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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목지 - 검은 물 아래 잠든 비밀이 깨어난다
조진연 외 지음 / 북오션 / 2026년 7월
평점 :
처음에는 며칠 전 보았던 영화가 책으로 나온 건가 했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지만 그 반대로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을 한 경우 그대로 소설화 되어 나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으므로 말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제목과 소재만 같은 앤솔러지 작품이다. 영화의 흥행을 발판 삼아 그 위에 오르고자 함이었을까. 영화에서는 물 속에서 모가지만 내밀고 있는 귀신이 놀라움을 일으켰다면 이 책은 물속에 무릎까지 들어가 있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그려진 표지가 궁금증을 불러온다.
영화 살목지는 살목지라는 이름의 저수지가 배경이 되고 귀신이 나온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재촬영을 하러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여기 나온 네 편의 단편들은 모두 살목지라는 이름의 저수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저마다의 설정은 조금식 차별화를 두었다.
<수장>이라는 제목의 첫번째 이야기는 시신 수색작업을 하는 잠수부 이정수가 주인공이다. 결혼을 앞두고 사라진 동생을 찾으러 살목지로 향한다. 매부가 될 사람은 앱 추적 결과 동생이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그는 그곳에서 동생을 찾아낼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이야기라서 크게 당황스러움은 없게 느껴진다. <검은물> 이라는 제목의 두번째 이야기는 살목지가 바로 언급되기보다는 살목림이 먼저 언급되고 그곳이 어떻게 살목지가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형적인 비리와 환경문제가 바탕에 깔린 이야기. 문화류씨 작가의 이야기는 여러 앤솔러지에서 조금식 맛봐오기는 했는데 아직도 정확히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확실히 규정을 내리기가 애매하게 느껴진다.
<악수>라는 세번째 이야기는 한자어 제목이다. 악할 악 물 수 즉 악한 물이라는 뜻일까. 한자어를 보지 않는다면 이것이 손을 잡고 흔드는 악수일 것이라 넘겨 짚을 수도 있겠다. 십년 전 부터 사라지거나 죽은 사람들. 상담가인 우현은 관련자들을 상담하고자 하지만 자진해서 나선 것은 단 두 명 뿐이다. 첫상담이 끝나고 그곳을 찾아가보는 우현.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마지막 이야기인 <물발자국>이었다. 대학까지 나왔지만 별다른 직업 없이 오히려 빚쟁이들에게 쫓기면서 부모님의 어죽 가게를 돕는 김한목이다. 아니 도았다면 그렇게 욕할 일은 없었겠지만 오히려 그는 부모에게 없는 자식만 못한 그런 사람이다. 그는 투자를 해서 큰 돈을 벌었지만 오히려 그 모든 것을 삽시간에 잃어버리고 고향으로 내려와서 부모님의 사업을 크게 벌일 궁리만 한다. 그렇다고 전문성을 띈 것도 아니고 자신이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 그저 헐렁헐렁 다니면서 돈을 쉽게 많이 벌려는 궁리뿐이다. 이호점도 삼호점도 말아먹은 지금은 빚쟁이들에게서 도망치기 바쁘다. 그런 그가 할아버지 집으로 도피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들. 마지막에 그가 있었던 곳이 실제로 어떤 곳이었는지가 드러나면서 이때까지 일들을 다시 한번 곱씹어 생각해보게 된다.
문화류씨 작가를 빼면 나에게는 세 분의 작가 모두 처음이라 낯설었다. 그러면서도 네 편의 이야기들이 크게 두드러지거나 이질감이 느껴지지는 않아서 앤솔러지라는 걸 몰랐다면 한 작가가 쓴 것 같은 그런 느낌도 받는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기획을 설명해주는 작가의 글이나 어떤 느낌으로 이런 앤솔러지를 기획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편집자의 글 같은 것도 없어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이 최선인지 아리송하게 느껴져서 그 점이 조금은 아쉽게 보인다. 두번이나 누웠다가 잠이 오지 않아서 결국 다시 일어나 새벽 동틀 때까지 다 읽어버린 네 편의 이야기. 나는 괜찮았지만 누군가는 분명 잠을 설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