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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ㅣ 감귤마켓 셜록 2
박희종 지음 / 메이드인 / 2025년 1월
평점 :
이런 소재가 하루이틀 사용된 게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다른 아시아권뿐 아니라 영미권 그리고 유럽의 소설들에서도 아주 많이 사용되는 그런 소재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구태의연하거나 지루하거나 했을까. 대답은 노다. 박희종 작가는 일반적인 그리고 남들도 많이 사용하는 소재를 기가 막히게 자기만의 방법으로 요리할 줄 안다. 셰프로 따지자면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작곡가로 말하자면 끝내주는 변주곡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니 홀딱 빠질밖에.
사실 이 작가, 첫작품을 읽을 때부터 기분 좋았다. 아니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킬 수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분명 우리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데 또 벌어질 수 없는 일이 마구 감겨 들면서 픽션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주는 재미가 또 그야말로 기똥차다. 생각해보라. 내 옆집에 연예인이 살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 또 누군가 이웃이 살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니 그렇게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만들지 않는가. 거기다 누구나 다 사용한다는 그 이웃을 기반으로 한 중고거래앱. 직접적인 그 채소의 이름을 사용할 수는 없으니 작가는 감귤마켓이라는 보도듣도 못한 그런 앱을 자신이 만들었다. 허허. 재미지다 재미져.
이번 이야기는 그 감귤마켓의 연장선상에 있다. 제목에도 감귤마켓 셜록 2라고 부제가 턱 하니 달려있으니 혹시라도 전작을 읽지 않았다면 분명 그 이야기가 궁금할 것이다. 본문 속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몇가지 사건들이 궁금해서라도 말이다. 나처럼 작가의 작품에 빠져서 이미이미 읽어놓은 독자들이라면 마음 편히 이 사건들을 즐겨주면 되겠다.
제목의 셜록은 주인공인 선록의 이름을 교묘하게 비틀었다. 아니 셜록을 미틀어 선록을 만들었나. 그는 여기 벌어지는 사건들을 주도해서 해결하는 인물이다. 선록과 그의 아내 선영, 그녀의 동생 선애와 남편인 완수 그리고 각커플들의 아이인 아영이와 아율이가 있다. 물론 선록의 장인과 장모도 꾸준히 등장해주신다. 뒷표지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이 이야기는 가족 추리 드라마다. 이 장르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콩가루 수사단]이다. 워낙 재미나게 읽었던 책이기도 하고 두툼한 이야기의 무게감이 읽는 내내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박희종의 감귤마켓 시리즈는 한 가족이 아니라 혈연 관계와 법적인 관계가 얽혀있는 세 가족이 등장을 하면서 각자 맡은 역할을 뚜렷이 해낸다. 하나의 사건이 등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가정에서 각기 다른 사건이 발생을 하고 가족이 모여서 그 사건을 분석하면서 이 사건들이 별개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사건을 돌려가면서 다른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슬슬 풀리는 것이다.
한 기상캐스터의 죽음을 놓고 왈가왈부가 심하다. 거의 전쟁이다. 후폭풍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고 있다. 모든 것은 잘못을 한 사람의 책임일 것이고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 사람들이 올려 놓은 영상을 통해서 그녀의 손목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몇번이고 계속 실패했다면 그녀는 아직 살아 있었을까. 젊디 젊은 인생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그래서 이야기 속에서 이런 해결이 더없이 반갑다. 누군가는 분명 잘못을 했어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야기 속에서는 아니 그러니 다행이다 싶다. 감귤마켓 셜록이 시리즈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이리 보니 더없이 반갑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이 가족들에게는 뭐 이리 사건이 많이 발생을 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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