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일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 지음, 김광수 옮김 / 다산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일’에 대한 의미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변해왔다. 예전에는 일을 노예들이나 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노동을 죄악시하던 시절이 있었는가하면, 육체를 위해 먹고 살려고 일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 규정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일을 삶의 필수과제로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는 일과 삶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직장인들은 항상 입버릇처럼 일을 지겹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세월이 되어야 일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리고는 편안한 여생,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놀고 먹을 수 있다는 보험이나 증권사 직원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열심히 돈을 투자하고 저축한다.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그 날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면, 퇴직하자마자 병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이고, 집에 있는 것이 짜증난다며 돈도 안 생기는 봉사 활동한다고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는 사람은 또 누구인가. 결국 일 자체가 지옥이고, 고통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했기에 괴로웠던 것뿐이다. 일은 소중하고 중요하다.

이 책을 보면 일이란 것이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잘 설명되어 있다. 단지 경제적인 문제보다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다루었고, 저자가 제시한 ‘인간적인 기업문화’라는 것이 과연 현실사회에서 성립 가능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는 것 같다. 저자가 제시한 모델까지는 가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근접한 기업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할 테니까 말이다.

저자가 주장한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우선 일에 대한 강박증다. 사람들은 자아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면 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고 하고, 이것이 결국엔 일중독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자신의 모든 것이 일을 통해 표현되므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나도 이런 경우를 당해봤기에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그리고 실제로 내 주위에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일중독에 빠지면 그는 하루 종일 일만 한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모르겠지만 일정표를 열심히 뒤적거리며 다음 일을 찾는다. 그리고 그의 만족은 하루 종일 온몸이 뻐근하도록 일을 했을 때만이 느낄 수 있다. 그는 항상 자신이 일을 많이 했고, 또 열심히, 바삐 살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직장을 떠나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의 모습은 평소 일할 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저자는 일중독, 또 일 기피자에게 일이란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인생에 대한 논한 많은 사람들은 삶을 대개 5~6차원으로 나누는데, 일은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고, 존재의미를 느끼고 필요하다면 경제력을 얻는 그런 것 말이다. 이는 인간에게는 가족, 친구, 사회의 관계도 있고, 동물과는 달리 정신과 영혼도 소유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거들떠보지 않은 채 일이란 것 하나만을 생각한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또 하나는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저자의 조치다. 그는 일에 함몰되지 않으려면 일과 일정거리를 두라고 한다. 일에 중독되거나 일을 기피하는 것이 보기에는 달라보여도 동일한 심리 메카니즘인데, 일을 통해 자신을 평가하고 평가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가 일을 잘하면 나는 위대한 존재이고, 내가 일을 실패해서 비난받으면 사회에서 가치가 없는 인간으로 스스로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식구조는 상당히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살아가면서 모든 일을 성공할 수 없다. 필연적으로 어떤 때는 멋지게 성공하지만, 또 어떤 때는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인간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나’라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는 인간 자체의 모습을 바라보지 않고 일의 성공과 실패에 목숨을 건다는 것이 무리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일은 무척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현대인은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든, 자선사업이든 간에.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이란 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이지, 그것이 목적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비록 남을 위해 일한다 쳐도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그 일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의 문제는 바로 내 자신에게 달려있다.

절대 일에 모든 것을 걸지 마라. 저자가 가장 강하게 주장한 말이고, 나에게도 깊이 와 닿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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