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엘리트 - 마오쩌둥에서 제5세대 지도자들까지 살림지식총서 332
주장환 지음 / 살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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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항일전쟁, 사회주의 개조, 문화대혁명, 개혁․개방의 5가지 척도로 중국 정치 엘리트의 세대를 구분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중국 정치 엘리트의 대다수를 한족이 차지하고, 남성이 월등히 우세하며, 공산당원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은 쉽게 추론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개혁․개방의 물결을 타고 등장한 정치 엘리트들이 군인 출신보다 자연과학, 재정, 경제, 응용과학자 출신이 많다는 분석은 현대 중국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좋은 키워드가 될 것 같다. 사실을 근거로 철저히 실험하고 검증하여 결론을 얻어내는 데 익숙한 과학도들이 최고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 특색 있다. 1세대에서 5세대에 이르는 대표적인 정치가를 밀도 있게 추적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개괄적으로 훑어보기에는 정갈하고 매끄럽게 잘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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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원 인생 -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안수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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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통계와 확률이 내게 주는 안도감과 위로는 오랜 시간동안 커다랗게 부풀려져 왔다. 숫자 앞에 설 때마다, 다른 이들이 보일 틈이 없었다. 실업률, 최저임금, 적정 노동시간, 경제 성장률 등등 숫자로 표기되는 경제 지표들은 주변을 돌아보는 대신, 온전히 내 자신에게만 집중하도록 종용했고, 통계의 표본에서 살짝 비껴간 내 상황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통계에는 비루한 가난의 냄새도 실려 있지 않았고, 현장의 처절한 사투 역시 말끔한 진공상태로 억눌려 제시되었다. 깔끔하게 마감된 통계 치를 보면서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는, 지금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노라고 몸부림치는 이웃들의 모습을 읽어낸다는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된 시도였을런지 모른다. 살로 부대끼고, 눈으로 마주해야 느끼는 삶, 그 자락의 애절한 이야기들을 숫자로 대신 표현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4명의 기자들을 통해서, 식당 아주머니들의 쉴 틈 없는 노동 잔혹사를 보지 않았더라면, 극한의 피로를 무릎 쓰고 공장 일에 매달리는 직공의 일상을 엿보지 못했더라면, 거대 자본의 부품이라도 된 듯 하청의 연결 고리 가장 아래에서 오늘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마트의 유령 점원들을 눈여겨보지 못했더라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몰이해와 비인권적인 처우를 마주하지 못했더라면, 숫자들은 끝내 나를 울리지 못했을 것이다. 기자들은 숫자에 현실을 덧입혔고, 비딱해진 양심들 위로 지성의 환기를 주문했다.

   단아한 숫자들을 떠받들고 있는 현실의 비참한 노동 현장, 굴레의 세습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기울어가는 사회, 대책은 난무하지만, 정답은 현장으로 진입조차 못하고 있다는 사실.. 읽는 내내 속이 아렸다. 가슴으로 새겨지고, 의식 속으로 거푸 거듭나는 활자들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 분들의 노동 가치에 비해 내가 하는 일들이 너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과연 내가 그 분들보다 개인적인 능력이 있어서(?) 가난한 노동의 순환선을 가까스로 탈출했다고 자평하는 것이 바른 판단인지, 동정어린 시선과 그럴싸한 대안으로 정답을 제시하면서 양심을 가볍게 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아무리 이상적인 사회라 하더라도, 사회 구조 속에서는 누군가는 그늘에 설 수 밖에 없다고, 그것이 마땅하다고 얕은 인식으로 비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활자들은 물음표가 됐다가 느낌표가 됐다가 말줄임표가 됐다가 점점 탄식으로 바뀌어갔다. 그 분들은 타인이 아니고, 내 오빠고, 누나고, 어머니이며, 동생의 얼굴을 닮았다. 6명을 거치면 대한민국 모든 사람을 안다는 데, 그들의 어려움과 절망감을 이렇게까지 모르고 살았다는 게 참 많이 부끄러웠다.

