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테이션]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eBook] 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템테이션 / 더글라스 케네디 / 밝은세상 (2012)


비록 <빅픽처> 한 작품 밖에 읽지 않았지만 <템테이션>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전형적인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이라 할만 합니다. 너무 극적이다 싶을 정도로 동시다발적으로 한꺼번에 휘몰아치는 격랑의 한복판에 선 주인공이 그 험한 파도를 헤치고 인생의 주인공으로 우뚝서는 이야기. 


이번에도 변함 없고 유감 없더군요. 


아니 오히려 주인공이 속한 세계, 주인공이 겪는 일들의 스케일은 더욱 더 커졌고 다행히도 그 스케일에 걸맞게 개연성과 현실성도 조금 더 설득력 있는 느낌입니다. 여전히 과하다는 느낌이 드는 설정들이 보이고 주인공의 연이은 성공과 실패가 조금 비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여전하지만 대중적 재미를 목적으로 한 허구의 이야기에서 이 정도의 과함은 단점이라기보다는 미덕에 가까울 터 입니다. 


이처럼 한 권 분량의 이야기에 많은 것을 압축해 우겨넣다보니 숨조차 쉴 시간 없이 엄청난 속도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지만,  주인공을 둘러싼...할리우드로 대표되는 <템테이션>속 영화, 방송계의 모습은 대단히 사실적입니다. 이름을 얻고 인정받기 전까지 철저한 무명생활에 이어지고 도저히 생계를 이을 수 없어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나 갑작스러운 성공으로 이름을 얻은 후 '조강지처'를 버리고 방탕한 생활에 빠지는 모습, 그리고 그러한 주인공의 성공을 시기하는 평범한 이들에 의해 사소한 잘못과 실수가 부풀려지며 몰락 직전까지 가는 상황까지. 한 사람에게 한꺼번에 몰아쳐서 그렇지, 개별적으로 생각해보면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들이고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흔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입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우리가 즐겨보는, 흔히 예술이라 생각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철저히 산업의 논리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며 이를 만들어내는 감독 배우 스태프,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같은 작가들 역시 그러한 자본에 귀속된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주인공 데이비드 아미티지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본의 힘은 한 개인의 명성과 명예는 물론 타고난 재능과 능력까지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합니다. 주인공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힘에 휘둘리며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힘들고 부당한 처지로 내몰려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인생의 바닥까지 내몰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쯤에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사소하지만 연속된, 그리고 분명히 본인 스스로의 잘못이라 할만한 실수들을 연이어 배치하며 인간이라면 가질 수 밖에 없는 속물근성과 탐욕이 바로 몰락의 원인은 아닌지 또 한번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빅픽처>부터 이어진 일관된 작가의 화두일 터인데...이 역시 철저히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간본성에 대한 해석이라는 점에서 솔직히 앞서 말씀드린 이야기 전개와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즉, 더글라스 케네디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특별히 자본주의를 비판하거나 우리 인간이 어느새 잃어버리고 사는 겸손함, 의리, 우정, 그리고 사랑 같은 선한 본성의 소중함 따위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구요? 작가는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자본주의의 실체와 허상에 대해 통렬하게 파헤치고 인간 본성의 선함이 바로 그러한 왜곡되고 잘못된 세계를 바로잡을 힘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 아니냐구요? 


글쎄요. 저는 이번 작품도 그렇고 <빅픽처>에서도 그렇고 조금은 김이 빠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급작스럽고 흐리멍텅한 엔딩을 보면서 어쩌면 작가 역시 철저히 자본의 논리에 맞춰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특별한 의미부여를 일부러 방해하는 듯한 결말...즉, 그저 재미로 보고 재미로 읽는 대중소설로 소비되기를 바라는 게 아닌가 싶었던 겁니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지금껏 잘 쌓아올린 것들을 한번에 뒤집는 통렬한 엔딩...그로 인한 세상에 대한 시원스러운 외침이 가능할 듯 한데...이를 마다하고 그저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잘 읽히는 한 남자의 인생유전 정도로 그치고 마는 이유. 과연 무엇일까요? 물론 작가의 내공과 능력이 딱 여기까지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폄하하기에는 이 작가가 여태껏 쌓아올린 공력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니 헷갈릴 밖에요. 혹시 이마저도 자본주의와 이에 길들여진 우리 인간의 탐욕스러운 본성을 풍자하려는 의도인 것일까요? 의미를 찾으려해도 찾을 수 없을거야. 이따위 소설을 시간내서 읽고있다는 것 자체가 니들이 위선덩어리 속물덩어리라는 증거야. 뭐 그런 냉소 말입니다. 에구 고작 두 편을 읽고 더 이상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을 듯 합니다. 서둘러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래야 그에 대해서도 그의 작품에 대해서도 조금 더 선명하게 알 수 있을테지요. 속물인지. 속물을 흉내내고 있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속물을 흉내내는 척 하는 진짜 속물 그 자체인지. 물론,


그러한 구분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우리는 이미 그러한 세상 속에서 그렇게 살고 있긴 합니다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