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다니엘 튜더 지음, 김재성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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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명에 불과하지만) 네이버 평점 10점 만점이라 놀랐다. 내가 느끼기에는 이야기에 중심 화제가 없고, 당연한 말, 아는 말,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한 말, 그런 것들 뿐이었다. 열심히 골라서 선택한 책이었는데 재미도 흥미도 없어서 읽기 포기할 뻔했다. 딱 지금 내가 읽을 만한 책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기대가 충족되지 못해 아쉽다.


외로움은 말하자면 내 기본 사양이다. 그런데 좀더 생각하고 읽고 대화할수록 현대세계의 너무 많은 부분이 인간에게 소외감과 불행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결과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공동체 상실과 사람들 간의 단절임을 절감했다.

우리는 이렇게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이렇게 무력감을 느낀 적도 없었다. - 지그문트 바우만 -

만짐으로써 생명을 줄 수 있다. -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 -

접촉은 초기 유아기에 중대한 요소로 결핍될 경우 안정된 성인으로 발달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접촉이 불충분한 노인은 더 외로워하고 더 일찍 죽는다. 껴안거나 등을 토닥이면 맥박이 진정되고 혈압이 내려가서 유익하다. 경험을 통해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제는 그런 신체 접촉을 덜 주고받는다. 그래서 돈을 받고 순수한 접촉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한 분야에서 크게 성공했거나 적어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삶에 냉소적인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믿는 것도 어리석지만,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는 것 또한 어리석은 태도다.

우리 자신이 아닌 제3자를 상황에 대입시키면 훨씬 더 긍정적일 수 있다.

삶이란 결국 긍정적으로, 그리고 조금은 대담하게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잘돼야 한다, 너는 나를 잘 대우해야 한다, 세상은 수월해야 한다ㅡ이 세 가지 ‘머스트must‘가 우리를 방해한다. - 앨버트 엘리스 -

수석 바이올린 주자건 백만장자건 무엇인가가 ‘반드시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순간, 자진해서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는 셈이다. 상황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무척 어렵다. 하지만 건강한 정신을 지키고 싶다면 그래야 한다. 현재를 ‘반드시‘보다 중시해야 한다.
그렇다고 자신감을 버려야 한다거나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수동적이어서도 안 된다. 삶에 만족하려면 온 마음과 열정을 바칠 만한 것들을 찾아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만 "결과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냥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랄 뿐이지"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느리게 걷기가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속도와 생산성, 무엇보다 ‘바쁘기 being busy‘에 중독된 상태다.

지위는 사회에 의해 규정되고 우리가 지닌 것의 가치를 남들이 인정해줄 때 지탱된다. 그런데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아무리 애쓴들 궁극적으로 통제할 수 없고, 애를 쓰면 쓸수록 한심해 보이기 쉽다. 스스로의 가치를 겉으로 드러나는 지위에 근거해 매긴다면 자기 잘못으로건 아니건 남들의 평가가 달라지는 순간 내면마저 황폐해질지 모른다.

자긍심self-worth은 내면에서 나와야 하고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나 세상의 평가와 무관하게 증대되어야 한다. 삶이 다 그렇듯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누구보다 낮다는 식의 믿음이나 비교가 틈입하면 안 된다. 오만해지지 않고 남보다 낫다는 생각 없이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인간은 스스로를 웃어넘기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런데 대외적 이미지나 타인과 차별화된 지위를 사수하려고 방어적인 자세로 살아간다면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별해야 한다는, 상대적인 지위를 획득해야 한다는 욕구를 버림으로써 우리 자신을 해방시켜야 한다.

욕 좀 먹어도 된다. 비난받지 않기를 바라며 평생 방어적인 자세로 살 수는 없다. 비난도 칭찬도 대체로 무시하는 게 좋다.

타인들의 평가는 예측 불가능하고 오해에 바탕을 둔 것이기 쉬워 그것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은 사람은 없다.

공동체란 본질적으로 좀 지저분하고 번거로운 법이다. 생활환경을 통제할 자본이 있을 때 우리가 먼저 하는 일은 타인들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소중한 생활공간에 접근하고 값비싼 자동차를 만지고 귀찮게 말걸기를 원치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유대의 상실이다.

평소에 베풀며 살수록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감소하고 행복감은 증가하며, 혈압은 낮아지고 예상 수명이 늘어나는 등 건강 면에서 수많은 장기적 혜택을 누리게 된다는 점이다.

진심 없는 찬사를 남발하는 사람들은 피하게 되지만, 담백하고 간결한 칭찬은 멋질 수 있다.

무의미함은 긍정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귀감으로 삼을 어떤 커다란 본보기도 의무도 없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훨씬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근본적인 무의미함은 가벼운 해방감을 준다.

바보는 삶이 본질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사람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름의 방식대로 살며 즐긴다.

머지않아 외로움은 우리 시대 최악의 사회문제로 손꼽힐 것이다. 통계가 이미 말해준다. 우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외롭고, 우리가 지금 느끼는 외로움은 건강에 대단히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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