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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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27살의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완전 범죄를 꿈꾼다. 아니 실행한다. 이미 소년 시절이었을 때 경험해 본 바다. 하나의 살인을 위해서 아니 완벽한 살인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부가 필요하다. 철저히 대상을 연구하고 들어가서 행할 일을 계획하고 나올 길을 준비한다. 경찰에 잡혀서 감옥에 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럴 거라면 시도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때까지 잡힌 적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살인자다. 

증거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사람을 죽이면 된다.

아무도 모르게 절대로 걸리지 않는 완벽 범죄 말이다.

12p

그에게 폭행을 가한 사람이 있다. 고소를 했다. 다시 찾아와 2차 가해를 저질렀다. 더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 그는 완벽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그것이 가져올 더 큰 피해는 생각지 못한 채로 말이다. 아무리 완벽했어도 조사에 미흡한 부분은 남았다.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기는 놈 위에는 걷는 놈이 있기 마련이고 걷는 놈 다음에는 뛰는 놈 그리고 그 위에 나는 놈이 있기 마련이다. 공장에 다니던 그가 모르던 세계는 늘 존재했고 그렇게 그는 또 다른 세상으로 이끌려지게 된다. 자신을 때린 그 남자를 죽였냐고 묻는 사람은 그의 아버지다. 대기업의 회장이다. 돈으로 안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그는 극구 부인을 한다. 발뺌을 한다.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을 해본다. 결론은 하나다. 부인만 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 그렇게 그는 세상과 타협을 하고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한다. 살인.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던가. 이제 그를 찾아온 사람은 검사다. 그는 덮어 놓고 대뜸 물어본다. 이러이러한 사람을 죽였느냐고 말이다. 이미 다 알고 온 거 아닌가? 그렇다면 그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신병을 확보했으니 체포를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검사는 왜 그를 개인적으로 찾아온 걸까.

다 아니다. 사람을 죽이고 그런 화려한 미래는 없다.

222p

범인인 그가 어떻게 완벽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은 범죄의 교과서가 되려나. 작가는 철저하게 그런 부분을 피해간다. 단지 그저 완벽하다고 할 뿐이다.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어떻게 경찰의 검증을 피할 수 있는지 단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단지 그의 완벽함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의 행태만 반복될 뿐이다. 이쯤 되면 그의 능력을 이용한 그들에게 그가 봉이 되어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야만 한다.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 우리가 누구일지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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