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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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4 마이클 부스

제목이랑 북유럽에 대한 책이라는 정보만 접했다. 컵에 물이 절반 있다면- 나같은 놈들은 당연히 이 책 제목을 보고 ‘완벽하지 않다는 소리네. 뭐라고 깔까’ 기대했을 것이다. 남들도 그랬을까? 휘게 욜로 북유럽 갬성의 완벽한 멋쟁이들 이야기겠지? 하고 읽은 사람들은 무례하고 까불어대는 영국인 기자의 이상한 영국식 농담에 짜증났을 것도 같다. 나도 처음엔 짜증났다. 덴마크 살면서 온갖 좋은 이웃 동네 다 둘러보는 주제에 뭘 그리 빈정대는거야 배부른 놈이… 그래도 읽다보니 정도 들고 북유럽 국가들의 차이점과 디테일을 막연하게나마 느끼게 해줘서 다 읽을 쯤엔 작가와 헤어지는게 아쉬웠다. 후속작으로 한중일 둘러보고 비슷한 빈정거림으로 한 편 써주면 좋겠는데 그랬다간 상하이 어느 으슥한 구석에서 칼침 맞을테니 안 하겠지?

1.덴마크
-읽기 전 내가 알던 덴마크: 덴마크 우유(상표만 그렇고 국내산 원유 쓴 유제품 파는 브랜드. 티라미수 요구르트 솔직히 충격이었어..), 베이컨, 안데르센. 끝.
-읽은 후: 저자의 장모님의 나라라 이 책에서 대미를 장식한 스웨덴과 함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휘게, 얀펜의 법칙, 단체로 부르는 민요, 긴 휴가, 잠시 진지하게 아!내가 찾던 북유럽 천국은 스웨덴이 아니라 덴마크였나? 싶었지만 책을 읽을수록 차례로 아니네 내 천국은 핀란드네-아니네 노르웨이네-아니네 그냥 스웨덴이네-아니 어디에도 천국은 없다 그냥 한국에서 잘 버티자로 수렴되었다.
덴마크가 원래부터 지금처럼 작았던 게 아니라 이 나라 저나라에 영토 삥 뜯긴 걸 처음 알았다. 레고랜드에서도(아니 여기서 훨씬 더)레고는 비싸다는 것도...
북유럽 애들 다 그놈이 그놈 비슷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지들끼리 사이 안 좋고 헐뜯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들 간 차이는 책을 읽을 수록 조금씩 보였다.

2.핀란드
-읽기 전: 휘바휘바 자작나무 자일리톨, 핀란드의 교육은 말이죠…(자세한 건 모름. 엄친아 자랑은 귓등으로 듣기 마련…쳇), 악스트 3,4월호 읽으며 알게 된 사우나대회(와 사망 사건)
-읽은 후: 왠지 우중충하고 시골스러운 과묵한 나라가 왜 이리 좋으냐. 고스족 패션의 과묵한 청소년이 되어 헬싱키 뒷골목을 헤매고 싶다.
러시아와 씩씩하게 싸우고 버텨낸 우직함이 느껴진다.
학교 간 교육 격차 매우 낮음(우리도 이렇게 되려면 사립학교 다 국가가 사버리고 강남애들은 강북으로 강북애들은 강남으로 강제 배정해서 스까 놔야 될거야…), 석사 필수 우수한 교사진(끝내 논문 못 쓴 나새끼 반성), ‘민중의 촛불’이라니! 교사에 대한 신뢰와 지원은 부럽고도 아름답다.
아 산타 원조가 핀란드구나.(왜 몰랐지…) 여름에 산타 마을 가면 어떤 기분일까 저자와 저자의 자녀는 안다.

