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 - 천체물리학자의 우주, 종교, 철학, 삶에 대한 101개의 대답들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배지은 옮김 / 반니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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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7 닐 디그래스 타이슨.

두 달 전쯤 고교 수학공부를 시작했다. 이과수학까지 해 보겠어! 하는 각오로 교과서를 구해 고1때 배우는 수학부터 수학1, 수학2 까지 다 풀고 나니 10월이 끝났다. 그런데 수2가 내가 고등학생이던 때의 그 과목이 아니어서 그냥 내가 고딩 때 배운 거랑 거의 같은 단원이었다. 아이참 나는 극한이랑 미분이랑 적분도 배운 오래된 문과 사람이었어… 이과 수학 수능 선택 과목 중 미적분 교과서를 펼치니 첫 단원이 수열의 극한…이것도 배웠던 거였다. 그렇다고 엄청 잘 푸는 건 아니고 대단원 평가 같은 건 답을 봐야지 겨우 따라가는 문제도 있다. 많다.
곧 미분법 적분법 단원 들어가면 이제는 진짜 이과 수학 마스터…는 아니고 맛보기 한 바퀴는 도는 거다. 두근두근.

요즘은 공부할 마음만 먹으면 수단은 얼마든지 널려 있어서, ebs수능 페이지에 가면 강의도 무료 수강할 수 있고, 수능특강 교재는 pdf로 공짜로 받을 수 있다. 교과서도 풀어 봤으니 엣헴, 나도 수능 문제 도전! 하면서 무료로 다운 받은 수학1, 2 pdf 파일을 풀기 시작했는데…너무 어려워서 좌절하고 말았다. 답 안 보면 풀 수 없는 문제가 태반이다...시무룩…. 수능특강 레벨3 정도는 슥슥 풀 줄 알아야 진정한 이과생 아니겠는가!!! 그때까지 달리는 거다!!!하면서 꾸역꾸역 지수 로그함수를 거쳐 삼각함수를 통과중이다. 나중에는 강의도 들어봐야겠다. 아직은 동영상까지 볼 엄두도 시간도 안나서 그냥 풀이집만 열심히 끼고 틈틈이 풀고 있다.

그렇게 적분법까지 끝단원 찍고 나면 이제 진짜 이과생 흉내라도 낼 수 있도록 화학, 생물, (가능하면) 물리 과목 교과서도 훑어볼 예정이다. 수학은 그러니까 과학 공부를 제대로 하기 전 워밍업이다. 그런데 물리 안 할 거면 미적분은 그닥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지만 노쇠한 뇌가 연산 실수가 너무나 많다. 식 잘 세우면 뭐해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자꾸 틀려…공식은 왜 이렇게 못 외우고 자꾸 까먹어… 앗, 그 공식이면 풀리겠는데 그 공식이 자세하게 뭐였는지 모르겠다!! 하면서 컨닝하길 반복…

헌법에 관한 청소년 교양서 읽다 미처 다 못 보고 반납되어 향에 관한 화학책을 봤었는데, 이번에는 오바마 자서전을 꾸역꾸역 700페이지까지 겨우 보고 주말에 다 볼 거야! 하는 중에 또 반납되어 버렸다. 그리고 예약된 이 책이 대출되어 있었다. 뭔가 자꾸 이제 문과생 노릇 그만하고 이과생의 교양을 익혀야지? 하는 대출 자동(?) 시스템이 작동하는 기분이라 가볍게 읽기로 했다. 사실 이 책 읽는다고 일요일에는 아직 수학공부를 못했습니다… 독서가 더욱 즐거워지는 수학문제 풀이의 마법…책이 안 읽히시면 수학공부를 해 보시길 권합니다…

