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 2019년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윤이형 지음 / 문학사상사 / 201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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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9.

6월부터 읽기 시작했지만 한 편 빼고 나머지는 다 7월에 읽었으니 이제 이달 여섯 권째 읽은 소설이야! 만세! 쓸데 없는 숫자를 부풀린다. 마음을 부풀려야 쓸모가 없으니 기왕 쓸모 없는 것 중에 덜 해로운 걸로.

-김희선, 해변의 묘지
이전에 같은 작가의 축구공 나오는 소설을 읽고 두번째 읽었는데 전에 것보다는 나았고 음 그런데 또 기억나는 게 딱히 없다. 대탈출 중인 난민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게 있던 것도 같다. 다시 생각해보니 어디를 가도 바이러스가 기승이고 이제는 국경을 닫아 걸 의료적 명분마저 갖춘 나라들 앞에서 절망하고 있을 사람들을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다. 이제는, 조국이 엉망이어도 정말, 갈 데가 없겠구나.

-장강명 -현수동 빵집 삼국지
장강명의 단편집에서 읽고 두 번째 읽었다. 삼국지까지 붙이기에는 극적이지 않다 싶은 사건이지만 또 현실적인 갈등이었다. 자영업자의 먹고사니즘 앞에 실종되는 인간성 같은 것. 집 가까운 데 맛있는 빵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마트에서 파는 크로아상 찰빵 냉동생지, 대기업이 내놓은 간편 크림파이 스콘 같은 걸 에어프라이어에서 돌려 먹고 있다. 이쯤 되면 이 상황을 겪는 현수동 사람들에게는 삼국지 정도가 아니라 (거대기업의) 외계침공 수준이 아닐까 싶다.

-장은진 -울어본다
냉장고 끌어안고 몸을 냉기에 맡기고 하는 소설을 어쩌다보니 두 편 비슷한 시기에 읽는데 둘다 그저 그랬다. 지하철 출근길에서만 만나던 연인 이야기는 조금 흥미로웠다. 헤어지자는 이유에 못 생겨서, 애교도 없고...하는 말을 들으면 진짜 멘탈 개박살 날 것 같다 ㅎㅎㅎㅎㅎㅎ

-정용준 -사라지는 것들
이웃과 선릉산책 가지고 정릉산책인 줄, 호호호 하다가, 떠떠떠, 떠 하는 소설 보고 폭풍오열에 그래도 스위트하잖아- 소리 나누고 나서 결국 정용준 소설책을 세 권이나 집에 들였다. (물론 중고) 그 중 단편집 하나만 보고 킵해놨는데, 이 소설 읽고 나니까 아 다시 봐야지 싶었다. 뭔 군더더기가 없어. 그러면서도 뭔가 속답답하고 울컥하는 걸 잘 쓴다. 강화도 가고 싶다. 맞은 편 앉은 직장 동료였나, 지난 주에 강화도 가고 싶다, 했는데 이 소설에 강화도가 나왔다. 동료는 바다 보고 싶다, 고도 했다. 바다 가고 싶다, 하던 말이 또 생각나 괜히 울컥했다. 요즘은 툭하면 울컥울컥. 주둥이 찢어놓은 우유팩마냥 툭 치면 자꾸 넘침.

