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여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4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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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률 님의 네 번째 시집. 그는 내가 많이 사랑하는 이이지만, 나는 그가 많이 아팠으면 좋겠다. 그렇게 많이 앓고 아파서 뱉어낸 단어 하나 하나를 또 내가 맛보고 나도 함께 앓았으면 한다.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진 자신의 이름을 들어올리기가 얼마나 힘든 일일까? 그런데 그 한 사람이, 고단한 삶을 기꺼워해야 하는 시인이라면 그 무게를 감당하기가 얼마나 더 고단한 일이었을까...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곱디 고운 네 번째 시집을 남겨주었다. 상처가 있지만 크게 변하지는 않고, 조금씩 변화했지만 흔들리지 않은 그의 뿌리를 확인시켜 주었다.
   감사한다. 그의 눈물과 헐은 마음, 매서운 바람에 찢겨진 창과 악기의 현처럼 굽어버린 등을 기억할 것이다. 나는 또 이 무거운 한 권을 날마다 곱씹으며 그의 메세지를 되새길 것이다.  

 

 



천 년에 한 번 사랑을 해서 그런 거라고
그게 아니라면 머릿속에 그토록 많은 꽃술이 매달릴 수가
천 년에 한 번 죽게 될 테니 그렇게 된 거라고
아니면 그토록 한 사람의 독으로 서서히 죽어갈 수야 - `낙화` 부분

백 년을 만날게요
십 년은 내가 다 줄게요
이십 년은 오로지 가늠할게요
삼십 년은 당신하고 다닐래요
사십 년은 당신을 위해 하늘을 살게요
오십 년은 그 하늘에 씨를 뿌릴게요
육십 년은 눈 녹여 술을 담글게요
칠십 년은 당신 이마에 자주 손을 올릴게요
팔십 년은 당신하고 눈이 멀게요
구십 년엔 나도 조금 아플게요
백 년 지나고 백 년을 한 번이라 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을 보낼게요 - `백 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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