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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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갇힌 채 뜨거운 열기에 죽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지는 서장을 보면서 이런 일이 일본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한국에서는 어린이집 차량에서 발견되지 않고 남아 있다가 그런 적이 많았었다. 그로 인해 관련 법안도 만들어지고 여러가지 타개책을 내놓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마약이나 노름, 도박에 빠져서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부모들이 많다던가. 이래저래 아이들이 살아남기 힘든 그런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아름다운 오너에,

묘하게 사람을 깔보는 데가 있는 통통한 프런트 직원과

백발의 오드아이인 요리사까지.

이 여관의 직원은 어째 다들 세상과 동떨어진 느낌이다.

42p

여자와 남자 그리고 소년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각 장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은 현실에서 힘든 상황에 놓여있고 그렇게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 여관이라는 두 글자만 있을뿐 다른 어떤 표시도 없다. 주인공들만 등장하고 다른 손님은 없는지 조용하다. 손님은 없는데 직원은 존재한다. 그것도 아주 특색있는 직원이다. 직원을 설명해 놓은 글을 잘 읽어가다보면 묘하게 어울리는 고양이들을 떠올리게 된다. 아름다운 오너란 잘 관리되어 있는 페르시안 고양이를, 흰샌 바탕에 갈색과 검정색 무늬가 있는 옷을 입은 프린트 직원은 삼색 고양이를 그리고 오드아이는 고양이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니던가. 거기에 천방지축인 보이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고양이 총집합체가 된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도와준다. 자신이 맡고 있는 아이돌 그룹이 저지른 일을 처리해야 하는 여자와 임신한 여자 친구에게서 도망치는 남자 그리고 임신했다는 이유로 해고 당한 여자와 힘든 스포츠 동아리 활동에서 도망친 소년 그리고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여자까지 나이 대도 성별도 그리고 물론 이곳까지 오게 된 경우도 다양하다. 자발적으로 오게 된 경우도 있지만 길을 잃고 오기도 하고 어쩌다 보니 오기도 한다. 그들은 이곳에서 공통적으로 다섯 살 짜리 여자 아이를 만난다. 그 아이를 통해서 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되며 어떤 도움을 얻게 될까.

뒷표지에는 그곳에 머문 손님들은 어김없이 서늘한 악몽을 겪는다라고 적혀져 있지만 난 그들이 위안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일을 겪었다. 누구에게라도 위안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누구도 이해 못할 수도 있고 오히려 답답해지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던가. 사람과 사람의 이해관계란 한계가 있는 법이니 말이다. 이곳 미아키스에서는 다르다. 오드아이의 요리사가 해준 요리를 먹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렇게 하라고 적확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아낸다. 

소설 속의 고양이들은 참으로 신기한 존재들이다. 현실의 고양이는 별로라 하고 무서워 하지만 소설 속의 고양이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인간의 마음을 대변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러니 고양이가 나오는 소설을 외면하기란 앞으로도 계속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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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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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27살의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완전 범죄를 꿈꾼다. 아니 실행한다. 이미 소년 시절이었을 때 경험해 본 바다. 하나의 살인을 위해서 아니 완벽한 살인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부가 필요하다. 철저히 대상을 연구하고 들어가서 행할 일을 계획하고 나올 길을 준비한다. 경찰에 잡혀서 감옥에 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럴 거라면 시도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때까지 잡힌 적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살인자다. 

증거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사람을 죽이면 된다.

아무도 모르게 절대로 걸리지 않는 완벽 범죄 말이다.

12p

그에게 폭행을 가한 사람이 있다. 고소를 했다. 다시 찾아와 2차 가해를 저질렀다. 더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 그는 완벽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그것이 가져올 더 큰 피해는 생각지 못한 채로 말이다. 아무리 완벽했어도 조사에 미흡한 부분은 남았다.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기는 놈 위에는 걷는 놈이 있기 마련이고 걷는 놈 다음에는 뛰는 놈 그리고 그 위에 나는 놈이 있기 마련이다. 공장에 다니던 그가 모르던 세계는 늘 존재했고 그렇게 그는 또 다른 세상으로 이끌려지게 된다. 자신을 때린 그 남자를 죽였냐고 묻는 사람은 그의 아버지다. 대기업의 회장이다. 돈으로 안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그는 극구 부인을 한다. 발뺌을 한다.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을 해본다. 결론은 하나다. 부인만 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 그렇게 그는 세상과 타협을 하고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한다. 살인.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던가. 이제 그를 찾아온 사람은 검사다. 그는 덮어 놓고 대뜸 물어본다. 이러이러한 사람을 죽였느냐고 말이다. 이미 다 알고 온 거 아닌가? 그렇다면 그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신병을 확보했으니 체포를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검사는 왜 그를 개인적으로 찾아온 걸까.

