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2 마르그리트 뒤라스.
70세의 뒤라스는 내가 태어나던 해에 ‘연인’을 써서 발표하고 상도 받았다. 어려서 팬시점이라고 불리는, 디자인 잡화를 잔뜩 팔던 곳에서 벽에 거는 영화 포스터들도 팔았다. 거기 내가 보지 않은 영화들, ‘프리윌리’(아 이건 나중에 봤나), ‘베티 블루’, 그리고 ‘연인’의 소녀 얼굴도 있었을 것이다. 막연하게 야한 영화로 소문이 나고, 개그 프로그램에서 하수빈과 최양락이 패러디하는 장면이나 봤을 뿐 동명의 소설 원작이 있다는 건 다 큰 후에나 알았다.
집에 소설책 ‘연인’은 엄마가 사 놓아서 오래도록 있었는데, 이상하게 나는 에둘러서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여름밤 열 시 반’, 아직 대가가 되지 못한 젊은 뒤라스의 소설을 먼저 보고 별로네 별로야 하며 혹평을 남겼다.
왠지 ‘연인’ 읽고 나면 인생이 달라질 것 같아...막연하게 생각하고 멀리하다 어느 날 읽어야지,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냥 감상적인 생각일 뿐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나이가 어린 여자라고 욕망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 여자가 나이든다고 해서 사랑하려는 마음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누군가를 만나고, 한동안 친밀함을 느끼며 온몸이 지치고 정신이 나가도록 섹스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별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지도, 더럽히지도, 특별하게 바꾸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냥 주변의 사람들이 여자의 섹스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본인마저 받아들인 탓에 스스로의 인생을 망치거나 더럽혀졌다고 여기거나 완전히 바꿔 버리는 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사랑하는 그 순간에도 나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슬퍼하며, 어쩔 줄 모르고 마냥 사랑했었다는 사실은 특별한 일이다. 오래 기억에 남아 남은 삶을 살아갈 힘이 된다. 모두가 그런 힘을 갖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그들의 사랑을 잘 모르는 바깥 사람들이 나이나 인종, 빈부 차이를 들며 그런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불순하고 비도덕한 무언가라고 비웃고 비난하고 비하하는 건 그저 사라질 일들이다.
뒤라스는 그렇게 오래 남은 것을 썼고, 죽은 뒤에도 남았다. 내가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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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에서 연보 마지막이 두 장 들어가서 뒤라스는 두 번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