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록 : 기이한 이야기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년 전 전작을 읽었더랬다. 전작이 나온지 십여년이 지나서 후속작이 나온 거라니까 나는 전작을 참 오랜 후에 읽은 셈이다. 전건우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내가 작가의 책을 처음 읽은 건 18넌도 [고시원 기담]이었다. 처음 읽은 책의 맛이 좋아서일까 그 후로 전건우라고 하는 이름만 보이면 내용과 상관없이 읽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믿음은 거의 재미로 연결되었다. 최근작으로 [어두운 물]과 [어두운 숲]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이 시리즈로 신간이 또 나온 듯 하다. 신작이 쏟아지는 전건우 세상인가.

[밤의 이야기꾼들]의 후속작이라는 이 속편은 전편의 스타일을 비슷하게 따라간다. 표지의 색감마저도 그러하다. 일부러 깔맞춤한듯 한 그런 신경씀이 보여진달까. 작가가 자신의 이름 그대로 이야기 속 밤의 이야기꾼들이라는 모임에 참여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점에서는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중 흑백의 방이 떠오르게 된다. 말하고 잊고 듣고 잊고. 아마 밤의 이야기꾼들도 그런 생각으로 이 곳에 오지 않았을까.

<보내주는 사람>은 제목 그대로 누군가를 보내는 사람이다. 죽음을 도와주는 사람 정도로 해석하면 되려나. 어찌 보면 누군가를 죽인다는 범법 행위를 잘 포장해 놓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앞의 사건은 그런대로 이해가 가지만 뒤의 사건은 완전한 범죄다. 누군가를 보내준다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

앞 이야기를 마치고 약간의 코멘트를 곁들인 후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누군가를 저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원>, 그리고 군대에서의 기담을 그려내는 <야간 경계 근무>. 그리고 보면 학교나 군대나 참 기담이 많이 흘러나오는 곳인데 그런 이야기들은 누군가 만들어 내는 것일까 아니면 실제로 그곳에서 이러저러한 일들이 생겼을까. 이야기 속의 일들은 군대에서 있었을 법도 한 이야기라서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Watcher>라는 영문 제목이 인상적이다. 워쳐라고 읽으면 될까. 말 그대로 보는 사람이다.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한 건 당 십만원을 받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 너무나도 쉬운 조건에 혹하게 되지만 보면 볼수록 이것이 만만치 않은 일임을, 이상한 세계에 발을 들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게 절대 쉽게 돈 버는 방법은 없다니까. <풋잠>이라는 신선한 제목이 눈에 확 다가오는 이 이 야기속에는 독특한 캐릭터가 하나 등장을 한다. 바로 달걀귀신이다. 눈코입 없이 달걀처럼 매끈한 얼굴을 가진 존재. 본문에서는 커다란 입이 달려서 사람들을 잡아 먹는 존재로 등장을 하는데 한번쯤 들어본 적도 있겠지만 이야기 속에서 등장한 것을 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낯설어서 그 참신한 등장에 반색하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작가의 경험을 담은 <낯익은 이방인>이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살아서 현실 속에 작가의 주위를 맴돌고 위협한다는 것. 절대 실현될 수 없는 이야기이겠지만 작가로서는 그러한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비슷한 설정은 다른 영미권에서도 본 적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든든하게 이야기 배를 채운 느낌이다. 마지막 남은 늦여름의 무더위를 싸악 씻어줄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
사와무라 이치 지음, 강영혜 옮김 / 리드비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와무라 이치 좋아해? 그럼 당장 담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
사와무라 이치 지음, 강영혜 옮김 / 리드비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연인지 몰라도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작가의 또 다른 책이 오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이 책과 마찬가지로 단편집이다. 물론 장르는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사와무라 이치의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하기는 하나 여러 이야기 맛보기 시스템이 적용되는 단편의 매력은 또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편집자의 선택일까 또는 디자이너의 선택일까. 이 표지에 적힌 제목이 뭐니뭐니해도 눈길을 끄는 일등 공신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떤 글자체를 쓴 것일까. 이 이야기에 너무나도 적합한 선택이다.

총 일곱 편의 이야기는 때로는 작가가 주인공이 되어 이끌어 가는 느낌도 들고 서술 트릭을 쓴 이야기도 있고 우리가 흔히 어디선가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 식의 이야기들도 존재한다. 명절을 맞이해서 다같이 한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고속 괴담>, 산책길에 보이는 집에 관한 이야기면서 마지막 반전에 헉 하게 되는 <피리 부는 집>, 상을 받은 한 호러 영화를 소재로 삼은 <쿠쿠다의 가면>은 어느 정도 예상가능한 범위이긴 했으나 그래서 더 흥미롭게 여겨지기도 했다.

다들 가고 없는 학교에서 발견된 학생 하나. 그는 다른 아이를 만나고 힘을 합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있는 자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계속 그 자리를 맴돈다. 그들은 어떻게 학교를 탈출할 수 있을까. <우라미 선생님>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피리 부는 집>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트릭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등장인물의 존재에 의심을 해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마른 우물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아무도 본 적 없으나 존재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그렸고 마지막 이야기인 <괴담 괴담>은 아마도 이 책의 모든 이야기들 중에서 조금은 혼란을 야기시키긴 했었다. 녹음본이라던가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라던가 하는 부가자료들이 많이 첨부되어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을 알고 상상을 해보면 약간은 닭살이 돋을지도.