3.아이슬란드
-읽기 전: 에이야피야로쿨?화산? 지열발전, 온천, 경제폭망
-읽은 후: 북유럽인데 여기도 해당되나 했는데 노르웨이계가 세운 나라라 한다. 비슷한 바이킹 후예라도 빚잔치하고 배째라 하며 경제 폭망을 할 수 있다는, 북유럽의 흑화 버전을 이 나라에서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아이슬란드 사람들 이 책 제일 싫어할 것 같음)
얼음과 용암과 반지의 제왕 중간계 같은 자연환경은 가보고 싶고 궁금하기는 하다. (경제위기 여파로 환율 이 유리했다던데 지금은 회복 다 되서 다시 비쌀 듯...은 문제가 아니고 난 참 제주도 갈 돈도 없는게 문제)

4.노르웨이
-읽기 전: 조선 강국(지인 아들이 조선 전공하고 노르웨이 살러간 자랑 잔뜩 듣고 조금 부럽던…), 이명박 존경한다는 브레이비크라는 미친 살인마놈의 사악한 미소, 그놈이 갇힌 최고급 감옥, 연어! 엄청 큰 고등어!
-읽은 후: 신재생에너지 어쩌구해도 아직은 석유, 천연가스가 짱, 중동보다 자원 보유량이 더 많은 줄 이제 앎(교과서 자원 정보 리뉴얼이 너무 늦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다 대박났는데 아직도 석유만 나오면 OPEC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남미 타령..)
다문화사회에 대한 고민이 노르웨이와 덴마크, 스웨덴에서도 큰 화두 같다. 중국인 이슬람 혐오 댓글이 포털 기사 밑에 깔린거 보면 짜증났는데 이 동네는 아예 제대로 정치세력화 되는 듯… 정작 사고는 그런 극우차별주의자 백인들이 크게 치는데…
다문화 걱정하는 나라들이 대개 부자에 잘나가는 곳인거보면 우리나라도 인싸인 건가 약간 착각하게 되었다.
노르웨이 가서 바나나 껍질까고 생선 내장빼면 나도 먹고 살 걱정은 없을까 살짝 팔랑대는 마음도 들었다. 그치만 난 머리 까맣고 눈찢어지고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아시아인이니 가면 아랍인보다 더 무시당하겠지...나쁜 쉐끼덜…

5.스웨덴
-읽기 전: 요나스요나손의 소설들, 스티그라르손과 다비드 아저씨의 밀레니엄 시리즈(리스베트!!미카엘!!), 누미 라파스 처음엔 못생긴 거 같았는데 정들었어, 이케아 DIY 책꽂이는 다시는 사지 않겠다...등등 비교적 호감도 높고 인지도도 높은 동시에 복지국가의 문제와 한계 또한 생각해 보게 만든 나라였다.
-읽은 후: 이 책은 이 장을 위해 쓴 게 아닌가 싶게 스웨덴을 까려고 애쓰는 척하나 사실은 부러워 뒤지겠다 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수전 손택이 스웨덴 까는 글 인용한게 진짜 웃겼다. 까는 사람이 너무 치졸한 느낌 들 수 밖에 없는 투덜거림 같아서. (거의 완벽한-이란 수식어와 주변 국의 샘내는 게 오히려 더 부각되는 듯)
엘레베이터 다른 사람이랑 같이 타느니 계단으로 가고 만다-하는 건 내 얘기인 줄 알았다. 나 스웨데시? 거기 가면 내친구들 만나는 거야? 근데 어깨빵은 아주 싫어하는데. 감당 안 될 듯.
이 책의 백미는 저자놈이 실험이랍시고 온갖 비매너로 스웨덴 사람들 괴롭히는 부분이다. 빨간 불에 길 건너는 건 약과고, 박물관에서 쩝쩝대며 과자랑 콜라먹고, 젤리 먹는 아줌마 앞에서 먹고 싶어요 하듯 얼굴 찌푸리고-옆에서 봤으면 진짜 때려줬을 것 같다. 더 충격적인 건 스웨덴 사람들 중에 그런 상황에서 얘를 때려준 사람이 아무도 없다. 보살의 나라인가...내가 가서 진상 피워도 받아줄까...
완벽한 인간적인 삶을 보장받는 듯 하나 실은 그로 인해 국가의 통제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건 리스베트와 고자된 100세 할아버지 입을 빌어 많이 듣던 소리였다. 그럼에도 진정 자율성을 얻기 위해 가족이나 타인 아닌 국가에 기댄다는 주장은 자꾸 팔랑거리고 기꺼이 소득 절반을 바치고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 아시아인인 나는 받아들여지더라도 말뫼 슬럼가에서 쥐꼬리같은 사회보장과 감시를 동시에 받으며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클거야...안 가 퉤퉤

