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아들, 조선시대 왕위 계승사 -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다
한명기.신병주.강문식 지음 / 책과함께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를 좋아했으나 그 마음을 아버지께 직접 표현해 본 기억이 없다.  아버지 역시 나를 무척 사랑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나 직접적으로 표현하시지는 않으셨던 것 같다.  갑자기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소름이 일듯 문득 아버지께서 보내는 사랑을 느낄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우리 부자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감이 존재했고 ,그 거리감 사이에는 아버지의 기대와 나의 부담감이 얽혀서 만들어진 긴장감이 고요하게 흐를 뿐이었다. 결국 그 긴장감은 아버지께서 나에 대한 기대를 나에 대한 응원으로 바꾸심으로써 사라지게 된 것 같다. 이 또한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모습에서 문득 내가 느낀 것이다. 이로서 나는 부모님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나름 자유롭게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을 찾아 나설 수 있었던 것같다. 아버지의 말없는 배려에 감사할 뿐이다.

 

 조선의 왕은 아버지로서의 개인적인 마음과 왕으로서의 사회적인 역할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아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을 것이다. 온전하게 아버지의 모습으로만 아들을 대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마음과 온전한 아들로서 사랑을 받고 싶었던 아들 사이의 거리감. 그 거리감이 좁혀지지 못하고 더 크게 벌어져 결국 원수같은 사이가 되어버린 이야기들.

 

 누군가 왕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왕자로 태어나 온갖 부와 권리를 누리며 살고 싶다고도 한다. 그러나 나는 왕도 왕자의 자리도 싫다. '나'라는 개인적 존재는 사라지고 '왕'이라는 사회적 지위만이 남아있다면 그 지위가 주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너무도 무거워 짊어지고 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조선의 왕과 왕세자들은 이러한 기대와 부담감, 책임감을 딛고 일어서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왕과 아들 모두에게...

 

 이 책의 이야기들은 모두 지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왕과 왕세자의 지위가 사라진 지금 여기는 어떠한가? 아들이 부모님을 정신병자로 몰아 강제로 입원시켜 아버지와 아들이 소송 중이라는 이야기, 명절에 찾아온 아들을 내쫓거나 경찰에 신고한 아버지의 이야기들을 뉴스로 접할 때가 있다. 지금의 아버지와 아들도 서로에 대한 기대와 부담으로 갈등 중이다. 더 좋은 경제환경, 더 좋은 사회적 지위에 대한 기대와 욕망은 여전히 서로의 관계를 파괴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실천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