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외치다
류은숙 지음 / 푸른숲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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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이 땅의 정의를 가늠하고자 한다면, 그 척도는 인권 이어야 할 것이다. <가장 낮은, 가장 약한 사람들의 열망으로 바꾸어온 역사>, 책 표지에 박힌 타이틀은 결코 점잖은 '말'일 수 없다. 인권이, 피울음이 간간히 베어 나오는 '절규'일 수 밖에 없는 까닭, 그 이유를 온전히 간파하기에는 1장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5천만 명이 죽고서야 겨우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 새로운 사회를 꿈꿀 수 있는 자유와 평등을 인간의 권리로 규정한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 남성과 평등한 여성을 꿈꾼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의 의사에 대하여 철저한 위임관계를 지켜야하는 대표, 이를 위하여 유권자의 파면과 통제를 권리로 규정하고, 압제에 대하여 봉기하며, 생존권, 노동권, 휴식권을 재산으로 인정한 바를레의 <사회 상태에 있는 인간 권리에 관한 엄숙한 선언>, 비록 현실 속에서 한계에 부딪혔지만, 소유권을 자연권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의 산물이라고 규정한 로베스 피에르의 <재산권에 대해>, 토지와 수입의 균등한 분배가 있어야만 예속과 불행을 차단할 수 있다고 믿었던 <바뵈프의 원칙>, 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당긴 <파리 코뮌 선언>, 모든 인간의 평등을 선언하고, 독립을 쟁취한 <미국 독립 선언서>, 아무것도 없었지만, 흑인 여성의 권리를 혼신을 다해 외쳤던 소저너 트루스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노예의 자유를 선언한 <노예 해방 선언>, 토지의 사적 소유를 폐지하고 모든 생산 수단의 사회화를 강조한 <노동 피착취 인민의 권리 선언>, 인권이 결국은 부르주아의 권리라면서 그 이중성을 폭로한 마르크스의 <유대인 문제에 대하여>, 현실 정치가의 수사로 장식되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도달해야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규정한 루스벨트의 <네 가지 자유에 관한 일반교서> 및 <열한 번째 일반 교서>, 빈곤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폭로한 <런던 부랑인의 절규>, 권리를 가지기 위한 권리, 교육권의 정신을 구현한 <교육의 차별 금지 협약>, 신앙의 자유를 천명한 <관용법>,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헤이비어스 코퍼스 법>, 성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요그야카르타 원칙>, 장애인의 권리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장애인 권리 협약>, 노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존중하기 위해 마련한 <노인을 위한 유엔 원칙>, 시혜나 보조의 개념이 아니라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봉착한 개인에 대한 사회보장을 권리로 규정한 <사회보장:새로운 합의>, 누구나 정치, 경제, 문화, 사회에 참여하고, 그 포괄적인 혜택을 받아야하며,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을 제거해 나가야한다며, 발전권을 인권의 근간으로 보장한 켄 사로위와의 <발전권 선언>,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아동 권리 협약>, 노예 노동의 종말을 꿈꾸는 <노예제 조약>, 굶지 않을 권리를 천명한 <적절한 식량에 대한 권리>, 매카시즘의 광기 한 복판에서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던 더글라스의 <민중의 인권>, 이주노동자의 권리와 의무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인권위원회 탄생의 근간이 된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 이 밖에도 인권을 그린 노래와 시, 명연설, 고전들의 내용이 고스란히 한 권에 담겨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라도 인권의 역사를 써내려간 숱한 이력의 표징들을 반복해서 열거하고 싶은 욕망에 시달릴 것이다. 인간의 진짜 인간됨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싸우며, 정진한 그 발자취를, 망각의 심연으로 쉽게 내려놓기에는 그 절절한 역사는 더 없이 치열했다. 
 

   숱한 인권 규정과 선언이 되풀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권을 말하는 대신 외칠 수 밖에 없는 현실. 여전히 무엇이 인권이고, 어떤 인권을 지향해야 할런지 둔탁한 탁음들만이 허공 속에서 부유한다. 인권을 자연스럽게 말하고, 인권에 대해 당연하게 귀기울일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전쟁과 도륙과 착취와 압제의 역사를 외우는 것보다 더 공들여 인권의 자취를 기억하고 암기해야하지 않을까. 인간됨의 마지막 양심은 언제나 인권을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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