-에필로그에서 북유럽의 행복 공통 요건으로 삶의 자율성을 꼽았다. 아무리 까댄 들 지상천국에 그나마 가까운 곳이 이곳이고 자본으로 인한 문제의 열쇠도 이곳에 있다고 했다. 99프로 분량으로 빈정대놓고 사실 니들이 짱 부러워서 그랬어 하는게 참 나같아서 짜증났다. 하하.
발붙인 현실에 불만족하며 아 어디로 떠날 수 없을까-가끔 그랬다.
그런데 이 책 끄트머리쯤 읽다보니 내가 사는 곳이 사회 경제 역사 자연환경 자원 주변국 역학 따지면 절대 얘들 나라처럼은 못 되겠지만
그래도 그에 비스무레하게 될 방법은 어딘가 있지 않을까, 거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뭔가도 있지 않을까, 아주 막연하게 생각이 드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것만으로도 책을 읽은 큰 소득 같다. 잘 나가는 인싸 나라들 보다보니 역설적으로 별로 안 좋아하던(아싸인) 나 자신과 내 나라를 좋아할 구실을 찾았달까.

<밑줄 긋기>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
“사고방식과 정체성을 형성하던 시기라 핀란드 학교는 선구자가 되어 횃불을 들고 나라를 비출 교사들을 채용했고, 그런 의미에서 교사들은 그 이후로 줄곧 그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스케이닌 교수가 말했다. 초기 핀란드 교육의 본질은 생존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목공부터 바느질까지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 교사들은 ‘민중의 촛불’로 불리며 핀란드가 자립으로 가는 길을 밝게 비추는 역할을 했다.

  교사는 여전히 매력적인 직업이다. 핀란드 대학 졸업생의 4분의 1 이상이 교사를 희망 직업 1순위로 꼽는다. 교직 훈련 지원자가 반문맹자인 경우가 없지 않은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핀란드에서는 가장 똑똑한 학생들이 교사에 지원한다.

1970년 이후 내내 모든 핀란드 교사는 정부가 지원하는 석사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모든 핀란드 교사는 연구 기반의 교육을 받습니다. 교수법뿐 아니라 교직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법도 같이 배웁니다.” 스케이닌 교수가 말했다.

  교사들이 핀란드 역사에서 했던 역사적으로 중요한 영웅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의 교육 제도는 교사들에게 석사과정을 의무화하기 전까지는 영국만큼이나 열악했다. 석사과정 의무화는 확실히 핀란드 교육이 성공한 결정적 요소였다.

-평등의 시작은 교육
핀란드인의 학업 성취도가 그렇게 높은 또 한 가지, 실제로 꽤 중요한 이유가 있다. 또다시 등장하는 단어, 평등이다. 핀란드에서 교육 제도는 공교육, 사교육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핀란드에는 사립학교가 없다. 적어도 세계 다른 나라의 사립학교 같은 것은 없다. 또 모든 학교 교육은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한다. 즉 핀란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평등은 칠판 앞에서 시작된다는 것.

