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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 한국 사회의 위선을 향해 씹고, 뱉고, 쏘다!
한홍구.서해성.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8월
평점 :
직설 / 한홍구 서해성 고경태 / 한겨레출판 (2011)
9기 마지막 서평도서로, 천만 뜻밖에도 인문분야의 책인 '직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담당자 분의 귀엽고 유쾌한 실수 덕분인데, 솔직히 받아보고 아쉬움 보단 기쁜 마음이 컸습니다. 안 그래도 내내 소설만 읽은 탓에 다른 분야의 책이 그립기도 했거니와 한겨레 신문에서 간간히 읽어왔던 '직설'이라는 칼럼의 모음집이라니 차라리 잘되었다 싶기도 했던 것이지요. 원래 왔어야 할 '네 개의 손'도 물론 읽고 싶었던 책임에는 분명하지만 9기 서평단 활동의 마무리를 이렇게 다른 분야의 책으로 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듯 합니다.
사실 '직설'에 담긴 칼럼들 중 절반 정도는 한겨레 신문 연재시에 읽었습니다. 그래서 '직설'은 대단히 새롭다기보다는 이미 읽은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가지런하게 챙겨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직설. 말그대로 대놓고 솔직하게 말한다, 라는 뜻일 겁니다. 거침없는 말솜씨를 자랑하는 한홍구 교수와 서해성 작가, 그리고 재기발랄한 글솜씨와 기막힌 편집감각으로 유명한 고경태 기자가 뭉쳐 그때그때 관심 가는 인터뷰이를 모셔놓고 보통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차마 하지 못했던 질문들을 마구마구 던지는 컨셉. 그것이 바로 이 '직설'이라는 칼럼인 것이지요.
그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저는 어느 정도의 통쾌함과 속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 덕분에 묻고 싶었던 것들을 묻고 듣고 싶었던 걸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제가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의 새롭고 솔직한 면모를 이 책으로 알 수 있었으니까요. 특히 정두언이나 홍준표 같은 여당 정치인들, 문재인이나 박원순 같은 재야의 고수들이 진행자와 인터뷰어들의 공격을 능수능란하게 받아치다가도 정말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붉히며 입을 다무는 모습에선 말은 남을 찌르는 가장 훌륭한 무기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찌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측면에서 직설은 아쉬움이 크기도 한 기획이었습니다. '한겨레'라는 공식적인 지면의 한계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것이지요. 눈치보지 않겠다 했지만, 인터뷰어도 인터뷰이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몸을 사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유시민의 절독 선언이나 노무현 쪽의 사과 요구와 그에 따른 한겨레의 공식사과 같은 소동을 겪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리 된 것일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의 기세를 밀고 나가지 못한 것은 직설이라는 제목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나꼼수와 비교하면 그 아쉬움은 더욱 커집니다. 나꼼수라는 진짜 제대로 된 직구에 이미 눈이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직설이 던진 공은 직구가 아닌, 예리함이 떨어지는 밋밋한 변화구 정도로 보이는 것입니다. 애초부터 추구하는 목표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물론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직설'이 제목답지 못하게 조금은 싱겁고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 듯 합니다.
혹시라도 이와 비슷한 기획의 인터뷰 칼럼이 다시 기획된다면, 그때는 좀 더 독하게,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진짜 작정하고 던진 직구를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