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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박완서의 소설 '그 여자네 집'에 보면 신춘문예철(10-11월)만 되면 가슴이 울렁거린다는 구절이 나온다. 소설 속에서 이 구절을 보는 순간에도 가슴이 울렁거렸다. 언제부턴가 너무나 애절하게 느껴지는 신춘문예.
글을 쓰는데 굳이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어야만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야구를 하는데 꼭 경기장에서 해야하냐는 질문과 비슷하다. 물론 조그만 공터에서 약식으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들 내면에는 언젠가는 유니폼을 입고 정식 심판아래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경기를 하고픈 욕망이 숨어있을 것이다.물론 신춘문예가 아니어도 글을 쓰는 일은 그 자체로 가치있는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글이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욕망도 가지게 된다. 그러한 욕망이 더욱더 좋은 글을 쓰도록 채찍질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신춘문예 등단시들을 잘 읽지 않았다. (물론 희곡을 쓰는 나의 입장에서 당선 희곡집은 꼭 읽었다.) 시는 독자의 주관적 판단이 우선해야한다는 나의 생각때문에, 다른 사람의 평가가 나에게 시에대한 선입견을 갖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즘들어 신춘문예에 낙선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당선작들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희곡을 쓰는 나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해서였다. 당선 시들을 읽으면서 시의 아름다움보다도 그 시인들이 지새운 밤과 찢어버린 원고들의 가치가 먼저 떠올랐다. 그들의 노력과 성과에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낙선한 사람들에게는 이 시들을 읽으며 자신의 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나역시 그런 의미에서 나의 글쓰기를 돌아보게하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토우'라는 시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기차를 자주 타는 나에게 평택역의 풍경이 금새 머리속에 그려졌다. 쉽게 지나치는 그곳이 갑자기 쓸쓸하고 황량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삶의 의미는 정말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는 평범한 경험을 한번 더 하게된 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