-겸손이 지나치네. 
몇 년 전 한 설문조사에서 자신을 설명하는 형용사 여덟 개를 선택하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핀란드인은 다음 단어를 골랐다. 정직한, 느린, 믿을 수 있는, 충실한, 직설적인, 내성적인, 시간을 잘 지키는. 자신감 넘치고 공격적인 나라를 설명하는 단어들은 아니지 않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망상에서 벗어나는 순간 순수함은 끝난다.” ― 존 디디온, 『자존심에 대하여On Self-Respect』 중에서

아무런 위협을 받지 않는 졸음, 평화, 안정감, 고요의 느낌도 당연히 북유럽 사람들이 누리는 안전감과 삶의 질, 더 나아가 행복의 핵심이다. 하지만 안전, 기능, 합의, 중용, 사회적 결속이 삶의 전부는 아니며, 단지 수많은 욕구의 토대일 뿐이다. 스칸디나비아가 사람들이 그 피라미드 모양의 땅에서 찾고 싶어하는 몇 가지—가령 더 남쪽 나라에서 찾는 열정과 재치, 화려함과 삶의 환희—가 약간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내가 처음은 아닐 것이다.

-라곰. 북극곰. 
스웨덴인이 서로 ‘유능하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을 때는 ‘라곰lagom’한 인상을 주려고 애쓸 것이다. ‘라곰’은 스웨덴의 또 다른 중요한 좌우명이다. ‘적당한’ ‘합당한’ ‘타당한’ ‘상식적으로 행동하는’ ‘합리적인’이라는 의미다. 확실히 루터교 교리를 떠올리게 하며, ‘라곰’의 어원은 훨씬 더 오래전인 바이킹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해지는 말로는 모닥불 주변에서 뾰족한 잔에 벌꿀술을 나눠 마실 때 이 조심성 많고 배려심 깊은 바이킹들은 너무 많이 마시지 않으려고 주의하면서 잔을 옆 사람에게 건넸다고 한다(그런 뒤 나가서 수도승의 목을 잡아 찢었다). 라게트 옴laget om은 대강 번역하자면 ‘돌리다pass around’라는 뜻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라곰’으로 변했다고 한다. 오늘날에 와서는 집단의 자발적인 절제를 의미하게 됐다.

-참고 서적(내가 깐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는 변명 같다)
내 지침이 그렇게 종합적이지 않다 싶으면(맞는 말이지만, 다 쓰려면 진짜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스웨덴인의 머릿속 차가운 심해를 항해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자료로 오케 다운의 책 『스웨덴식 사고방식』을 참조하라. 스톡홀름에 있는 북유럽 박물관의 전 관장이자 스톡홀름대학교 민족학과 전 학과장이었던 오케 다운은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북유럽 민족학자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그는 스웨덴다움의 ‘권위자’로 불리며 그의 책은 성격 분석의 걸작이다. 그토록 완벽한 글, 아니 한 나라를 그렇게 잔인하게 꼬챙이에 꿰는 모습은 처음 봤다.

다운은 스웨덴인을 불안감으로 고통받는 짝 없는 외기러기 민족이며, 다른 사람들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느니 차라리 계단을 택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스웨덴인의 더 재미있는 버릇들로는 시골 가기, 얇은 비스킷 먹기, 소리 낮춰 말하기, 논란이 될 만한 대화 주제 피하기 등이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스웨덴 문화가 ‘질서 정연함’을 정말 중요시한다는 사실입니다.” 다운은 시간 엄수와 철두철미한 준비성은 스웨덴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징에 들어간다고 덧붙인다. 음, ‘섹시해’.

-미친놈아
나는 벤치에서 구미베어 젤리를 먹고 있는 여성에게 슬그머니 다가갔다. 나에게 하나 주리라 기대하며 젤리 봉지를 쳐다봤다. 나의 강렬한 시선을 눈치 챈 여자는 어색하게 엉덩이를 옆으로 움직였지만 계속 젤리를 먹었다. 계속 쳐다봤다. 아무 반응도 없었다. 마침내 여자가 올려다봤다. 나는 젤리를 하나 먹고 싶은 욕구를 전달하고자 얼굴을 찌푸렸지만 분명 크게 놀란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걸어가버렸다. 이것 참!

