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평점 :
-20210831 정세랑.
집이 제일 편하다.
이거 한 마디 써 놓으니 마냥 넋놓고 그냥 있었다. ㅋㅋ편한가 보다.
그래도 걷는 것도 좋아하고 대중교통으로 안 가봤던 곳 지나는 일도 즐기는 편이다. 이제는 멀리 떠나기 어려운 날들이 되어버렸지만.
직접 가보는 게 낫지 남이 가본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 싶어 여행기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 읽긴 했다. 올해도 커피 따라 가는 여행기랑 인도 여행기를 읽고 정세랑의 여행 에세이도 어쩌다보니 읽게 되었다.
에세이에도 정세랑이네, 하는 느낌이 잔뜩 묻어있었다. 뉴욕, 아헨, 오사카, 타이베이, 런던, 머무른 기간이 긴 편인 앞의 두 도시 비중이 조금 더 많고 나머지 도시 여행은 짧게 나열나열한 느낌이긴 하지만(그래서 약간 뒤로 갈수록 대충 썼냐…싶었지만) 못 다니는 시절에 누군가가 다녀온 이야기를 써 준 걸 읽는 재미가 그럭저럭 있었다. 나는 해외 여행을 많이 안 해 봤는데 그래도 정세랑이 다닌 곳 중에 내가 가본 뮌헨, 잘츠부르크가 나오니 되게 반가웠다. 정세랑이 아헨을 거점으로 근처 나라들 여기저기 다녔던 것처럼 뮌헨을 거점으로 주변 도시들을 이리저리 다녔던 겨울이 생각났다. 사실 벌써 십 년도 더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내가 다녔던 먼 곳들에 관해 글을 쓸 일이 있을까? 너무 오래되어서 지금 다시 글로 그 경험들을 옮겨 적다보면 양념을 많이 칠 것 같다.
정세랑이 자신의 소설의 씨앗이 되었던 여행의 장면들을 비춰주는 것도, 자신의 성장과 우정과 사랑에 관해서 조금씩 들려주는 것도 재미있었다. 나는 찐팬까지는 아니지만 두터운 팬덤을 가진 작가가 애정하는 팬들에게 보은하는 글처럼 읽히기도 했다. 제가 이렇게 살았고요, 이렇게 삽니다, 하면 팬들은 사소한 것이라도 새로 알게 된 최애작가의 면모에 와아, 하고 기뻐하겠지. 하여간에 작가나 팬들이나 귀엽구나…달달하구나…
떠올려보면 일상과 달라진 공간 속에 새로 마주하는 것들이 소재가 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새까만 밤중에 배를 타고 반딧불을 보러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숲속을 헤매는 어린아이들을 상상해 습작을 쓴 적이 있다. 재미도 없고 망했지만… 여름 한낮 처음 가보는 신도시에서 겪은 허무하고 상처입은 하루를 쓴 적도 있지…역시 망했다. 결혼식장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을 모아다가 대중교통만 이용해서 울산을 함께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써보면 재밌겠다 생각만 하고 아직이다. 그러고보면 여행은 쓸거리를 많이 주는구나. 그렇다고 여행 못 다니니 못써요 핑계는 그만두고…심심할 때면 오래전 다녀왔던 장소들을 하나씩 정리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제목은 괄호넣기 그냥 해봤다. 써놓고 보니 책보다 우리로 읽히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