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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오마카세 ㅣ 한국추리문학선 20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참 끌리는 제목이다. 나처럼 이런 장르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이 제목만으로도 한번쯤은 손에 집어들만한 그런 책이 아니던가. 이 책의 제목이 무송빌딩 살인사건이었다면 나는 그냥 보지도 않고 패스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전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작가의 제목 짓는 센스는 탁월하다 할 수 있겠다. 제목이 작가의 작품인지 편집자의 작품인지 출판사의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작가가 지어놓은 제목이 있다 해도 마지막에 바뀌는 경우도 많아서.
무송빌딩의 건물주가 일년 전에 뺑소니를 당해 죽었고 지금은 그의 아들이 대를 이어 받았다. 아들은 아버지가 해 놓은 계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임대료가 너무 낮게 책정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계약을 파기할 수도 없는 법. 그는 자신의 건물에 임대해 있는 가게들을 찾아다니면서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진료를 받고 약을 타는 등의 행위를 무단으로 행한다. 주인들은 건물에서 나가라고 할까봐 그런 횡포에도 불구하고 반격을 할 수가 없는 입장이다.
처음부터 내내 이 건물주의 횡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기 아버지가 착한 마음으로 해 놓았으면 그냥 나오는 임대료나 받아서 마음 편히 살 것이지 어디서 갑질이냐고. 거기다 여자들을 희롱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그가 너무 꼴사나와서 말뽄새를 고쳐주기 위해서 그 입을 그냥 확 쥐어 비틀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작가가 어찌나 적확하게 밉상을 표현해 놓았는지 읽는 내내 에라 이 나쁜 넘아를 외치게 된다.
그러던 그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고? 어라? 이 넘을 죽인 것은 누구인고? 워낙 여러 군데서 손가락질을 받아와서 죽은 게 불쌍하지도 않다만 이제 와서 자살일리는 없을 것 같고 타살이라면 범인이 누구인지가 궁금해지는데. 전작의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과 같은 제목이라 이 작품도 혹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오마주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다. 그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 범인들의 트릭이 여기에서도 그대로 적중할까 하는 그런 마음이 들지만 작가는 그렇게까지는 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냥 가만히 있으면 경찰들이 증거도 없고 사건해결의 갈피도 잡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그렇게 툭 하고 결정적인 증거를 그냥 던져주면 너무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든다. 그 이후로 술술술 풀려 버리는 이야기였기에 더욱 그러하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 그렇게 던져 줬다면 그러려니 하지만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이 굳이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단 말이지. 약간은 연결점이 뒤틀려 버린 느낌이랄까.
그런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력적인 한국장르 작가 한 명을 또 리스트에 올리게 된다. 전작을 읽고 나서 한 권쯤은 더 읽어보고 싶다던 작가였다. 이번 작품을 읽고 나니 이런 정도의 느낌이라면 충분히 애정하는 작가가 될 것 같고 다음 작품도 역시나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엔 어떤 매혹적인 제목으로 나를 유혹해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