-엘레베이터를 혼자 타고 싶은 내 상상 속 친구들
스웨덴에서는 자급자족과 자율성이 제일 중요하며, 감정이든 호의든 현금이든 모든 종류의 빚은 어떤 수를 쓰든 피해야 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심지어 술 한잔도 빚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행복하려면
진정하고 지속적인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삶의 주인이 되고, 자기 의지로 되고 싶은 사람이 되며, 그렇지 않다면 적절하게 경로를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북유럽 국가는 미국이나 영국에서보다 계층 이동성이 훨씬 더 크며, 이 지역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주의와 국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되고 싶은 사람이 되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유가 훨씬 더 많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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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6-24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너무 큰 기대하고 봐서 그런가 재미없더라구요.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라고 쓴 사람 진짜 미쳤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음......

아니, 이게 미친듯이 웃기다고 이 미친놈아? 이러는 게 아니라, 웃다가 미칠 뻔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구요....

혹시 그분이 이 댓글 보실까봐(작은 마음).

반유행열반인 2019-06-25 05:05   좋아요 1 | URL
저는 전자책을 빌려 봐서 부제 미친 듯이 웃긴 어쩌구를 다 읽고 나서 확인했어요. 어째 평이 짜다? 했는데 부제가 과대광고를 해 놔서 많은 분의 분노와 실망을 불러일으킨 듯ㅋㅋ여기서도 원효대사 해골물이네요. 저도 미친 듯이 웃기진 않고 피식 실소한 정도? 웃다가 미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출판사 분들이 욕심히 과했네...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손보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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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9 손보미

세 번째 읽은 손보미. 그러니까 여태 낸 책 다 봤다.
책 제목에 고양이 넣는 건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첫 소설과 끝 소설에 고양이가 나온다. 나는 고양이고 개고 애완 반려 문화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 면역력이 있어 다행인걸까. 아니지 나 같은 사람은 괜히 반감을 가질지도. 반칙! 이번에는 소설집 제목과 동명의 소설은 없다.
손보미 월드에는 한강변에 거대한 대관람차가 유유히 빛나며 돌고 있다. 희생자들을 추모 또는 기억하기 위한. 길광용 감독이 만든 영화는 두 책을 넘나들며 유명하다. 소설책 페이지에 푹 뚫어둔 구멍으로 왔다갔다 하는 웜홀 만든 것처럼 그 평행한 우주들을 관통하고 공유하는 조각들을 줍는 재미가 있다. 전작 소설집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렇다. 사실 두 책 간에 오 년의 간극이 있는데 이번 책에 실린 소설들은 제법 오래된 글들이다. 소설을 쓰기 힘든 날을 보낸 것 같다. 그래서 많이 울었나 보다. 온도도 색깔도 딱 손보미네, 하는 건 있지만 너무 그대로라 아쉬움도 크다. 그런데 세게 뭐라 그러면 또 막 울 것 같아 뭐라 못하겠다.

무단 침입한 고양이들-알라딘 17주년 기념 책에서 읽었던 짧은 글인데 이거 읽고 아 왜 점점 못 쓰지 했었다. 함축하고 압축하는 게 너무 밀도가 세고 짧으면 잘 안 와 닿는 것 같다. 내가 고양이 안 좋아하는 것도 한 몫. 그래도 다른 소설들은 이거 보단 좋아서 다행이었다.

대관람차-소설은 따지고 보면 그럴 듯한 거짓말이고 세상에 없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이름을 붙여 그래? 하고 귀기울이게 만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 같다. 손보미 소설 보면 늘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 깜찍한 뻥쟁이. 대관람차 스케일 봐봐ㅎㅎ 아시안파크에서 대관람차 타고 꼭대기 올라갈 때 진짜 무서워 죽을 뻔했다. 다시는 안 탈 거야.
오래된 호텔이 불타고 그 자리에 대관람차가 세워지도록 P는 여배우를 대신해 연설문과 칼럼을 쓴다. 아들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고 말하기엔 소설 안을 꽉 메울 많은 일이 벌어진다.

