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독들이던 ‘음식과 요리’를 질렀다. 알라딘이 선물 준 적립금에 내 돈 조금 보태서 우주점 중고로 샀다. 중고래도 한 권 5만원에 가까운 벽돌…식재료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업체에서 분쇄해준 커피에다 직접 드리퍼 기울이는 것도 귀찮아서 이제 아로마보이로 드립해 먹는 주제에 커피 마스터 되고 싶었는지 커피책도 갖췄다. 1200쪽 넘는 음식책과, 400쪽 넘는 커피책만 있으면 먹거리의 과학 전문가가 될 것 같지만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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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끼니 챙기는게 늘 귀찮고 고역이었다. 알약 하나로 순식간에 한 끼 해결하는 미래를 꿈꿨는데, 아직 그 미래 오지 않았다. 그래도 그나마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인 건, 십몇년전 독서실 다닐 땐 점심 도시락으로 유부초밥 싸 가거나 독서실 아래 분식점에서 깨작깨작 한 끼를 떼우곤 했는데, 요즘에는 단백질 20그램 들었다는 음료수랑 단백질 9-10그램 들었다는 시리얼바 하나로 5분도 안 되서 뚝딱 점심 끼니를 해결한다. 스터디카페에도 원두커피 머신이 있지만 집에서 좋아하는 원두로 드립 커피를 두 잔씩 내려다가 텀블러에 담아와서 마신다. 그 정도 연료로 스터디카페에 7-8시간을 머물 수 있다. 한줌 먹고 책상 머리를 지키고 있으면 내가 공부를 하는 건지, 다이어트를 하는 건지, 죄수 체험을 하는 건지 헷갈린다. 점심은 간편식인 대신 아침 저녁은 과일이랑 요거트랑 견과류랑 고기랑 곡물(주로 귀리) 등등 골고루 챙겨먹는다. 간단하게 허기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나름 식품 공학의 진보이긴 하겠다. 이렇게나 먹는데 소질 없는 놈한테 먹는 것에 관한 책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부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