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작용 - 복잡한 세상의 단순한 법칙
장순욱 지음 / 창과샘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고, 즐거울 때가 있으면 슬플 때도 있다. 너무 당연한 말 아닌가. 세상의 이치에는 항상 음, 양이 있고, 계절도 뜨거운 여름이 있는가 하면 차가운 겨울도 있다. 어디에나 항상 상반되는 존재가 있고, 이 둘이 세상을 변화시키며 이끌어간다. 헤겔의 변증법 자체가 정반합의 과정을 통해 변화가 이뤄진다는 의미다. 그리고 우리 모두 이런 논리를 머리로 알고 있고, 또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간다. 왜냐하면 살아오면서 본 세상만사가 그렇게 굴러가니까 말이다. 

하지만 알고 있다는 것과 내 삶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다른 것 같다. 세상은 그럴지라도 나에게 기쁨이 찾아왔을 땐 슬픔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괴로움에 쌓여있을 때는 평생 그렇게만 살 것 같다. 세상의 이치, 즉 오는 게 있으면 동시에 가는 것도 있다는 말이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상사를 작용과 반작용이란 두 개의 구도로 바라본다. 저자는 내가 벽을 치는 순간 나만 벽을 치는 게 아니라 벽도 역시 나를 치고 있다는 예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은 동시에 상반된 두 개의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며, 그것의 결과는 항상 ‘0’라고 주장한다. 결국 슬퍼할 날이 있으면 반작용으로 언젠가는 최소한 그만큼 기뻐할 날도 있다는 말이다. 다만, 그 날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을 뿐이다.

책을 읽다보면 세상사는 항상 상반된 두개의 상황이 동시에 생긴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해가 뜨는 순간 그 해는 저물어가는 것이고,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죽어가고 있다는 말을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작용, 반작용이란 단어 속에서 뭔가 움켜잡고 놓치지 않으려한 우리의 모습이 우습게 보이기도 한다. 어차피 내가 가진 만큼 언젠가는 잃어버릴 것을 무엇 때문에 빼앗기지 않으려 안달하며 사는 지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게 인간 아닌가 싶다. 만약 세상 사람들이 저자처럼 반작용의 원리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면 기쁠 일도, 슬플 일도 없는, 그저 오면 언젠가는 가겠지 하는 생각에 항상 고요함 그 자체로 살아갈 것 같다. 이런 세상이 특별히 고통스럽지는 않겠지만...글세 재미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저자의 주장 중에서 기억하고 싶은 말은 인생은, 세상의 삶은 파도타기와 같다는 말이다. 오를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는 파도, 그것을 통해 우리는 변화를 느끼고 즐거움을 얻는다. 올라갈 때만큼 내려갈 때도 말이다. 그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와 같은 변화가 우리에게 즐거움을 줬다면 인생의 기쁨과 슬픔도 파도타기와 같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책 내용 중에 ‘디오게네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찾아와 도움을 청하려 할 때 그는 햇빛을 가리지 말아달라는 말 한마디로 대왕을 무색하게 만든 이야기다. 호의호식하며 제국의 스승이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말 한마디로 날려버린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자유로움이 무척 부럽다. 가진 것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기에 누구에게도 굽신거릴  필요가 없는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도 하루 세끼 밥 먹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저자 말대로 작용과 반작용을 이해한다면 그리 어려울 것 같지도 않은데....글쎄다.

꼭 성공해야겠다고 목숨 건 사람이나 내 손에 쥔 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고집 피우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어차피 언젠가는 내가 가진 만큼 잃게 되고, 잃어버린 만큼 오게 되는 세상 속에서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 때문에 쓸데없는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될 것 같다. 각박하게 살아온 지난날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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