-최은영 -일 년
나는 몇 달 전 비공식으로 이웃들끼리 조잘대던 김금희VS최은영 에서 소수파로 김금희 손을 들어주던 사람인데, 이번 소설 읽으면서도 그랬다. 나는 최은영 안 좋아하나 봐...그래놓고 작가의 단편소설집 두 권은 또 다 챙겨봤다.
소설 앞부분 읽을 때는 문장이 되게 거슬렸다. 오, 거슬리다가 맞나 싶어 사전 찾아보니 이 말 되게 센 말이네.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문장이 술술 읽히지 않고 자꾸 걸리고 막혔다. 반복되는 군더더기 단어, 문장 위치나 순서도 아 나라면 이렇게 안 할 건데 왜, 이러면서. 퇴고가 좀 덜 된 글 같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내 주제에 누구 문장을 탓해 ㅋㅋㅋ독후감 조차 이따위로 쓰면서 감히 최은영님을 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읽기 힘들었던 게 중심화자를 내내 ‘그녀’로 지칭하다보니 다희와의 일화를 소개할 때 그녀가 다희인가, 하고 처음에는 자꾸 헷갈렸다. 그러다가 계속 불편함을 느꼈고, 꾸역꾸역 참고 읽다보니 이건 정말 작가가 뭔가 작정하고 의도를 가지고 이름을 쓰는 대신 ’그녀’라고 썼구나 싶었다. 마지막 문장에서 ’그녀는 여전히 그녀인 채로 살아 있었다.’ 하길래 역시 일부러 그녀를 고집했군요, 했지만 문제는 일부러 그런 이유를 멍청한 독자 새끼는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내가 살아진다, 사라진다, 했던 걸 작가가 소설에 써버려서 음, 이것조차 상당히 진부한 표현이었군 하고 버려버렸다.
그래도 이 소설에서는 밑줄 칠 말 찾음.
+밑줄 긋기
-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 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너 같은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늙었다, 왜! 이…...씨발년아.
‘그녀’의 외할머니가 소심한 마음에도 손녀딸을 지키려고 내뱉은 말이 이 소설에서 제일 강렬했다. 웃으면 안 되는 맥락인데 웃기면서도 슬펐다. 그런 애틋한 관계를 가져 본 기억이 없어서 사실 잘 모르겠는 감정이기도 하다. 가희와 그녀의 관계도 그렇다. 최은영 소설에 나오는 사람 사이의 그 찐득 진득 막 눈물 찡한 이어짐과 멀어짐과 애틋함 같은 걸 나는 잘 모르겠어서 막 거부감이 든다. 그걸 공감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질투심이 들고 내가 잘못 자라온 것만 같아서 심통도 부린다. 핏. 쳇. 흥칫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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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그리기 2020-07-19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감상에 흥칫뿡이라니 신선한데요?
저는 님께서 거부감이 든다고 하신 그런 애틋함같은 감정들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라 어쩐지 님의 질투에 괜히 으쓱해진달까 그러네요.^^ 최은영 작가의 작품은 저도 호불호가 약간 있지만 최근 읽었던 ‘쇼코의 미소‘ 속 단편들이 정말 좋아서 계속 그녀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같은 책을 나와 다르게 느끼는 감정들을 찬찬히 듣고 알아가는 것도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신선한 즐거움이란 걸 요즘 이웃님들 글에서 배웁니다. (오늘은 님께 가장 많이 배우네요. ㅎㅎ) 님 덕분에 읽고싶은 책 목록이 확 늘었어요. 숙제 감사해요~

반유행열반인 2020-07-19 14:52   좋아요 1 | URL
쇼코의 미소가 좋으셨으면 내게 무해한 당신은 더 좋고 더 잘 썼어요 ㅋㅋㅋ 흥칫뿡

바다그리기 2020-07-19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었는데 제겐 쇼코의 미소가 더 취저였나봐요. 흥칫뿡에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할 줄은 몰랐네요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7-19 15:17   좋아요 1 | URL
역시나 취향은 다양하고 ㅋㅋㅋ심통은 안 부리고 댓글 오늘 많이 남겨주셔서 감사인사만 남길게요 ㅎㅎㅎㅎ

무식쟁이 2020-07-19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에겐 김금희=최은영 :-p

반유행열반인 2020-07-19 15:39   좋아요 0 | URL
황희정승 같은 너도 옳고 너도 옳다 인지 둘다 고만고만 별로여 인지 궁금해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세상을 이분법하려다 삼분법 했거든요. 따른데 쓴 댓글 복붙 하면....”이쯤 되면 세상은 최은영을 좋아하고 선함을 믿는 무리와 그렇지 않은 자로 나뉜다...하는 이분법 아 아니지 최은영이 누군지도 모르는 자...로 천하 삼국지 하려는 욕심이 생깁니다....저는 그렇지 않은 자 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0-07-19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의외로 평화로운.....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7-19 16:02   좋아요 0 | URL
수연님 막 싸움 구경 하러 온 거 같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7-29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최은영 최은영 최은영!!!!! (왜때문에ㅜ김금희 작가님과 자꾸 매치되는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최은영 작가님 저에겐 우주최고임.. 뭐 그렇다고요(쭈글)

반유행열반인 2020-07-30 06:48   좋아요 2 | URL
최은영 작가님 자꾸 건드려서 죄송합니다...중학생 때도 자꾸 에쵸티 까다 왕따 당한 전력이 있는데도 ㅋㅋㅋㅋ둘이 매치 시작한 건 s모 이웃(최은영은 손오공 김금희는 베지터 막 이러고 ㅋㅋㅋ)도 있고 알라딘에서도 예전에 그런 기획한 적 있음
정작 우리말고는 최은영도 아나운서인 줄 알고 김금희 하면 이금희 잘못 말한 줄 아는 사람이 더 많은 현실입죠 ㅋㅋㅋ

공쟝쟝 2020-07-30 07:51   좋아요 1 | URL
문체나 구성 스토리? 이런건 모르고 최은영님 소설은 저를 막 찌름... 온몸 듀들겨 맞으면서 읽는 기분..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