산책-아버지가 밤중에 부재중인 걸 알고 아버지의 도시로 달려가는 딸은 사실 화자인 남편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담요를 받은 어린 부부 같은 커플이 아버지 입을 빌어 또다시 나왔다. 맨날 놀이터만 전전하고. 그래도 늘 같이 있으니 좋겠다.

임시교사-우리 엄마도 오랫동안 베이비시터를 했다. 이야기 속 부부와 봐주던 아기의 가정과 있었던 상황이 매우 흡사해 깜짝 놀랐다. 소설보다 훨씬 뒤의 영화지만 기생충도 생각났다. 시간을 왔다갔다 하며 각자의 회상 속에 그 시절을 떠올린다. 돌봄이라는 일. 그것을 맡은 타인. 지나고나면 아무 것도 아닌 사이. 대관람차가 보이는 그 집 거실의 뷰. 영국제 찻잔. 책장의 책. 보이지 않게 그어진 선.

고귀한 혈통-아버지와 닮아버린 아들 패리스. 홀로 오래 살아남은 어머니 이사벨라. 랄프 로렌처럼 또 깜찍한 거짓말에 동원된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 출신과 핏줄에 집착하는 헛됨.

죽은 사람(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도 생각나고. 처음부터 화자가 어떤 상황인지 너무 예측가능했다. 그래도 소설 끝에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보게 되었다. 케이가 죽지 않았다면, 하고 그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은 애틋했다. 무용했던 그녀의 탄탄한 이미지가 그려지는 느낌. 무용 참 좋아하는구만.

상자 사나이-이건 너무 하루키. 종수도 생각난다. 실패한 대학원생. 나 결혼해, 하는 옛 연인. 같이 있기 위해 아무말잔치 하다 생겨난 상자 사나이. 빨간 페도라 우체부는 귀엽다.

몬순-모순. 이랑 말장난 하다 지은 제목 아닐까. 계절풍. 여기도 무용. 신혼여행의 어두운 예감을 부정하다 울기. 주인공한테 너무 가혹하다. 자기만 고통을 안다고 징징댔다고 그러기야. 따지고 보면 불행할수도 있겠네 뭐.

고양이의 보은-여기는 또 린디합. 또 빨간 페도라 배달부. 딸래미가 한 때 너무 좋아해서 수십번은 봤을 지브리의 망한 애니메이션과 오버랩(대놓고 애꾸눈 고양이라니 너무한 거 아냐). 거기에 너의 이름은! 하고 또 오버랩 될 것 같은. 다른 세계의 다른 내가 나타나 내 눈물도 반쯤 거둬가고 쓸 거리도 주고 가고 축복해 주고 가면 좋겠다, 하고 엉엉 울다 생각난 이야기 같다.
현실은. 날 구할 사람은 나밖에 없는 걸. 어쨌든 고양이는 반칙이다.