다 아니다. 사람을 죽이고 그런 화려한 미래는 없다.

222p

범인인 그가 어떻게 완벽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은 범죄의 교과서가 되려나. 작가는 철저하게 그런 부분을 피해간다. 단지 그저 완벽하다고 할 뿐이다.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어떻게 경찰의 검증을 피할 수 있는지 단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단지 그의 완벽함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의 행태만 반복될 뿐이다. 이쯤 되면 그의 능력을 이용한 그들에게 그가 봉이 되어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야만 한다.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 우리가 누구일지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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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에게 자비는 없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강지영 외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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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라는 장르를 좋아한 적 있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바뀌었다.

장르문학에 진심이 작가들이 쓰는 느와르는 또 무언가 다를까.

표제작인 전건우 작가님의 프리랜서에게 자비는 없다

이 작품은 베스트셀러 극장같은 단 편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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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5 - 휴가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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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로 나오는 책들은 그 순서대로 읽어주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한 권만 읽어도 지장이 없을 정도로 구성을 해두었다. 보통 장르소설의 경우 하나나 두 개의 별개의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주인공의 생활을 따라간다는 느낌을 빼면 그렇게 단권만 읽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북극 허풍담의 경우는 다르다. 지도는 있지만 별도의 등장인물 소개는 없이 바로 시작해 버려서 나처럼 이전 책들을 읽지 않은 경우 이 사람은 누구이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거기다 닐스 노인을 죽이고 나갔던 할보르가 돌아오지 않는가. 아니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겠는데 그 사람이 닐스 노인을 왜 죽인건지 아니 거기서 더 나아가서 왜 닐스 노인을 잡아 먹은 건지 참 궁금해지지 않는가. 이 책에서는 그 이후의 일을 알려줄 뿐이지 이전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피하고 있어서 그래서 더 알고 싶어진다. 이 할보르라는 친구는 왜 사람을 잡아 먹은 것인가 말이다. 헷갈려서 그랬다고는 하나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할보르는 진짜 정신이상이 있는 것일까.

그가 이상해지기 전에 신을 발견했다면, 그래서 닐스 노인과 대화를 나누듯 신과 대화를 나누었다면, 닐스 노인은 그렇게 죽지 않아도 되었을 터였다.

39p

신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그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혼자서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어느순간 자신이 죽였던 닐스 노인과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죽을 뻔한 위험에서 살아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닐스 노인은 정말로 할보르를 도와주고 있는 것일까. 유령의 존재로 말이다. 위험에서 벗어난 할보르는 피오르두르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소중히 여기던 파이프를 잃어버리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쌍안경을 줄 수 밖에 없었던 매스 맨슨. 그리고 그런 그를 잘 이용한 빌리암. 닥터와 함께 휴가를 나선 모르텐슨. 그러다 마주한 소떼들. 그 사향소들을 잡으러 떠난 백작과 볼메르센 그리고 라스릴. 무엇인지 알 것도 모를 것도 같은 아랫도리 병에 걸린 한센 중위. 그런 그를 도와주러 산파를 데리러 가는 밸프레드. 시를 쓰는 안톤. 모두가 다 하나같이 독특한 캐릭터로서 존재한다. 그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면서 말이다. 어느 한 등장인물도 소홀히 여길 수가 없는 그런 이야기다. 

첫장에서는 베슬 마리호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마지막 장에서도 여전히 베슬 마리호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떤 신상에 변화도 생겼으며 새로운 사람도 등장을 했다. 이렇게 된다면 이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덴마크 작가가 쓴 북극에 사는 그들이 펼치는 시트콤적인 일상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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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에게 자비는 없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강지영 외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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