닐 그래이스 타이슨은 이전에 재미있게 본 명왕성 연대기의 저자이다. 과학 대중화에 기여하기 위해 일반인 대상 교양서도 많이 쓰고 텔레비전 출연이나 팟캐스트 진행, SNS도 열심히 하고 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만큼 유명해져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과학에 관해 묻는 편지나 메일을 보내왔고, 이 책은 그 서신 교환 중 일부를 엮어낸 것이다. 과학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질문해 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눈높이 맞춰 답변해주는 모습이 좋았다. 물론 늘 친절한 것은 아니고 과학을 엉뚱하게 부정하거나 헛소리하면서 자신의 근거 없는 믿음을 강요하는 무례한 사람들한테는 아주 냉정하게 때찌하는 글도 많았다.
그래, 불확실하고 불안한 삶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받아들이는데 필요한 건 다정한 곁의 사람들, 그리고 과학, 과학이다!!! 내가 나인 게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건지 약간의 힌트를 건네준 것도 뇌과학, 심리학, 정신의학, 내분비의학, 화학, 결국에는 과학이었다. 우리는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 대부분의 예측은 다 틀린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나온 일들을 설명하고 다시 닥쳐올 비슷한 일에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을 갖출 때 과학으로부터 도움 받을 수 있다. 만능은 아니지만 최선이 그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잘 맞지 않는다고 늘 욕을 먹는 기상예보도 사실은 엄청난 수준의 예측이 아닌가 싶었다. 오늘 추울지 더울지 미리 알려주는 하루 기온은 대개 정확해서 아침에 옷차림을 적당히 정할 수 있지 않은가! 비는…농사 짓는 직업은 아니니 비는 적당히 오면 좋고 안 와도 좋고…

내일 낮 한시 반 무렵부터 두시까지 달이 금성을 가리는 금성엄폐 현상이 있다는 걸 우연히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와, 그거 보고 싶어, 집에 있는 쌍안경으로 망원경 대신 되려나, 아니, 낮이라 달이 해쪽으로 남중하는 시간이면 눈 부셔서 못 보려나, 일하다 점심 때 나와서 잠깐 볼 수 있으려나, 낮에 천체를 보는 방법이 천체망원경 말고는 없나? 낮에는 달이 어느 위치를 지나지? 겨우 천체물리학자가 쓴 과학 교양서 한 권 읽은 것치고는 급작스레 천체 관측에 대한 열망이 불타올랐지만 참 아는 게 없구나, 하면서 국립과학관 홈페이지도 가고 천문 달력 같은 것도 찾아보다가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은 새벽부터 한낮까지 비가 온다고 한다.
ㅎㅎㅎㅎ
그래도 왠지 날씨가 일찍 갤 수도 있으니까 쌍안경 챙겨서 출근해야지.
일단 밤에 쌍안경으로 하늘 보이나 오늘 밤에 방충망 열고 베란다에서 시험해봐야지.
망원경 당근마켓에 왜 검색하냐. 참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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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우주는 우리를 죽이고 싶어 합니다. 반면에 우리는 살고 싶어 하지요. 그러니 소행성의 경로를 바꾸고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발견하고 허리케인, 지진해일, 화산 폭발의 위력을 줄일 방법을 함께 찾아봅시다. 이것은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함께 노력할 때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지구를 위한 희망은 거기에 있습니다. 이 희망은 기도나 자기 성찰 같은 행위가 보장하는 희망보다 훨씬 더 큰 것입니다.

-IQ가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의 학업 성적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첫 직장에 입사하고 나면 대학 학점을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대인관계, 리더십, 현실적인 문제 해결 능력, 성실성, 비즈니스 감각, 신뢰성, 야망, 근무 윤리, 친절, 따뜻한 마음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에게 인종과 IQ의 관련성에 관한 문제는 인종과 머리카락 색깔, 또는 인종과 음식 선호도처럼 어떠한 실질적 결론도 내놓지 못하는 문제입니다.

-다른 수많은 속성들과 마찬가지로, 점성술은 문명의 성취물이 아니라 문화적 결함이었을 뿐입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고민할 때 영감을 얻기 위해 인류 전체를 돌아봅니다. 왜냐하면 나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의 조상이 왕족인지 극빈자인지, 성인인지 죄인인지, 용감한 자였는지 겁쟁이였는지 상관하지 않습니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지구는 지각을 화산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재활용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오래된 지각의 나이는 40억 년 ± 1,000만 년입니다.

