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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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5 김영하.

이탈리아에 가 본 건, 내 범선을 타고 제노바와 그 일대를 누비던 온라인 대항해시대 속에서였다. 시칠리아 섬은 그 게임 속 시라쿠사 항구만 열려있었다. 시답잖은 교역품만 팔아 퀘스트 할 때만 빼고 좀처럼 들르지 않던 섬.
게임 한 지도 오래, 비행기를 타고 딛은 땅을 떠났다 온 지도 오래. 여행기를 그렇게 즐기지는 않지만 김영하가 쓴 에세이라길래 펼쳤다. 여행기는 어느 정도 금가루 꽃가루 뿌리고 색칠해서 뻥을 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먼저 가 본 자가 권능을 가지고 갬성 터뜨리며 뉴욕헤럴드트리뷴 하고 외칠 듯한 분위기를 잘 못 견디는데. 이 책은 꽤 좋았다. 기차와 배와 스쿠터와 버스를 타고 평생 가볼지 어쩔지 모를 섬을 작가의 눈과 기억과 사진을 빌어 둘러보았다. 바다가 있고 산이 있고 거기 사는 사람들의 삶이 있고. 나는 파스타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어쩜 이탈리아 가서 살라고 하면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삼시세끼 파스타만 먹으래도 괜찮아. 뜨거운 햇볕 쬐며 낯선 거리를 헤매고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며 분통을 터뜨리겠지만. 그럴 꿈이라도 꿀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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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09-25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영하도 이탈리아도 다 좋아요! 저는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구판으로 읽었는데, 이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가 와닿아서 사진 찍어두고 그부분은 지금도 종종 읽어요 ㅎㅎ 이번에 퇴사하고 이탈리아 가려고 했는데, 못 가구 집에서 콜바넴 틀어놓구 샐러드 파스타 주문해서 먹었죠 모 ㅋㅋㅋ 아 저 여름 너무 좋아해서 여름이 긴 곳에 가고 싶어요. 언젠가는 그럴 날이 오겠죠? :) (게임도 좋아하시는구나 더 좋아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9-26 09:38   좋아요 1 | URL
이 책이 예전 나온 걸 재발매한 거라 하더라구요. memory lost memento 뭐시기가 이전 제목인 거 하나님 덕에 집고 가네요. ㅎㅎ
지금은 하는 게임이 하나도 없는데 게임을 아예 안 한 뒤로 책을 많이 보게 된 거 같아요 ㅋㅋ 아니 이탈리아를 가려고 하셨군요! 저는 겨울이 없는 나라에 사는 게 꿈인 적은 있었어요 ㅎㅎ

막시무스 2020-09-26 0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항해시대!ㅎ 아이템 찾느라 맘 졸이며 구석구석 작은 배로 헤매이던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네요!ㅎ
즐건 주말되십시요!ㅎ

반유행열반인 2020-09-26 09:40   좋아요 0 | URL
네 배 타고 구석구석 다니는 거 정말 재미있어서 책도 안 보고 하던 젊은 시절이 있었네요. 막시무스 님도 즐건 주말 보내시길!!!!

수이 2020-09-26 0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칠리아!!! 반유열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반유행열반인 2020-09-26 09:39   좋아요 0 | URL
아! 저 시칠리아나 이탈리아에 꼭 가고 싶은 꿈은 없는데 그냥 막연하게 먼 곳 다녀오고 싶은 마음만 있어요 ㅎㅎㅎ축복 감사합니다.

syo 2020-09-27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분통을 터뜨린다는 표현, 저는 잘 안 써서 몰랐는데 상상을 해보니까 뭔가 좀 귀여운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분통이 팡 터지면서 분가루를 하얗게 뒤집어 쓰는데, 그러고 나니까 진짜 내면의 분통이 터지면서.....
그런 이미지.

반유행열반인 2020-09-27 15:41   좋아요 0 | URL
가루 뒤집어 쓰고 어리둥절. 그 분통이 아닌데...분유통 동생하고 퍼먹다 가루 뒤집어쓰고 뒤지게 맞은 적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