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1 니콜 크라우스. 먼 나중에 내가 쓴 글을 책으로 묶을 일이 생긴다면 제목은 사랑의 흑역사로 할까 한다. 사랑의 흑역사차례모델하우스관리자모드옛날이야기반차빨래한밤의 방문너의 모습 소설은 결국 지나갔거나 진행 중인 사랑을 겪는 사람의 이야기이고 지금 없는 사랑에 대해 사람들은 열심히 색칠하거나 곱씹으며 이불을 차올린다. 내 수많은 짝사랑 실패담을 듣던 한 친구는 내가 그것들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헛짓거리, 집착, 병 같은 이름을 붙이려고 하자 다시 아니라고 했다. 그런 것도 사랑이라고, 그렇게 불러주지 않으면 그때의 내가 너무 가엾다고 했다. 그말을 듣고 주룩주룩 울었다. 곁에 두지 못한 이름에서 소설이 나오고, 그 소설이 다시 어딘가의 누군가가 만든 사랑에 그 이름을 붙여 되돌아오는 이야기가 참 좋았다. 이름도 이야기도 되돌아온다. 사람은 사라져도 남는 이야기들, 이름들. 부쩍 끝까지 두지 못하고 내내 그리워하며 남게 될 이름이 생길까 봐 슬픈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열어본 날짜가 몇 년 전이 되어 버린 목록들을 제목만 한 번 휘 훑고 다시 닫아버렸다. 온가족이 코로나19에 걸려 일주일 가까이 격리된 채 앓았다. 열이 치솟고 근육통이 너무 심해서 밤에도 잠을 잘 못 잤다. 공부도 거의 못하고. 그와중에 혼자 수학 시험을 봤는데 시간 내에 절반도 풀지 못해서 마음도 앓았다. 세상 일은 다 뜻대로 되지 않고 닿지 못하고 이루지 못하는 것도 많다는 사실을 배우는 시간만 길어질까 봐 무서웠다. 그러면서도 수학책 대신 소설책을 펴고 이 책 나머지를 읽어버렸으니ㅋㅋㅋ무엇이 벌어지든 이제 내 탓이고 이젠 읽다 남은 소설책도 사라졌으니 수학 못하는 아이는 수학의 세계로 다시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