울음은 멈추고 좀 더 잘 쓰게 되면 좋겠다. 울어야만 쓰는 사람도 있어서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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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3 - 일본 개항 본격 한중일 세계사 3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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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8 굽시니스트
이번 권 보니까 굽시가 중국 아편전쟁 태평천국 그리면서 일본 얘기 얼른 그리고 싶어 얼마나 애가 탔을까 싶었다ㅋㅋ
이번 권은 드립도 호흡도 적당하니 읽기 편했다. 백페이지 늘어난 분량에도 불구하고 1,2권보다 재미있었다. (인터넷 드립 잘 모르는 육십대 할머니도 재밌다고 보고 아홉살 초딩도 페리 제독 페리카나 페리오 드립에 하하호호 우리집에 흐르는 밈 무엇;;)
그만큼 일본 내정의 혼란 막부간 갈등 개항 무렵 천황의 위상(뭣도 아님..)잘 그려준 것 같다. 계속 보면 어떻게 일본이 흑화해서 중국이고 우리고 동남아시아고 태평양이고 손을 뻗게 됐는지 그 과정도 살필 수 있을 것 같고(아직은 아니다 이 속도 전개면 십 몇 권 가야 할 듯..)
세포이 항쟁 촉발한 총기 문제니 이이 조진 리볼버니 이리 상세히 총기 구조 그리고 설명하는 것 볼 기회도 없었는데...밀덕들의 갈증도 채워주는 배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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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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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8 임홍택
82년생 저자가 신입사원교육을 하며 관심을 갖게된 90년대생들에 대한 책을 썼다. 별 걸 다 부러워하는 나는 일단 부러웠다. 내가 이십 대 일때 80년대생이 온다, 하고 우리 세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썰을 풀어준 책이 있었나? 없잖아. 90년대생 니들은 좋겠다. 
1부는 90년대생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 2부는 기업에 고용된 90년대생 사원에 대한 이해 돕기, 3부는 소비자로서의 90년대생에 대한 분석이다. 1,2부는 나름 상세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에 즐겁게 읽었다. 다양한 90년대생들과의 인터뷰를 사례로 해서 신뢰감이 상승했다. 다만 3부는 조금 딴 소리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90년대생이 바꾼 소비 지평이라고는 하지만 개별 사례와 큰 주제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호갱님되기 싫어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진데. 게다가 다이슨이나 현대차 사례는 주소비계층 생각하면 아직 20대의 소비와 먼 이야기다. 용산전자상가부분도 마찬가지. 
유머, 참여, 완전무결한 정직 추구? 등 90년대생이 바라는 가치를 나름대로 분석하고 강조한 점은 주목할 만 했다. 물론 모두 납득이 된 건 아니지만 묘하게 설득력 있는 부분도 많았다. 일단 최신 사례가 막 나오니 내가 아는 얘기가 많이 나오면 신나잖아. 그런 의미에서 더 미뤄두고 천천히 봤으면 음, 추억, 이러고 시의성이 휘발됐을 수도 있겠다. (슬프게도 책의 유효기간이 길지 않다는 것.)
무엇보다도 뭔가에 대한 애정, 관심, 이야기 들어주기, 끈기 있게 관찰하기, 그런 것이 아니었다면 이런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꼰대와 뉴 제너레이션의 중간에서 나름 중재자를 자처하며 고군분투해서 이 책을 남기고, 그래서 으르신?들이 이 책을 읽고 젊은이들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거기에 더해 자신까지 돌아보면 엄청난 성과지만 그럴 가능성은…) 긍정적인 부분을 찾고 이해하게 만들려한 시도는 평화상 같은 걸 주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슈퍼밴드 열심히 보는데 거기 나온 실용음악 하는 친구들 대다수가 90년대생이다. 꽤 나이 들어보이던 친구가 자기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아빠, 젊을 때 유행한 노래 뭐 있어? 브라운 아이즈? 뭐? 현진영이 누구야?” 그래서 깜짝 놀랐다. 아, 이젠 저런 데 내 자식 뻘?까진 아니라도 사촌동생이나 조카뻘이 나오네. 번화가를 가도 약간은 서글프다. 우스개소리로 말한다. “봐봐. 이런 데 나오면 다들 우리 보다 어려. 길 가는 사람이 다 어려.”
우리 시대는 끝났어. 젊음이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니란 사실에 또 질투하고 말지만, 그 사실을 알고 물러나주는 것, 다른 것에 대해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남은 할 일 같다. (이러면 뭔 황혼에 접어든 50대 부장님 느낌인데 아직 삼십 대 주제에 이러는 게 더 꼰대 같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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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헤도로 Dorohedoro 23 - 완결
하야시다 큐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만화) / 2019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디어 완결! 딸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 카이만과 니카이도가 만두 만들며 행복하게 잘 살면 좋겠다. 괴멸되다시피한 십자눈들은 조금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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