20200429 오소희.
십 년 전에 오소희의 여행책 두 권을 처음 읽었다. 정신과 의사가 권해서였다. 그때는 아이도 없었고, 해외 여행 한 번 다녀오지 않았고, 제3세계의 어려움에도 관심은 있지만 그게 인생화두가 될 정도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시큰둥하게 읽었다. 이런 삶도 있구나, 하고 그 자유가 부러우면서도 어딘가 배가 아픈 느낌. 나는 그렇게나 부족한 사람이(었)다.
아이가 여섯 살이 되고 라오스 여행기를 봤는데, 너무 감상적이라 별로라고 적어놨다. 그래도 가끔은 믿고 싶은 말을 해준다고도 써 놨다.
이번에는 여행기가 아닌, 육아서? 제목만 보면 그런 책 같았다. 저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세 권 만큼은 아니까 짐작은 갔다.
기혼, 특히 아이가 있는 여성에 대한 페미니즘 입문서이자, 삶에 대한 조언(그러니까 자기계발서에 가깝지만 시중의 쓰레기더미에 비하면 훨씬 간명하고 시원하다), 자녀 양육과 교육의 철학을 담은 책이었다. 한 번쯤 읽을 만했다.
다만 내가 이미 하고 있는 게 많아서 크게 새로운 건 없었다. 이미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지지. 너 혼자가 아니야 그러니 외로울 필요 없이 계속 하던대로 해, 정도의 위로가 되었다. 그런 것들이 줄줄 나와서 좋았다.
아이가 20살이 되기까지 한 아이는 십 년, 또 한 아이는 십칠 년 정도 남았다. 나는 늘 내가 없어도 알아서 살 수 있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아이들이 자라길 바란다. 창의력을 펼치고 유머도 잊지 않으면 좋겠다. 그런 걸 위해 내가 자라온대로, 겪어온대로 아이들에게 자리를 깔아주면 나름 좋아한다. 그렇지만 생활습관에 있어서는 나도 모르게 권위주의적인 독재자 부모가 튀어나온다. 나무라고, 잔소리하고, 비난하고. 자유와 방치의 경계도 약간 모호하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아 마냥 책을 읽는다. 아이들은 이제 저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책을 들춰보거나, 텔레비전을 볼 뿐 내게 달려들지 않는다. 대신 아빠가 집에 있을 땐 아빠 아빠 아빠 하면서 마구 매달리고 놀아달라 조르지. 내가 편하자고 너무 애착을 형성하지 않은 건가 싶기도. 최소한의 애착. 그래도 나 어릴 때 엄마는 안아주거나 뽀뽀하거나 하지 않았지. 나는 가끔가끔 한다. 간질러주고 웃기는 말을 하고 놀려준다. 총량보다는 질로 승부하기로. 나쁜 엄마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면 큰 아이는 세상에 나쁜 엄마가 얼마나 많은데 그 스펙트럼 중에는 좋은 엄마 쪽에 더 가깝다고 위로하듯 말한다.
그래서 스스로도 기대치를 낮추고 아주 나쁜 엄마는 되지 않기로, 최고의 좋은 엄마가 되려고 애쓰지는 않기로 한다. 그냥 나는 나대로 살고, 아이들도 자기대로 살 수 있게 어린 동안 돕는 정도로 만족한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도 요약하자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