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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라 파파야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어버이날인데, 시댁 식구들이 오신다. 대충 배달음식 시켜 먹겠다는 말에 엄마는 며칠 전부터 장을 봐서 한우로 불고기랑 미역국이랑 잡채랑 이런저런 반찬을 아침 일찍부터 잔뜩 해 놓고 외할머니댁에 가셨다. 불효의 돌을 괴서 다른 어디에다 효도를 한다. 내가 음식을 부지런히 하면 해결될 문제인데, 엄마 하지 마, 다음부턴 하지 마, 해도 먹고 살려면 해야지, 이런 때나 해 먹지, 하고 근 십 년을 손님맞이마다 음식 하느라 바쁘다. 누군가의 노동과 시간, 에너지를 갈아 넣어야만 맛있는 집밥 잔치 음식을 먹는다. 자본을 투입해도 집에서 만든 맛은 안 난다고 굳이 자기를 갈아 넣는 삶이란. 사랑일까 길들여짐일까 하지 마, 해도 굳이 하는 마음이란.
분주한 주방 옆에서 작은꼬맹이 잡채랑 불고기랑 비벼 밥 먹이며 이틀 전에 볶았다는 커피나 내리는 어버이날의 불효녀. 애가 애를 낳아 어울리지 않게 또다른 어버이. 큰꼬맹이가 색종이 여러 장을 들여 새빨갛고 분홍분홍한 카네이션을 접어 엄마 아빠 할머니에게 선물했다. 뒷면에는 세계 최고의 엄마께, 아빠께, 할머니께, 라고 적혀 있다. 과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