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다이어리 - 나를 변화시키는 1%의 비밀
샌디 그레이슨 지음, 안기순 옮김 / 꽃삽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거의 7~8년 동안 책을 전혀 안 봤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직원들이 갖다 주는 자료만 봐도 시간이 모자를 지경이었고, 또 책상 앞에 앉아있기보다는 현장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책 보기 싫어 짜 맞춘 핑계였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영원할 것만 같았던 직장이 불안해 졌고, 그 때부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해답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는 책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두 권 정도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주일에 두세 권의 책은 별 무리 없이 읽어나가지만, 그 때에는 그 숫자도 대단한 분량이었다.

당시 일년정도 책을 보면서 달라진 점은 우선 마음이 많이 안정되었다는 것이고, 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엇인가 토해내고 싶다는 강렬한 의식이 싹텄다는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몇 십년을 살아온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 떠 오른 생각을 생각의 끈(이 책의 저자가 표현한 단어)으로 삼고 손가락이 가는대로 자판을 치기 시작했다.

3년 전을 되돌아 보면, 글을 쓰면서도 신기한 것은 그저 생각나는 대로 써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보면 어떤 한가지 내용으로 전체 문장이 통일되어 있다는 점이었고, 내가 무엇을 쓰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도 어떤 때는 울기도 하고 어떤 때는 화가 나 소리를 지르며 컴퓨터자판 두들겼다는 점이다. 눈물이 많이 흐를 때는 컴퓨터 화면을 볼 수가 없어 손가락만 자판 위를 왔다 갔다 할 때도 있었다. 이것이 일열의 나를 찾는 독서라는 서평을 쓰게 된 계기다. 책을 보며 느낀 점을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은 채 터져 나오는 대로 컴퓨터 화면에 내던진 것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지 대략 3년쯤 지난 것 같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써 내려갔던 글이 이제는 조금씩 문장처럼 보이게 되었고, 마음도 많이 편안해 졌다. 특별히 미워할 사람도, 원망할 일도 없는 상황이 되었고, 답답하던 마음도 많이 풀렸다. 특히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두려움도 많이 사라졌다. 단지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진정 내가 원하는 길인지에 대한 확신만 부족할 뿐이다.

글을 쓴다는 것, 특히 일기처럼 습관적으로 뭔가를 쓴다는 것은 상처 받은 마음을 치료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평소 느끼지 못한 고통과 아픔도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겉으로 드러나게 되고, 그것들을 문자로 표현함으로써 토해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아픈 감정이 해소되면, 그 때부터 진정한 자신의 내면을 들여 다 볼 수 있게 된다.

내가 왜 그렇게 울었을까? 내가 그 사람을 왜 미워했지? 그 때 그 상황이 진짜 고통스러운 날들이었나? 내가 왜 등등 감정을 느낄 때는 당연한 것처럼 보였던 것들이 달리 보이게 되는 것이다.

서평은 나에게는 일기 같은 것이다. 물론 매일 쓰지는 못하지만 일주일에 한두 개 정도의 글을 쓰다 보면, 지난 날의 파편들이 서로 짝을 이루어 잊었던 모습들을 다시 그려진다. 그리고 당시 느꼈던 아픔과 후한들이 새롭게 다가오고, 가슴 속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 평온한 마음으로 잠들게 된다. 겉으로 꺼내지 않았으면 언젠가 안에서 곪아 열병처럼 나를 괴롭힐 상처들이다.

저자는 일기 쓰기를 통해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자신의 모습을 다시 찾고, 그리고 미래의 삶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뭔가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상황이라면 일기 쓰기를 해 보라고 한다. 그 과정을 통해 평소 깨닫지 못한 자신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근심을 일기에 쏟아 놓으면 근심은 당신을 억누를 힘을 잃기 시작할 것이다. 걱정스러운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나면, 머리 속이 불안으로 흐려져 있을 때는 통과할 수 없었던 따사로운 격려를 받을 수 있다. 더욱 바람직한 관점이 모습을 드러내어 더 이상 두려움에 버둥거리지 않고 명쾌한 길을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일기 쓰기를 자신의 내면, 저자의 표현으로는 영혼,과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의식적으로 문장을 억제하거나, 잘 쓰겠다는 강박관념 없이 생각나는 대로 써 나간다면, 어느 순간 내 안에 숨겨진 의 생각을 듣게 된다. 물론 그 생각이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에게는 가장 잘 어울리는 생각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글쓰기란 것이 없었으면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퇴사를 생각하며 두려움에 빠져 허우적대던 3년이란 세월. 직장이 나의 천직인 줄 알며 살아왔던 내가 퇴사하고 내 방에 앉아 일하며 지내온 1년 반이란 세월동안 글쓰기는 나를 안정된 모습으로 지켜주고, 마음의 평화와 여유로움을 유지해준 둘도 없는 내 친구였다.

그런 점에서 일기 쓰기는, 아니 꼭 일기를 쓴다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을 항상 글로 표현하는 습관은 자신의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매우 소중한 자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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