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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무덤의 남자
카타리나 마세티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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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무덤의 남자 / 카타리나 마세티 / 문학동네 (2012)

 

제목이 '옆 무덤의 남자'라는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여자라는 뜻인 걸까요? 아주 정확하게, 단 한번도 어긋남 없이, 남자와 여자의 시점을 부지런히 오감에도 그렇다는 걸까요? 여류 소설가의 작품인 만큼 여자 주인공인 데시레에게 감정이입되어, 자신도 모르게, 아무리 균형을 맞추려 노력해도 결국에는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연애 이야기 혹은 사랑 이야기라는데는 저 역시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굳이 따지자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남자인 벤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역시 읽은 제가 남성이기 때문일 수도 있을 터입니다. 더군다나 소설 속 남자주인공만큼 촌스럽고 멋대가리 없다보니, 더욱 더 감정이입이 됐을 지도 모르구요. 그렇거나 저렇거나, 쓰는 건 작가 마음이었듯이 읽는 것은 독자인 제 마음일테니 그저 읽은대로 생각한대로 말하면 그뿐이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이 소설은 그 정도로 부담없는 소설입니다. 굳이 파고 들어가 구조가 어떻고 캐릭터가 어떻고 주제가 무엇이고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는, 본대로 느끼고 느낀대로 말하면 되는 그런 소설 말입니다. '옆 무덤의 남자'는 그렇게...데시레와 벤니, 둘 중 하나에게 이입해서 상대와 진짜 사랑에라도 빠진 듯, 이 불가능한 듯 보이지만 너무나도 가능성 넘치는, 꿈같으면서도 더없이 현실적인 연애를 대리경험하고 대리만족하는 신기한 경험, 그만으로 충분한 이야기인 것입니다.

 

진심으로 그럴 수 있다는 건, 반대로 생각하면 이 소설이 굉장히 짜임새 있고, 잘 쓰여진 소설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저는 솔직히 조금 어정쩡한 결말을 빼고는 이 소설에서 흠잡을 만한 곳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생동감 넘치다 못해 살아서 통통거리는 인물들과 이들이 쌓아가는 사랑의 감정, 이어지는 갈등, 그리고 전지구적 인간애를 과시하는 결말까지. 어색하거나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별로 없더군요. 이러한 개연성 가득한 자연스러움 덕분에 이 소설의 일견 판타지적 설정은 지극한 현실로 우리의 공감을 얻고, 이 불가능한 사랑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겠다는 환상 아닌 환상을 품을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합니다. 괜히 스웨덴의 국민소설이 된 것이 아닐 터 입니다.  저 역시 깍쟁이 같은 도시 여자와의 로맨스를 새삼 꿈꿔볼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아쉬운 점이 없던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소설의 조금은 뜬금없고 지나치게 이상적이며, 어쩔 수 없이 무책임한 열린 결말은 이 기묘하게 상큼한 연애소설의 옥에 티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편을 기약하는 듯한, 한없이 찜찜한 결말 때문에 다 읽고도 읽다 만듯한 아쉬움이 들고 마는 것이지요. 진짜 후속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2편을 고대하는 즐거움이 생기긴 했지만 그럼에도 1편만의 완결성에 작가가 조금 더 공을 들였다면 어땟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부디 다음 편에서 이러한 미진함과 찜찜함이 단번에 해소되길 바라면서...

다음편에선 부디 이들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든 현실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제발 그렇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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