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페코로스 시리즈 1
오카노 유이치 지음, 양윤옥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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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만화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치매 부모를 봉양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겨내기 힘든 병에 걸려도 그 사람의 정신만 온전히 붙어있다면 그나마 이겨낼 힘이 생기는데,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정신이 나가신 것처럼 행동을 하는 부모의 모습을 계속 마주해야 한다면 그것만큼 힘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살아만 있다면 다 잊어도 괜찮아.', '아버지가 어머니 곁에 오시니 치매도 나쁜 것만은 아니겠다.'라니... 기억을 잃고 자신조차 놓아버린 부모에게 과연 나는 그렇게 말하며 살갑게 대할 수 있을까.
  우리 엄마도 신경을 많이 쓰며 살아오셔서 그런지 치매를 가장 염려하신다. 지금도 많은 부분을 깜빡깜빡하시는데 그보다 더욱 슬픈 건 그런 자신을 마주할 때마다 심한 자책을 하신다는 것이다. 나중에 만약 엄마가 치매를 앓으신다면, 정신이 내 곁을 떠나있어도, 나에게 갑작스레 저주를 퍼부으며 화를 내셔도(치매의 일반적인 현상 중 하나가 분노라고 한다.), 견디기 힘들게 나를 힘들게 하셔도... 엄마의 따뜻한 시절을 떠올리며 그런 엄마를 더욱 보듬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 따뜻한 느낌의 책이었다.

 

`며칠 전에 들렀더니 요양원 직원이 어머니가 밤 늦게까지 바느질을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침대에 앉은 채 이불 끝을 쥐어 잡고 양손을 바느질하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마치 바늘을 들고 뭔가를 꿰매는 것처럼 골똘하게. 뭐하시느냐고 물어보면,
"옷 기우고 있어."
"누구 옷을 기우는데요?"
"우리 아들 옷이지."
대답하면서도 손끝은 쉬는 법이 없다고 한다.`

`나는 때로는 어머니가 부럽기도 하다. 치매로 어머니 안에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셨으니까 치매에 걸리는 것도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닌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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