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4 강이슬.7월에는 소설 읽을 거라며! 또 에세이 빌렸어. 6월에 예약한 게 자동으로 빌려져서 어쩔 수 없었어…내내 운동화만 신던 발에 발등이 드러나는 여름 신발을 꺼내 신었다. 작년 여름에도 재작년 여름에도 신던 크록스 재질 신인데, 삼십 분 쯤 걸어서 출근하니 발뒷꿈치가 다 까졌다. 엄지발가락 옆 튀어나온 뼈 부분이랑 새끼발가락에도 물집이 잡혔다. 예쁘지도 않은 걸 편할 거라 생각하고 자꾸 고무신을 사 모았는데 내 발은 말랑한 고무신에도 복숭아껍질처럼 막 벗겨진다. 멘탈만큼 약한 내 피부.스무 살 여름 이맘쯤에도 새로 산 슬링백을 신고 우리 학교에 놀러온 아이를 데리고 경사 심한 교정을 걷다 발뒤꿈치가 칼에 벤 것처럼 너덜너덜해졌다. 아이는 후생관 신발 가게에서 내게 못생기고 발은 편한 남색 슬리퍼를 사줬다. 나중에 화장실 슬리퍼로 썼지. 아무튼 챙겨주는 모습이 퍽 다정하게 느껴져서, 한 달 후쯤 사귀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성인 되고 첫 연애였어! 그러나 겨우 두 달 만나는 동안 그 아이는 충남에 있는 대학 앞 하숙집에서 이 학교 너무 싫어, 부모 몰래 휴학하고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하게 먹여살려줄래? 하고 문자로 징징대기 바빴고, 나는 그런 아이한테 나는 네 엄마가 아니니까 그만 징징대고 네 문제는 네가 알아서 할래? 하다가도 아냐아냐 내가 먹여살릴게, 그러니까 전화기 끄고 술먹느라 잠수타지 말고 제발 연락좀 자주 해줘 징징징 하다가 찬 바람 불 무렵 문자로 안녕. 하고 말았다. 그러고나서 스물 한 살에 지금 옆에 있는 사람 만났으니 내 연애경험이란 거의 없는 거나 다름 없고, 짝사랑만 한 가득이었다. 이런 사람 뭐라고 부르던데...연애고자였나…왠 연애타령이냐면 나보다 싱싱하고 젊은 이십 대 청춘 방송작가인 저자도 망한 연애와 짝사랑 이야기를 한바탕 늘어놓길래 생각이 났다. 요즘은 자꾸만 지난 일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생각이 나면 적어두어야 한다. 기억력이 너무 좋아 힘들다고 하던 시절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는 점점 멍청이가 되어간다. 망각은 축복인데 뭘 잊었는지도 모르는 삶은 또 슬픈 것 같다. 온갖 섹드립이 난무하며 피실피실하는 웃음 주던 SNL를 이런 사람들이 살을 갈고 피땀눈물 짜서 만들었구나 그와중에 무너져가는 허름한 옥탑방에서 겨우 잠을 자고 먹고 사랑하고 차이고 그런 이야기를 백지에 적으며 버텨왔구나 하면서 짠하게 읽었다. 이십 대로 다시 돌아갈 거냐고 물으면 절대 안 가, 할 것이다. 돈도 없고 우울증 심하고 꼰대들은 네가 젊으니까 일을 더 하라고 대놓고 떠맡기고 곁에 있든 없든 사랑은 불안정하고 애를 낳겠다니까 아직은 돈도 기반도 없으니 나중으로 미루라는 소리나 듣고. 그러니까 으르신들은 젊은이들을 보며 그때가 좋은 거야, 젊음은 돈 주고도 살 수 없어, 하고 그짓말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돈이 있으면 젊음을 왜 사 테헤란로에 빌딩을 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