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
장강명 지음, 이내 그림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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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2 장강명.

자꾸 장강명이 낸 책은 다 읽는다. 그만 읽자, 하다가 저번 책 에세이 읽고 왠지 짠해져서 신간 팔아주자, 하고 사 버렸다. 그런데 왠지 작가의 지능적 감성 마케팅에 당해버린 기분…
쓰는 일에 관심은 많지만 글쓰기책이나 작법서는 거의 본 게 없다.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소설쓰기 기초반과 합평반을 수강한 게 돈들여 글쓰기를 배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반 년 가까이 쉬던 소설쓰기를 다시 시작해 단편 다섯 편 건진 건 큰 소득이었다. 선생님이나 수강생들이 부족한 점이나 의문점을 짚어주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그런데 글이라는 게 배운다고 배워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더 굳어졌다. 뻔한 소리지만 시간을 들여 계속 쓰고 반복해서 고치는 게 제일 중요하다.(딴짓 그만 하고 제발 그걸 하라고 나새끼야...)

장강명은 장편소설 여러권, 단편소설집, 연작소설집, 르포, 에세이책 다 써 봤고, 신문 기자도 오래했으니 책 쓰는 일에 할말이 많겠다 싶었다.
이 책 한 권에 작가가 써 본 장르는 다 다루었다. 에세이, 소설 쓰기까지는 관심 있는 분야라 그런가 제법 흥미롭게 읽었다. 논픽션 쓰기를 읽을 즈음에는 전혀 다른 장르에 관해 질금질금 30-50페이지씩 한 권에 묶는 게 읽는 이에게 효용이 있을까 잠시 회의가 들었다. 그래도 모르는 분야라도, 당장은 쓰지 않더라도 그 분야를 읽을 때 아 이렇게 썼겠다, 하고 보면 도움되지 않을까 싶어 참고 읽었다.
맨 마지막 부록 중 저자의 세계를 바다와 육지가 접한 항구 마을의 비유로 표현한 글은 무릎을 탁, 치기 보다는 아아아...오그라든다… 왜 내 마음은 울리지 않는가… 나는 바다를 향한 자가 아닌가 보다 싶었다. 작가 지망생, 저자를 꿈꾸는 이를 향한 애잔함과 따스함은 알겠으나, 어떤 부분들은 작가가 그렇게 까던 다른 작법서들과 비슷하여 그닥 도움이 되지 않겠다…(이런 반응을 의식했는지 자신을 전문가가 아닌 동네형으로 겸손하게 표현하고, 적당히 걸러보라고 미리 포석도 깔아 둔다...이런 게 더 얄밉다…) 어떤 부분들은 한 권 분량 채우기 위해 끼워넣은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애정과 선의를 담아 적은 페이지들을 내게 재미없다고 폄하하면 안 되지… 하면서도 아...역시 책 써 내는 법에 관한 책을 써 내는 사람은 그 책으로 돈을 벌 것이고 이 책을 읽은 책을 내고 싶었던 사람 대부분은 책을 내지 못하고 말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야 말았다.

많은 사람이 저자가 되는 세상에 관해 한 친구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나오지 말아야 할 책이 넘치는 세상에 책 내는 허들을 낮춘다고 해서 더 나아질 것이 없다고 했다. 그 앞에서는 글쎄, 난 장강명 말(아이슬란드처럼 전체 인구의 10퍼센트가 책을 내는 세상 왜 우리라고 못하나!)이 맞는 거 같은데...했었다. 이 책을 읽고 곰곰 생각해보니 왠지 친구가 한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설득되어 버렸다. (이게 무슨 현상인가…) 목표를 주고 계속 쓰도록 추동하는 일은 좋은 일이지만 희망 고문 같기도 하다. 책이 아니라 그저 쓰는 일 자체가 목적인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 책을 많이 좋아하기는 하지만 꼭 책이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꼭! 이라고 말할 자신도, 댈 근거도 별로 없다. 웹페이지, 블로그나 SNS, 일기장 등등 매체는 많으니까. 물성과 소유에 집착할수록 나무가 아야해요. 세상에 팔고나면 나중에 걷어다 불쏘시개도 못해. 냈는데 세상에서 사주지도 않으면 불쏘시개나 해야 돼. 왜 난 벌써 신포도 신공을 쓰고 있는가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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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2-12 17: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서 저런 짤을 찾아오셨대... 방심하고 있다 빵터졌어요. 우선 여자친구를 만듭시다!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2 17:28   좋아요 3 | URL
저 짤은 남자친구 없는 여자들도 소외시키는 짤...흥 내가 묶을 수 이써!(주섬주섬..팔 짧으면 두 배로 슬퍼짐...)

하나 2020-12-12 17:31   좋아요 2 | URL
아, 입기 전에 먼저 리본 묶고 입는 거 아니구나...(세배로 슬퍼짐...) ㅋㅋㅋ 근데 진짜 글쓰기 책(특히 작가가 쓴 거)보다보면 거의 현타옴... 알면서 또 샀어 나새끼...

반유행열반인 2020-12-12 17:33   좋아요 3 | URL
아니 내가 언제 허리끈 묶어 달래써! 숨막혀 식식 ㅋㅋㅋㅋ저런 거 읽을 시간에 그냥 하나 쓰라고 ㅋㅋㅋㅋ

하나 2020-12-12 17:35   좋아요 2 | URL
그걸 깨닫는게 혹시 글쓰기 책의 용도인가.... 👀

반유행열반인 2020-12-12 17:37   좋아요 2 | URL
고난은 지금의 우리를 만들기 위해 필요했다! 고 하는 자기 위안과 자기 기만의 어느 사이...이제는 아픔 따윈 최대한 피하는 게 맞다는 깨달음...뒤에 또 읽는 건 뭐죠... ㅋㅋㅋ뭐긴 뭐야 그냥 회피죠 ㅋㅋㅋ(자문자답의 사회성 결여)

공쟝쟝 2020-12-12 1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음ㅋㅋ 이건 안읽을래 ㅋㅋㅋ 요즘 어쩐지 반님 평에 안읽을 것들 만 댓글다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2 19:48   좋아요 2 | URL
거르는 것조차 맡은 소임이지요 ㅋㅋㅋ 그렇지만 읽고 책 한 권 써주세요!!!

scott 2020-12-12 2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라면 뒤에서 허그 해줄테야 ㅋㅋ 끈은 왜묶어줘야해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2 20:58   좋아요 2 | URL
먼저 있는지 묻는 게 예의라고 들었습니다 ㅋㅋㅋㅋ

Yeagene 2020-12-12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짤 보고 빵 터졌어요..ㅎㅎ
열반인님 구구절절 옳은 얘기만 하시는 듯해 고개를 연신 끄덕끄덕했어요..나 열반인님께 설득당해버렸엉...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12-12 22:01   좋아요 3 | URL
저도 틀릴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정말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ㅋㅋㅋ 저도 사실 아주 조금이나마 얻은 게 있을 텐데 읽다가 까먹은 기분이에요 ㅋㅋㅋ

scott 2020-12-12 23: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리모두 열반인님 포스팅에 묶였으 ㅋㅋㅋ

파이버 2020-12-13 0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장강명님 책마다 표지에 작가님(?)이 계신 것 같은건 기분탓이겠죠...? 반유행열반인님은 알라딘 포스팅만 묶어도 재밌는 서평집 몇 권은 너끈히 나오실 것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0-12-13 07:04   좋아요 2 | URL
ㅋㅋㅋ나무가 아야해요. 작가님 자기 캐릭터 그림에 꽂히셨나봐요. 사진이 아닌게 어디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