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송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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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단편소설이었다. 송지현 작가의 이름으로 이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단편소설들이 쌓여서 책이 되기까지의 이 지난한 여정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무명일테고, 여전히 이마트 시식코너나 카페 같은 곳에서 생계를 위한 일들을 하겠지. 소설의 이야기보다 이 현실의 이야기가 마음에 조금 더 남는 건 왜일까.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닌데. 들을 때마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나는 이렇게 그들의 열심을 읽고 있는데... 왠지 마음이 씁쓸했다. 
 그래도 그녀가 내게 선물해준 이야기들은 신선했다. 작가로서의 무게가 잡혀가기 전 여러 이야기들을 시도할 때의 느낌, 창의성 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리 밝지 않은 현실을 소박하고 털털하게 받아들이는 느낌이랄까.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바삭) 
 난 다른 작가들이 그녀의 책에 써준 추천사를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녀는 여러모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우리 소소한 삶의 모습을 잘 담아주는 작가로 오래 남아주며 성장해나가길 응원해본다.

 

 

"어쩌면 이것을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바삭하고 건조해지는 것 말이야."

사실 불행해지는 것도 행복해지는 것만큼 어려운 거거든.

어쩌면 불행하다거나 죽는다는 것 자체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 누구나 죽으니까. 음, 그러니까......
그다음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머릿속을 빙빙 도는 그 문장을 잡느라 나는 한참 말도 없이 눈만 굴려야 했다.
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어떤 존재감이 중요했던 거 아닐까.

잘 산다는 건 어쩌면 더 완벽히 지겨워지기 위한 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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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19-09-05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뽕님. 아침저녁 다른 계절을 살짝 만나고 오는 듯한 날들입니다. 이 작가분 글도 (당연히) 읽어보지 못했지만 뽕님의 느낌이 글을 타고 공감됩니다. 밥 버는 일이 사는 것이라면 극소수의 행운을 갖지않은 대부분의 우리는 생계와 꿈 어디쯤에서 땀을 흘리고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소중하다 말하면.. 너무 티나는 위로 일까요. 가을색은 많이 느끼시구 감기는 멀리하세요^^..

milibbong 2019-09-05 21:56   좋아요 0 | URL
^^ 가을 장마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이네요. 전 시원하고 기분 좋던데 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두부님은 어떠실까요. 비가 좋지 않다면 이런 날엔 괜히 기분이 쳐지기 마련인데,,, 두부님은 왠지 좋아하실 것 같기도 하고 ㅎ 벌써 9월이 훌쩍 넘어 이제 곧 추석이네요. 그러고보니 전 두부님에 대해서 참 무심하게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네요. 지하철 옆사람만큼도 못한것 같은 ㅠ.ㅠ ㅎㅎ 그래도 이런 거리와 관계가 이토록 따스하게 위로로 다가온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인 것 같아요. 다 두부님 덕분이죠. ^^ 정말정말정말~요. ㅎ 너무 감사드려요. 높고 맑은 하늘의 가을만큼, 짧게 찾아오고 짧게 지나가는 가을만큼, 요새는 좋은 마음으로 지내보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두부님도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늘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일상 보내시길 바랄게요 ^^

milibbong 2019-09-05 21:57   좋아요 0 | URL
참! 요즘은 책을 잘 안 읽고 덮어두고 있어서 다음 업뎃은 조금 늦어질 것만 같아요 >_< 끄앙

artcode 2019-09-06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두 뽕님께 늘 감사해요.. 전 글도 못 올리는데.. 이렇게 안부글만 써도 좋아요. 진짜 블로그 일년에 한번은 써야는데ㅋ 태풍 바람이 거센 주말일것 같다는데 외출 조심하시구요. 한잔하는 커피와 함께 그 마저도 생각의 길이되는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