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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동안
윤성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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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동안 / 윤성희 / 문학과 지성사

 

윤성희.

 

어느덧 이 이름은 밝고 긍정적인 기운으로 가득한 이름이 되었습니다. 비록 사진을 통해서지만, 웃는 그의 얼굴과 이름이 합쳐지는 순간 그는 거부할 수 없는 무한긍정의 세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됩니다. 어느덧, 자신도 모르고 우리도 모르게, 그리 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아이덴티티 구축이 가능했던 건, 그가 소설가로써의 세월뿐 아니라 사람으로써 스스로의 인생을 잘 살아냈기 때문일 터입니다. 이번 소설집 '웃는 동안'은 바로 그러한 윤성희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말그대로의 대표작품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랄까요. 웃음도 혹은 긍정도 무르익는구나, 라고나 할까요. 설익은 웃음과 긍정, 천진난만한 웃음과 긍정만 있는 것이 아닌, 능수능란하고 농익은, 웃음과 긍정도 있구나, 라는 걸 여전히 웃는 그 인상 그대로 나이 먹어가는 그와 그를 꼭 빼닮은 작품들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표제작인 '웃는 동안'을 비롯해 빼곡히 담아낸 11편의 담편은 외따로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닮아있고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삶은 언제나 비루하고 그리 희망차지 않지만, 그 삶을 살아내는 주체, 말그대로의 의미에서의 주인공들은 전혀 비루하거나 불행해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누가 뭐라든, 자신의 삶을 살고 있더군요. 그리 대단한 포부나 목표를 가지지도 않았지만, 절대 후회하거나 실망하지 않은 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살아내더군요. 놀랍게도 그들은 작품집의 제목처럼 자주 웃거나, 작가의 푸근한 인상처럼 넉넉해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가난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우연을 가장해서 그때그때, 닥치는대로, 즉흥적으로 살아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계속되는 우연은 결국 계획의 다른 이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거창하진 않지만,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렇게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는 확신, 말입니다.

 

작가의 초기 작품들의 밝은 기운의 정체가 그리 거창하지 않더라도, 보잘 것 없는 삶이더라도 당당하게 소리 지르거나, 생각나는대로 내지름으로써, 그렇게 웃음과 희망을 과장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에너지 덕분이었다면, 이번 작품집의 그들은 부러 희망을 과장하거나 억지로 웃음짓는 일 없이, 자신의 상황과 세월에 맞는 자연스러운 웃음으로, 그렇게 남아있는 희미한 희망만으로도 충분히 밝고 경쾌해 보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앞서 말한 무르익은 웃음 혹은 무르익은 긍정의 정체가 아닐까요? 작가가 그 나이에도 여전히 '웃는 동안'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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