   과연 대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 처절한 현장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공유하고, 나눌 수 있다면, 거기에서부터 진짜 길 찾기가 시작될 수 있으리라, 그렇게 답하고 싶다. 눈으로 본 사람들이, 들어서 가슴 아파본 사람들이, 그래서 함께 운 사람들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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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언라이 - UN도 감동한 위대한 지도자
김상문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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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보다 서열이 낮았던 마오쩌둥이 1인자로 등극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으며, 온갖 압박을 받으면서도 실용노선의 덩샤오핑을 지켜낸 저우언라이. 오늘의 중국이 있기까지 마르크스주의를 고수면서도,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끝까지 정치 미학을 발휘한 저우언라이의 궤적을 한 눈에 담기에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덕망과 청빈한 삶, 현장의 경험을 귀하게 여기며, 국제 무대에서 중국 외교의 힘을 적절하게 발휘한 그의 장점을 읽다보면, 실정과 실수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만큼 이 책은 그의 미덕에 초점이 맞춰 있다. 아니, 어쩌면, 저우언라이의 평생의 정치가 혁명의 선상에서 이루어졌기에, 그만큼 큰 단점을 찾기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또 삽화 위주의 구성은 역사적 배경 지식 없이 읽으면, 그것이 실제라 하더라도 신화 만들기를 위해 고안된 장치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삽화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품도록 하는 것, 이 책의 유일한 아쉬움이다.

   트로츠키가 외교관, 행정가로 활약하면서도, 이념을 확대하고 생산하며, 동시에 자신의 신념을 삶으로 보여준 혁명가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저우언라이는 폐허로 주저앉은 중국을 일으켜 세우는 데 혁명가로서 자신의 일념과 인생을 바쳤다. 최고의 권력을 가졌으면서도, 최선을 다해 낮아졌던 정치가. 국가와 이념을 떠나 시대와 역사 앞에서 자신의 좌표를 분명히 자리매김하고, 그 무게를 올곧게 감당한 정치가의 삶은 감동이다. 아내 덩잉차오에 대한 애틋한 사랑, 죽은 혁명 열사들의 자녀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가르치고 키운 정성, 생선과 고기를 올리지 말라는 명령, 왕푸징 동승화 구둣가게의 헝겊신 삽화..작은 일상 속에서도 그의 넉넉하고 푸근한 인품이 묻어난다. '우리는 현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때 현실성 없는 일을 목표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지고 불가능한 일을 추구하면 조급증이 발동하고, 이 조급증은 일을 그르칠 수 밖에 없습니다' 뛰어난 현실감각과 이상주의자로서의 냉철함을 겸비한 저우언라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2인자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할 줄 아는 유연한 지도자. 닉슨의 표현대로 마오쩌둥이 없었더라면, 중국의 혁명에 불이 붙지 않았겠지만, 저우언라이가 없었다면 그 불길이 다 타서 재가 되고 말았을 것이라는 데 동감한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저우언라이가 있었던 중국이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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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리다 - 더 큰 나를 위해
박지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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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공 월드컵을 맞으면서 박지성의 축구 이야기를 육성으로 듣고 싶어졌다. 무명의 설움을 딛고 2002 월드컵, 히딩크의 황태자가 된 박지성. 마침내 꿈의 무대 맨유에 입성한 그의 궤적을 따르다 보면, 왜 그가 추구를 잘 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왜 그의 축구는 아름답고, 축구다운 축구로 다가오는지 쉽게 이해된다.

   그는 자신을 드러내는 축구가 아니라, 자신이 활용되는 축구를 지향한다. 골을 넣을 수 있도록 기여하는 선수를 꿈꾼다. 스스로 드러나는 대신 잠잠히 헌신하고, 그러므로 비로소 발견되기를 바라는 소박한 꿈을 엿보면서, 축구장 밖에서도 통하는 그의 인품과 인격이 다시 존경스러워졌다.

