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를 씹다가
박성우
퇴근길에 오이를 샀네
댕강댕강 끊어 씹으며 골목을 오르네
선자, 고년이 우리집에 첨으로 놀러온 건
초등학교 오학년 가을이었네
밭 가상에 열린 조선오이나 따줄까 해서
까치재 고추밭으로 갔었네
애들이 놀려도 고년은 잘도 따라왔었네
밭을 내려와 도랑에서 가재를 잡는디
고년이 오이를 씹으며 말했었네
나 는 니 가 좋 은 디
실한 고추만치로 붉어진 채 서둘러 재를 내려왔었네
하루에 버스 두 대 들어오는 골짜기에서
고년은 풍금을 잘 쳤었네
시오릿길 교회에서 받은 공책도 내게 줬었네
한번은 까치재 밤나무 아래서 밤을 까는디
수열이가 오즘싸러 간 사이에
고년이 내 볼테기에다 거시기를 해버렸네
질겅질겅 추억도 씹으며 집으로 가네
아무리 염병 떨어도
경찰한테 시집간 고년을 넘볼 수 없는 것인디
고년은 뱉어도 뱉어도 뱉어지지 않네
먼놈의 오이꼭다리가 요렇코롬 쓰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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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이사를 자주 다녔던 저에게는 초등학교 시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친구들이 많지가 않습니다.
물론 저를 기억하는 친구돌도 거의 없을 듯.
그러나, 제가 다녔던 학교의 교정들은 애틋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전 초등학교 시절에 전학을 갔었습니다.
어른이되어서 직장생활을 할 때,
전학가기 전에 다녔던 학교를 즐겨찾았습니다.
선생님과 급우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옛 학교 학교 건물들과,
지금은 사라진 뒷산의 오솔길은
지워지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