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 강연호 -

 

문든 떨어진 나뭇잎 한 장이 만드는

저 물 위의 파문, 언젠가 그대의 뒷모습처럼

파문은 잠시 마음 접혔던 물주름을 펴고 사라진다

하지만 사라지는 것은 정말 사라지는 것일까

파문의 뿌리를 둘러싼 동심원의 기억을 기억한다

그 뿌리에서 자란 나이테의 나무를 기억한다

가엾은 연초록에서 너무 지친 초록에 이르기까지

한 나무의 잎새들도 자세히 보면

제각기 색을 달리하며 존재의 경계를 이루어

필생의 힘으로 저를 흔든다

처음에는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줄 알았지

그게 아니라 아주 오랜 기다림으로 스스로를 흔들어

바람도 햇살도 새들도 불러모은다는 것을

흔들다가 저렇게 몸을 던지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한다, 모든 움직임이 정지의 무수한 연속이거나

혹은 모든 정지가 움직임의 한순간이듯

물 위에 떠서 머뭇거리는 저 나뭇잎의 고요는

사라진 파문의 사라지지 않은 비명을 숨기도 있다

그러므로 그러썽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세상의 모든 뿌리가 젖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

공허하게 텅빈 정신이 알 수없는 감정에 젖어들다가 문득 떠오르는 말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