   재활 기간 동안 눈과 귀를 막고, 피아노를 배웠다니, 축구에 몰입하면서도 동시에 축구에서 스스로 외떨어지는 능숙한 재능은, 부러워지기까지 했다. 축구 인생의 좌표를 더듬으며 끊임없이 정진을 재촉하는 그 잰 걸음이, 그의 축구 미학과 철학에 대한 소신이, 기울어가는 일상의 의지마저도 야무지게 다잡도록 유쾌하게 전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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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외치다
류은숙 지음 / 푸른숲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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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이 땅의 정의를 가늠하고자 한다면, 그 척도는 인권 이어야 할 것이다. <가장 낮은, 가장 약한 사람들의 열망으로 바꾸어온 역사>, 책 표지에 박힌 타이틀은 결코 점잖은 '말'일 수 없다. 인권이, 피울음이 간간히 베어 나오는 '절규'일 수 밖에 없는 까닭, 그 이유를 온전히 간파하기에는 1장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5천만 명이 죽고서야 겨우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 새로운 사회를 꿈꿀 수 있는 자유와 평등을 인간의 권리로 규정한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 남성과 평등한 여성을 꿈꾼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의 의사에 대하여 철저한 위임관계를 지켜야하는 대표, 이를 위하여 유권자의 파면과 통제를 권리로 규정하고, 압제에 대하여 봉기하며, 생존권, 노동권, 휴식권을 재산으로 인정한 바를레의 <사회 상태에 있는 인간 권리에 관한 엄숙한 선언>, 비록 현실 속에서 한계에 부딪혔지만, 소유권을 자연권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의 산물이라고 규정한 로베스 피에르의 <재산권에 대해>, 토지와 수입의 균등한 분배가 있어야만 예속과 불행을 차단할 수 있다고 믿었던 <바뵈프의 원칙>, 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당긴 <파리 코뮌 선언>, 모든 인간의 평등을 선언하고, 독립을 쟁취한 <미국 독립 선언서>, 아무것도 없었지만, 흑인 여성의 권리를 혼신을 다해 외쳤던 소저너 트루스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노예의 자유를 선언한 <노예 해방 선언>, 토지의 사적 소유를 폐지하고 모든 생산 수단의 사회화를 강조한 <노동 피착취 인민의 권리 선언>, 인권이 결국은 부르주아의 권리라면서 그 이중성을 폭로한 마르크스의 <유대인 문제에 대하여>, 현실 정치가의 수사로 장식되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도달해야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규정한 루스벨트의 <네 가지 자유에 관한 일반교서> 및 <열한 번째 일반 교서>, 빈곤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폭로한 <런던 부랑인의 절규>, 권리를 가지기 위한 권리, 교육권의 정신을 구현한 <교육의 차별 금지 협약>, 신앙의 자유를 천명한 <관용법>,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헤이비어스 코퍼스 법>, 성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요그야카르타 원칙>, 장애인의 권리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장애인 권리 협약>, 노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존중하기 위해 마련한 <노인을 위한 유엔 원칙>, 시혜나 보조의 개념이 아니라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봉착한 개인에 대한 사회보장을 권리로 규정한 <사회보장:새로운 합의>, 누구나 정치, 경제, 문화, 사회에 참여하고, 그 포괄적인 혜택을 받아야하며,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을 제거해 나가야한다며, 발전권을 인권의 근간으로 보장한 켄 사로위와의 <발전권 선언>,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아동 권리 협약>, 노예 노동의 종말을 꿈꾸는 <노예제 조약>, 굶지 않을 권리를 천명한 <적절한 식량에 대한 권리>, 매카시즘의 광기 한 복판에서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던 더글라스의 <민중의 인권>, 이주노동자의 권리와 의무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인권위원회 탄생의 근간이 된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 이 밖에도 인권을 그린 노래와 시, 명연설, 고전들의 내용이 고스란히 한 권에 담겨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라도 인권의 역사를 써내려간 숱한 이력의 표징들을 반복해서 열거하고 싶은 욕망에 시달릴 것이다. 인간의 진짜 인간됨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싸우며, 정진한 그 발자취를, 망각의 심연으로 쉽게 내려놓기에는 그 절절한 역사는 더 없이 치열했다. 
 

   숱한 인권 규정과 선언이 되풀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권을 말하는 대신 외칠 수 밖에 없는 현실. 여전히 무엇이 인권이고, 어떤 인권을 지향해야 할런지 둔탁한 탁음들만이 허공 속에서 부유한다. 인권을 자연스럽게 말하고, 인권에 대해 당연하게 귀기울일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전쟁과 도륙과 착취와 압제의 역사를 외우는 것보다 더 공들여 인권의 자취를 기억하고 암기해야하지 않을까. 인간됨의 마지막 양심은 언제나 인권을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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