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ulture Code: An Ingenious Way to Understand Why People Around the World Buy and Live as They Do (Paperback) - 『컬처 코드』 원서
클로테르 라파이유 지음 / Broadway Books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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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말, 지프 랭글러는 미국시장에서 옛 지위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사커 맘(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넓고 편한 SUV차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회사 출근용으로, 아이 통학용으로, 쇼핑용으로 지프 랭글러는 조금 부족할 것 같지 않은가.

크라이슬러는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소비자조사를 실시했고, 수십 개의 FGI(포커스그룹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조사결과는 차가 좁고, 불편하고, 쿠션이 없고, 기타 등등 우리가 연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대답이 나왔다.

조사결과에 따라 경영진들은 현재의 차를 개조해야 한다고 결론 지었다. 현재의 착탈식 문(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문)을 고정식으로 교체하고, 지붕도 컨버터블형(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문)이 아닌 고정식 지붕으로 개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보다 편안한 좌석과 더 넓어진 짐 공간을 만들어 기존 SUV차량과 거의 같은 차로 바꾼다는 것이었다. 크라이슬러만의 독특한 이미지와 기능을 가진 지프 랭글러가 사라질 상황이었다.

그 때 이 책의 저자인 클로테르 라파이유가 반대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시장조사를 다시 실시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미국인들이 지프에 대해 갖고 있는 코드는 (Horse)이다. 그것은 드넓은 들판을 달리거나 일반자동차로는 갈 수 없는 험난한 곳을 거침없이 달리는 그 무엇이다. 말은 화려한 장비도 없고, 안장도 거친 가죽이며, 말을 탄다는 것은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것이다. 따라서 지프 랭글러는 지금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야만 한다. 다만, 말을 탈 때 다는 전조등은 둥근 모양이기에, 현재 차의 사각 전조등을 원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크라이슬러 경영진은 이 제안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도 그의 말을 따랐고, 다음과 같은 지프 랭글러 광고를 방영했다.

한 어린아이가 개 한 마리와 산 속에 있다. 그런대 갑자기 개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간신히 나무에 매달려 있다. 아이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가까운 마을로 달려간다. 길가에 도착한 아이는 다가오는 세단형 자동차를 그냥 보내고, 미니밴, SUV도 보내더니, 지프 랭글러를 보자 도와달라고 손을 흔든다. 지프 랭글러를 몰고 아슬아슬한 산악 지형을 올라간 운전자. 그는 민첩한 동작으로 개를 구해낸다. 아이가 개를 끌어안고 운다. 그리고 운전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 뒤를 돌아보지만, 지프 랭글러는 이미 방향을 돌려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아이가 고맙다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을까.

! 미국인들이 이 광고를 보고 무엇을 연상했을까. 아마도 미국 서부시대의 정의로운 보안관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미국인의 우상인 존 웨인과 같은 정의의 보안관 말이다. 그는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다. 무법천지인 서부에서 불의를 없애는 정의의 사도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한 일을 내세우지도, 자랑하지도 않는다. 불의를 없앤 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듯이 말 없이 자기 길을 갈 뿐이다. 이 때 은 이들과 떼어놓을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소품이다.

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이 지프 랭글러는 미국시장에서 다시 힘을 얻었다. 말과 같은 느낌을 주는 지프 랭글러에 환호를 보낸 것이다.

그렇다면 크라이슬러가 유럽시장에서 지프 랭글러를 팔 때는 어떻게 했을까?  그 곳에서도 을 연상시키는 광고를 했을까? 글쎄다.

저자가 조사한 유럽 사람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인들이 갖고 있는 지프에 대한 개념은 미국사람과는 달리, 해방자(Liberator)이라는 코드였다. 그들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자신들을 히틀러로부터 해방시켜준 미국인의 지프를 연상했다. 미군이 독일군을 몰아내고 그 지역으로 들어올 때 맨 앞에서 부대를 이끈 차가 바로 지프이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는 유럽시장을 위해 새로운 광고를 만들었다. 그것은 지프의 역사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와 독일을 해방시킨 미국인이 타고 다니던 지프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프 랭글러와 전쟁당시의 지프를 연계 시킨 광고다. 크라이슬러가 유럽 사람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이 차가 바로 당신들을 해방시켜 준 바로 그 차입니다. 이다.

저자는 말한다.  “’컬처코드란 우리가 속한 문화를 통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다 독특한 방식으로 우리 각자를 자신이 속한 문화에 의존하게 하는 이 제 3의 무의식은 바로 문화적 무의식이다. 따라서 이러한 독특한 무의식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이미지를 상품에 부여할 수 있다면, 이는 단순히 기능상 차별화가 아닌, 각각의 사람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욕구(want)에 맞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컬처코드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시장조사 방법으로는 어렵다. 사람들은 질문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질문자가 원하는 답을 해 주려고 하고, 게다가 논리적으로 설명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적인 무의식,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meme(밈)이라는 문화코드는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에 존재한다. 따라서 저자는 컬처코드를 찾기 위해 조사자들을 수면상태로 만들기도 하고, 어떤 단어와 관련된 사진을 오려 붙이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조사자들의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야만 그들의 문화코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미국 사람들의 지프와 말을 연결시키는 연상내용, 프랑스와 독일 사람들을 통해 발견한 해방자라는 개념은 평소에는 느끼기 어려운 것들이다.

내가 이 책을 보면 감탄한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시장조사회사의 수석연구원 경력 6년, 그 후 신규사업과 신상품개발 업무로 인해 항상 시장조사를 옆구리에 끼고 살아 왔지만 저자와 같은 개념을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로지 객관성과 논리성만이 시장을 지배한다고 착각한 채 살아 왔다.

인간의 가치와 태도를 결정하는 문화.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우리는 그것 들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간다. 예를 들면 남자는 밖에 나가 돈을 벌고, 여자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하는 것이 옳다는 인식 같은 것이다. 이 때 우리가 살아가는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문화 속에서 어떤 상품이나 사물이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저자 말대로 마케팅에서 블랙박스로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을 열어볼 수 있는 열쇠를 갖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모든 문화는 저마다 이런 단어(해와 달 같은)들에 대한 해석 즉 코드가 다르다. 코드를 찾아내면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 즉 우리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행동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안경을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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