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역사 앞에서>를 이대 도서관으로? "그래, 잘했다."]라는 제목의 포스팅 앞에 도달했다. 포스팅 속 사진에는 '1950년'이 세로쓰기 한자로 씌어있는 책 표지와, 세로쓰기 원고지 쏙에 수기로 쓴 글씨들이 빼곡했다. 어떤 우연인지 모르지만, 내가 모르고 살아온 무언가에 도달한 느낌이었다.
아버지 일기 원본을 어머니께 가져갔다. 실질적으로 결정은 내가 이미 내려놓았지만, 어머니가 자식들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36년간 지키셨던 아버지 육필을 어머니가 손수 떠나보내시게 하고 싶었다.- 위 링크.
위 문장으로 시작하는 포스팅을 찬찬히 읽어보니, 해방기 역사학자 김성칠(당시 서울대 교수)의 수기 <역사 앞에서>(1945년 12월부터 1951년 3~4월까지)의 원본이었다. 그리고 블로그는 그의 아들인 김기협 전 계명대 교수가 운영하는 곳 '페리스코프'(잠망경). 첫만남 포스팅은 김기협 교수가 그의 어머니와 나눈 대화를 담은 '어머니' 카테고리의 한 글이었다. (이 카테고리가 <아흔 개의 봄>으로 묶여 출간된 듯하다.)
일제시대 <윤치호 일기>를 보며 일기의 사료적, 텍스트적 가치를 깨달았기에 <역사 앞에서>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의 아들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재야 역사학자로서 꾸준하고도 돋보이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 걸 확인하니 두 사람의 책을 구해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일단 서재에 그들의 책을 모아둔다. <역사 앞에서>의 존재를 확인하고 보니,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게 부끄러워진다. 얼른 만나러 가야지. :)
김기협은 번역서가 상당히 많다.
번역서들도 상당히 좋은 책들이 많지만 제외하고 저서만을 모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