-“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는 외부의 힘에 의해 정해진 삶의 목적 같은 것을 암시합니다. 나는 그런 목적은 우리 외부가 아니라 우리 내면 깊은 곳에서 정의된 것이라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내 인생의 목적은 다른 사람들의 괴로움을 덜어주고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는 것,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사람들을 계몽시키는 것입니다.

-우주의 한 가지 좋은 점은 (물론 장점은 무수히 많겠지만) 우주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우주에 대해 더 많이 배울수록 우주의 더 많은 부분을 소유할 수 있지요. 내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아마도 나는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말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는 죽음을 맞이하는 우리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성립 가능한 유전자 조합의 대부분)은 아예 태어나지도 못하며, 따라서 죽을 기회도 없다는 것입니다.

-우주적 관점은 지구를 티끌처럼 보이게 하지만, 이 티끌은 소중한 티끌이며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허락된 유일한 집이다.

-우주적 관점은 지구상의 생명체와 우리의 유전적 연대의식뿐 아니라 아직 발견되지 않은 우주 안의 모든 생명체와의 화학적 연대의식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더 나아가 우주 자체와 우리의 원자atom적 연대의식까지도. 우리는 모두 별의 먼지이다.

-그래요. 관심 가는 대상을 만져볼 수 없다는 건 짜증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천체물리학에서는 망원경이 손만큼이나 좋을 뿐 아니라 많은 측면에서 손보다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게다가 도대체 누가 퀘이사나 블랙홀 같은 걸 만지고 싶어 한단 말입니까? 그런 걸 만지는 게 그다지 안전하지는 않을 겁니다.

엊저녁의 공부…문제 똑바로 못 푸냐…계산 틀리는 거 봐라…아직은 문과 나부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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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11-07 17: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의 꾸준한 성취, 그리고 저리 난해한 기호를 해독해내시는 탁월한 능력에 감탄과 응원을 전해드립니다!! 정말 멋지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11-07 18:02   좋아요 3 | URL
성취라기엔 아직 비루한 기초 수준이지만 늘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가능한한 오래오래 가보겠습니다 ㅎㅎㅎㅎ

Yeagene 2021-11-07 18: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일단 수2까지 보셨군요..열반인님 화이팅!♡

반유행열반인 2021-11-07 18:13   좋아요 3 | URL
수2가 그냥 예전 수1이고 요즘 문과생 수능도 수2까지 보나 보더라구요..수학도 선택과목이 있고 그게 이과용 과목…기하와 미적분 중 고민하다 일단 미적분 시작했어요 ㅋㅋㅋㅋ 화이팅 감사합니다!!!

scott 2021-11-07 20: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말씀이 맞습니다 요즘 맘만 먹으면 공부 할 수 있는 영상이 넘쳐 나능! 수2까지 섭렵하시는 열반이님! 뇌 건강을 위해 응원합니다! 아이들도 자극 받을 것 같습니다. 울 아부지 제가 수험생일때 같이 문제 푸시더니 만점을 ㅋㅋㅋ

2021-11-07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11-07 20:53   좋아요 2 | URL
대단한 scott님, 대단한 scott님 아부지!!!!!

2021-11-07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7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1-11-07 2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도 반열샘 따라 급 수학 공부 하고 싶다,,, 못말리는 모든 따라쟁이;;;;

반유행열반인 2021-11-08 07:12   좋아요 2 | URL
저는 라로님 따라서 공부하는 데요? ㅋㅋㅋ생리학 해부학까지는 못 갈 거 같지만 ㅋㅋㅋㅋ

라로 2021-11-08 18:27   좋아요 1 | URL
제 생각엔 충분히 하실 것 같아요!!! 반열샘 멋짐 터짐요!!!👍👍👍

psyche 2021-11-14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완전 이과사람인데... 심지어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저 문제가 외계어로 보이네요. 세상에! 하나도 모르겠어요. ㅜㅜ

반유행열반인 2021-11-14 11:26   좋아요 0 | URL
등차수열 등비수열 나오고 또 배우는 급수의 합? 구하는 문제인데 와 다 까먹었어- 하고 보니 겨우 일주일 전에 푼 거네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