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여행길에 바람나다 - Never Ending Travel 2, 풍경의 덫에 걸린 외톨박이 시인의 연애편지 33장
박성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여행.
자신의 주어진 삶에 시계추처럼 얽매여 있다고 느끼는 순간, 지금 이곳을 벗어나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에 빠져든다. 그 충동의 강렬함에 때론 밤기차에 오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한차례 마음을 쓸고 가는 바람처럼 충동을 날려보내는 일이 대부분이다. 여행을 떠난다는 일 자체가 일상적인 삶에서 부담스러운 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에는 여행에 대한 오해가 담겨있다. 여행이란 먼 곳으로 며칠동안의 계획을 가지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일정을 세우고, 주변 사람들에게 당분간의 부재를 알리고, 부러움의 시선을 받으며 멋지게 출발한다. 그리고 돌아와 지친 몸을 추스린다며 여행의 피곤함에 대해 이야기 하곤한다. 그러나, 진정한 여행은 돌아와서 지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으로 즐거움과 행복감에 젖어들때 성공하는 것이 아닐까.

'남자, 여행길에 바람나다'에는 시인의 주변에서 여행이 시작된다.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마을의 정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 이름모를 풀들이 무성한 오솔길, 먼저 고인이 되신 가족의 무덤, 어릴적 추억이 남아있는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 교정. 멀리 있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에 가장 적당한 곳들이 진정한 여행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자신의 삶을 반추한 후에 비로소 타인들의 삶이 머무르는 곳으로 여행지를 옮긴다. 자신의 삶을 반추한 후에야 비로소 타인의 삶이 지닌 아름다움과 땀의 의미를 더욱 깊게 끌어안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여행의 의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특히 책의 주된 여행지가 있는 전라북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가까우면서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만한 곳이 많이 소개되어있어 더욱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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