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정치학 - 공정무역 커피와 그 너머의 이야기
다니엘 재피 지음, 박진희 옮김 / 수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제 리뷰는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알라딘 리뷰는 평점을 요구하므로, 모두 별 5개를 줍니다.


카페 쥬스티치아(giustizia*) 맛있게 내리는 법

- 커피의 정치학 - 다니엘 재피(박진희 옮김) su-book

 


아메리카노카페라떼에스프레소……별다방콩다방천사다방……커피커피커피커피 없는 하루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설혹 상상에 성공한다 하더라도굳이 상상하지 않고서는 벗어날 수도 없을 만큼 커피는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그런데<커피의 정치학>이라고커피로 무슨 정치를 한담트위터에 커피당이라고 있던데그걸 말하는 건가?(물론 아니다.) 아니면 미국 보수파 결사를 일컫는티 파티(Tea Party)”와 연관된 건가?(그것도 아니다.) 이 책의 원제는 즉 정의 만들기’ 혹은 정의 우려내기인 셈이다도대체 커피와 정치 그리고 정의이들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사실 일상이야말로 바로 정치가 작동하는 곳이다일상 속에서의 소비만을 놓고 말하더라도우리는 다양한 정치적 결정의 산물인 상품들을 정치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정부의 정치적 결정과그에 반하여 한우를 먹거나 돼지고기·닭고기 등 대체 육류를 소비하려는 몇몇 소비자들의 정치적 결정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커피도 마찬가지다근 5년 동안 여기저기서 불어온 공정무역’ 바람 가운데 가장 거센 바람이 바로 커피와 함께 불어왔다여러 곳에서 공정무역 커피가 나왔고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도 하나둘 공정무역 커피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런 커피 산업에서의 공정무역 바람은그동안 커피 무역이 공정하게 되지 않았다는 정치적 인식에서 비롯한 것이었다책이나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바대로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 가격 5,000원 가운데 남미 등 제3세계 커피원두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10원이 채 되지 않는다이 불공정한 무역을 공정하게 개선하고자 한 바람(소망)이 공정무역 바람()을 불러일으켰다공정무역 업체들은 커피 생산자에게 소비자가 지불하는 커피가격 중 더 많은 비율을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이 바람에 응답하여 몇몇 지각 있는 소비자들은 그냥 커피 대신 공정무역 커피를 소비하려 애쓴다약간 더 비싼 가격과 찾아가야 하는 수고를 감내하면서까지그런데 과연커피무역의 정의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커피 생산자 농가에 가 닿을까커피무역은 정의로워질 수 있을까?

 

<커피의 정치학>은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커피 공정무역을 면밀히 살핀다좋은 일 하자는 공정무역이지만그것이 정말로 공정하려면 달성해야 하는 구체적인 질적 양적 목표와 성과가 있어야 한다그렇지 않다면 대통령도 강조하는 공정이라는 말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이러한 입각점에서 사회학 교수인 저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대답을 직접적인 커피 농가들의 사례를 통해 도출해낸다그리고 그 대답은 아쉽고 아픈 것이 많다공정무역이라는 정의를 향한 운동이커피 생산자들의 불평등한 환경을 양산해낸 바로 그 전세계적 자본주의 시장의 매커니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본질적 모순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절망하지는 말자저자는 한계를 말하지만 희망조차 없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공정무역의 혜택을 입은 커피농가들이 분명히 있다. 너무 적은 수에 불과하다는 것도 안타까운 한계 중 하나이지만. 바로 이런 공정무역의 한계를 직시하는 것거기서부터 희망은 시작될 수 있다그것이 공정무역 운동가들과 소비자들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현재의 부정의와 불공정을 쉬운 정의나 빛 좋은 공정이 아니라진짜 정의로 바꾸어 나갈 마음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자. 10cm의 노래 아메리카노를 배경음악으로 깔고 카푸치노를 마시며 읽기에는 조금 무거운 책이지만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커피의 정의가 아닌 사람의 정의를 꿈꾸게 될 것이다.

 

 

*giustizia=이태리어로 justice



<오늘> 2011.3-4월호에서 소개했는데 이보다 훨씬 축약되어 실렸습니다. 이렇게 살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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