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넘어선 CEO
캐롤 프랭크 지음, 이은주 옮김 / 아인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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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창업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마치 마라톤을 직접 뛰는 것을 이를 구경하는 것과 다른 것만큼이나 큰 차이다. 이는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 해도 사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예상할 수도 없거니와 막상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 코앞에 닥쳤을 때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의 기초라 할 수 있는 계약서문제나 사람관리문제는 실제 당해보지 않고서는 그 중요성을 가슴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것에서는 꼼꼼하다가도 진짜 중요한 부분에서는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펼치면 처음 읽게 되는 내용이 저자의 고생담이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남들에게 당한 이야기로 언뜻 보면 바보 같기도 한 사건들이자만 실제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들이다. 저자는 중요한 물건을 생산할 공장을 선정하면서 그 공장이 만든 상품을 사전에 확인도 않고 주문했고, 물건을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계약금 수준도 아닌 거액을 선금으로 지불했으며, 자신이 갖고 있는 상품의, 그것도 주력상품으로 팔고자 하는 새장의 디자인등록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공장을 잘못 선택해 고생을 했으면서도 똑같은 일을 또 다시 당했다.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직장인일 때 봤다면 틀림없이 저자가 무척 한심한 사람이거나 아이큐가 두 자리 수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업을 하면서 물건을 생산할 공장에 일절의 계약도 없이 주문을 한다거나 현금을 주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회사에 있을 때는 계약서나 상대방에 대한 보증 같은 문제를 대충 처리하고 싶어도 처리할 수가 없었다. 일단 법무팀이란 곳에서 협조 싸인이 나지 않으면 임원이 결재를 하지 않았다. 법무팀이란 곳은 전문변호사들이 모여 있는 회사조직으로 직원이 계약하는 모든 서류를 법적으로 따져 회사에 손실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사전에 봉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다.

이 부서로 계약서가 넘어가면 대략 이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 동안 그 팀에서 하는 일은 계약문구 중에 자사에게 불리하게 된 것은 없는지, 계약하고자 하는 회사의 재정 상태나 경영자의 전과기록 같은 것은 없는지, 회사의 신용등급은 얼마나 되는지 샅샅이 뒤져 하자가 없을 때만이 승인을 해 줬다.

게다가 계약이 잘못되었을 때 변제를 받을 수 있는 상대회사의 담보가 준비되지 않으면 해당 계약서를 검토하는 기간은 한 달 이상 걸렸다. 법무팀 담당자와 계약서를 쓴 직원간의 면담 때문이다. 뭐 이런 말 아니겠는가. ‘왜 이런 엉성한 회사와 계약을 하려고 하나요? 구지 이 회사와 계약을 해야 하나요? 이 회사 말고 다른 회사는 없나요? 당신 말 듣고 계약했다가 잘못되면 당신이 어디까지 책임질 건가요?’ 이런 상황에서 어떤 간 큰 직원이 계약서를 대충 써서 법무팀에 보내겠는가.

하지만 이런 것은 회사 다닐 때의 이야기이고, 어떻게든지 싸고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개인기업의 경영자 입장에서는 찬밥 더운 밥 가릴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어떤 때는 위험을 감수하고 무리수를 던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상대방에게 사정을 하다시피해서 물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다. 이런 상황을 처음 당해보는 수많은 창업자들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 책을 보면 세상에는 별의 별 일이 다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믿고 맡긴 사람이 회사의 돈을 횡령하는 것을 눈뜨고 당하기도 하고, 좀 더 일을 더 하겠다고 뽑은 직원이 도리어 일을 망가뜨리는가하면,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며 사업을 함께 시작한 동지에게 배신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이 책에 나온 수많은 사례들은 제 아무리 똑똑하고 아는 게 많은 사람일지라도 어쩔 수 없이 경험해야 하는 일들인 것 같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어느 정도 손해를 보았는지의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이 책을 보면서 최소한 나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모든 문제는 단 몇 가지의 이유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첫째, 사업의 기본을 망각하는 것이다. 즉 사전확인, 계약서작성, 담보물 설정 등 상대방과 일을 할 때 거쳐야 하는 과정을 무시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한다. 세상은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다.

둘째, 좋은 사람과 사업을 같이 할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사람이 나쁜 게 아니고 돈이 문제라는 것이다. 제 아무리 앞에서는 간을 빼줄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돈문제기 걸리면 자기 앞길부터 챙기는 것이 기업가다. 기업가는 자선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을 탓하기보다는 문제가 될 소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다.

셋째, 내 자신을 너무 믿지 않아야 한다. 일 하나가 성공했다고 해서 다음 일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유는 세상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창업을 생각하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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