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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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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 요 네스뵈 / 비채 (2012)

 

이 복잡해보이는 소설의 구조와 플롯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별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닐 듯 합니다.

 

왜냐구요?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건도 많고 등장인물도 많은 듯 하지만, 가만 잘 살펴보면 이 소설의 사건은 하나이며 등장인물들 또한 여느 추리소설에 비해 그리 많다고 할 수 없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그리고 금방 사건은 가지런하게 정리가 되고 하나의 결말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합니다. 인물들 또한 일찌감치 링 위에 올라 서로 자신이 범인이라고 다투기 시작하고, 한명씩 한명씩 적절한 시점에 그로기 상태가 되어 링 밖으로 끌려 나감으로써 우리의 머릿속에 일어날 혼란을 방지해 줍니다.

즉, 이 소설은 시종일관 전지전능한 작가의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꽉 짜여졌지만 이걸 짠 사람이 바로 작가이며 우리는 그러한 작가의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걸 환기해주는 작품입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이 소설이 철저히 자신의 성격을 대중 스릴러로 규정짓고 있으며, 그 이상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말이 어려운가요? 쉽게, 한마디로, 작가는 이 소설이 인간의 본성이나 인생의 비의에 대해 논하는 대단한 명작이나 걸작으로 읽히기를 원치 않았을 거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는 의도라기보다는, 작가의 역량이 딱 그 정도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에 대해 잘 모르고,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본 것도 아니기에 이를 섣불리 단정할 순 없을 터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를 작가의 역량 문제라기 보다는 '어쩌면 의도'라고 생각하는 이유는...한 인물의 실체를 드러내며 드디어 뭔가 이야기할 수 있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를 맥없이 버리는 과정이...너무도 꾸준하게 끝까지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모두 범인일 수 있으며, 모두 범인인 이유가 충분함에도 모두 결국 범인이 아니라는 트릭.

 

이는 지금껏 수많은 추리소설에서 반복된 당연한 기법이며 장치들이지만, 저는 이 소설처럼 충분히 범인일 수 있는 등장인물들이 이렇게나 많이 등장하는 소설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정도면 범인이어도 뭐라 안할께,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개연성을 잘 쌓아올려놓고는 한순간에 범인이 아니라며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과정이 무려 4번이나 반복되는걸 지켜보다 보니, 이건 대체 뭘까, 싶어졌던 겁니다.  그것도 1번보다 더 강력한 2번, 2번보다 더 확실한 3번, 3번이 우스워보일 정도로 너무나 명확한 4번을 만들어놓고는, 결국 4번조차 범인이 아니라니!

그리고는 갑자기 여느 할리우드 스릴러에서 흔히 보아온 5번을 갑자기 끌어와 얘가 진짜라고 말하는 순간, 저는 작가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1, 2, 3, 4번 캐릭터 각각이 충분히 매력적이며 할 이야기가 많은 용의자들이었기에 조금은 뻔하고 맥없는 5번의 출현은 난감했습니다.

그저 반전을 위한 반전을 즐긴 것인가, 우리를 그저 게임의 한복판에 가져다 놓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인가. 이 정도가 작가의 공력의 전부인가. 결국 실망을 금치 못하며 책장을 덮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계속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 5번이 범인이지, 가 아닌, 왜 1,2,3,4번이 범인이 아닌거지, 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정교하게 쌓아놓고는 마치 변태처럼, 혹은 심술난 천재처럼, 자신의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또 다시 더 높은 탑을 쌓아올리며 자신의 솜씨와 머리를 뽐내는 작가의 치기어린 모습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이 의문이 바로 이 소설을 작가의 '어쩌면 의도'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정말 그렇다해도, 아직 그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작정하고 쓴 그의 회심의 역작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때가 되면 비로소 명확해질 터 입니다. 이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한, 과정은 나무랄데 없으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이 작품이 심술 가득한 천재의 낙서 같은 작품인지 아니면 재능은 없지 않지만 끈기는 부족한 장인이 급히 마무리하는 바람에 결국 범작이 된 작품인지...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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