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찔레꽃

                                                        최두석

 

보인다

눈 감아도 보인다 아스라이

찔레 꽃덤불 위로 피어오르는

지리산 아지랑이

 

아지랑이 사이로 어른대는

갈색 놀란 토끼눈

총소릴 들리고

더벅머리 쑥대머리 빨치산 사내들

삭정이로 불을 지피고

 

깜박이는 불빛 따라 접근한

국방군 부대

또 총소리 들리고

쓰러진 조선이나 한국의 사내

그들의 입에 눈에 흙이 들어가

꿈도 집념도 온갖 욕망도

바람에 날려보내고

 

지리산 등성이 여기저기 누운

산사람 혹은 국방군

그들이 뒤영켜 함께 피우는

찔레꽃

지리산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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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그렇게 미움과 증오로 죽고 죽이며 사라져가도 자연은 묵묵히 그들 모두를 넉넉하게 품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보았던 지리산 피아골에 있는 충혼탑이 기억납니다. 빨지산과 토벌대 모두의 영혼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어제는 현충일이었습니다.  양편 모두의 아픈 상처인 한국전쟁을 잊기보다는 잘 기억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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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8 02: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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