호러 문학의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변주를 이용해서 오락적인 요소를 제공하고 거기다 문학적인 부분까지 놓치지 않은 이 작품은 괴담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이나 소설 괴담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모두를 만족시켜 줄 것이다. 참, 오모리 노조미의 괴설이라는 제목의 해설은 정말 이 모든 작품들보다도 더욱 알쏭달쏭했다. 이것이 진짜 사실적인 해설인지 아니면 이야기를 그린 해설인지 몰라서 제목 그대로 괴설임에 틀림없다라는 생각이다.

#미스터리 #호러 #공포 #장편소설 #살인귀 #유령저택 #괴담소설이라는이름의소설괴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가본드 X 밀실의 죽음 한국추리문학선 25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번째 장을 채 다 읽기도 전에 유혹에 사로잡혔다. 제일 뒤를 넘겨서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고 싶은. 내가 의심하는 그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장르 소설 매니아로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 마음이 밑바닥에 남아 있었다. 아니 뱀이 머리를 치켜 들듯이 그렇게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래도 꿋꿋이 유혹에 넘어가지는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1장이 넘어 가자 새로운 인물이 등장을 했으니까. 또 다른 사건이 발생을 했으니까. 그리고 또 다른 용의자가 생겼으니까. 나는 의심을 할 만한 사람을 하나 더 적립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이라고는 오직 하나 제목에도 나와 있는 배가본드X, 그 신형 SUV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작가는 결심이라도 한듯이 세번째 사건을 투척했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었지만 피해자가 늘었다. 그것도 두배로. 양상이 조금 달라지니 의심을 해야 할 사람도 바뀌었다. 저마다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담당 형사도 다르다. 그들은 공조를 선택하지만 다른 이야기들에서 보듯이 자신들이 잘나 보이려고 하는 투닥거림은 없다. 절대적인 공조에 가깝다. 오직 범인을 잡고자 하는 순수한 형사의 모습이라 경찰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뒤통수를 치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어 오히려 좋았다.

가끔 차박을 하는 영상을 볼 때가 있다. 주로 우중 차박이거나 주말 차박일 때가 많다. 소형차를 이용해서 정박지에 도착을 하고 우비를 입고 트렁크를 열어 연결하는 타프를 치고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는 그런 영상들이기도 하고 금요일 퇴근 후 바로 정박지에 가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 그런 영상일 때도 있다. 굳이 왜? 저런 불편함을 감수해 가면서 차박이라는 걸 가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그런 영상을 본다는 것 자체가 그런 행위가 살짝 아주 조금은 부러웠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여기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도 현실에서 살짝 조금은 한발 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 결국 돌아오지 못할 여행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작가는 밀실을 이제 외부로 이동시켰다. 전형적으로 건물 안에서 이루어지던 밀실 살인 사건과는 전혀 다른 시도다. 왜 꼭 인사이드에서만 밀실 사건이 일어나야 하는데? 라고 딴지라도 걸듯이 이동할 수 있는 밀실을 만들었다. 그것도 완벽한 신형 차량을 이용해서 말이다. 캠핑에 딱 맞는 가장 적합한 모델을 제시한다. 이렇게 대놓고 배경을 만들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히려 이건 아닌 것임에 틀림없어라면서 세 사건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사진이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전면에 등장을 하면서 혹시 카메라를 이용한 살인은 아니었을까를 의심해보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는 독자가 그런 의심을 할 것을 알았을까? 진짜 알았을까? 그래서 일부러 그런 공통점을 하나 더 만들어 둔 것일까? 만약 그랬다면 역시 작가의 기획력은 나보다 몇 수 앞서 내다보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맞았느냐고? 그건 읽어보면 알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 년의 후더닛
아사네 주지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영민 작가는 이 책의 작가인 아사네 주지가 과학을 전공했어도 sf가 본격 미스터리를 쓴 것에 감사하다고 해설에 언급하고 있다. 말한 대로 아사네 주지는 이공계 그것도 진화생물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그래서인가 이 이야기의 곳곳에는 그런 작가의 전공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하지만 생물다양성이 숨어 있는 사이언스 픽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sf가 꼭 우주나 물리 화학만을 소재로 삼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야기는 밀실,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쉘터를 배경으로 한다. 나가는 건 가능하지만 들어오지는 못한다. 그곳에 일곱 명의 사람들이 천년 동안 냉동 수면 상태로 있었고 이제 시간이 되어 한 명씩 깨어나는 시점이다. 단 한 명만 빼고. 즉 이 이야기는 밀실 살인 사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 누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조건 하에 범인은 여기 있는 사람 중 하나다.

냉동 수면이라는 조건을 보는 순간 [망해 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라는 한 권의 책이 생각났다. 해동을 앞둔 냉동 인간과 그를 담당하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그들 주변의 사람들이 얽히는 그런 이야기였다. 냉동인간이라는 소재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연상된다. 천년이라는 긴 시간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그런 오랜 시간이다. 그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원래의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 다른 이들은 이제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망.이.생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들의 나이는 지금부터 다시 계산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의 나이에 천년을 더한 시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다시 태어난 그들의 노화 속도는 원래의 사람들에 비해서 얼마나 다를까. 궁금한 것이 많지만 그 모든 부속적인 것은 싹 배제하고 이야기는 오직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여섯 명의 살아남기 미션도 더해서 말이다. 일종의 퀘스트 같은 느낌도 준다.

제목에서부터 이 이야기는 누가 이 범행을 저질렀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후더닛. 와이더닛, 하우더닛도 아닌 후더닛. 이런 장르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접근 방법인 후더닛이다. 누구라도 제일 궁금한 건 대체 범인이 누구냐는 것일테니 말이다. 완벽하게 통제되어 있는 장소. 한정된 인원. 제한된 수단. 저질러진 범행. 흥미로운 요소들의 총집합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