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지식총서가 지닌 의의라면
-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편히 읽을 수 있는 판형과 분량이다.
- 교양과 학술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기에 그 분야 입문서로 좋다.(어중간하다는 면에서 이건 물론 단점이기도 하지만.)
- 위 장점과 맞닿아 있는 점으로, 글쓴이가 각주를 안 달아도 된다! 부럽부럽.(하지만 학술적 독자 입장에서는 무지 불편하다.)
- 가격이 싸면서도 출판사로서는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등이 있을텐데... 불행히도 공부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 그래도 저자들의 관련 논문을 검색해서 접근하기에는 좋은 출발점인듯.
그리고 학술서적은 블로그 포스팅을 '편하게' 하기 어려운데, 이건 세미-학술서적이라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3종 세트로 포스팅 하나를 장식한다!
여학생에 얽힌 근대의 풍속을 1930년대 잡지들 - 『별건곤』, 『삼천리』, 『신여성』등 - 을 자료로 하여 소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틀이 잡혀 있지는 않고 각각의 이슈별로 정리해 놓은 정도이다. 이슈로는 유행-패션, 대중문화와 여성, 연애, 성교육 등이 있다. 신여성, 여학생에 대한 담론의 출발점이 궁금하다면 살펴볼만 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세 권의 빨간 책(공교롭게도 그렇게 되었다) 중에서는 가장 무난한 책. 하지만 구체적인 분석은 기대하지 말 것.
'하이카라 여성'보다는 분석이 조금 더 들어가 있는 책. 하지만 통일성은 적다. 아무래도 두 편의 논문을 짜깁기한 듯한 느낌이다. '에로 그로' 부분과 '넌센스' 부분이 텍스트나 분석의 층위가 매우 다르다. 또한 '근대적 자극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반해, 시기상으로는 1930년대라 탄생보다는 난숙기에 해당한다. 물론 어휘의 계보를 살필 때에 그러하다는 것이며, 감각적 차원에서 볼 때에는 에로 그로 넌센스라는 표현과 그 내용이 합해지기 시작한 건 1930년을 전후한 시기가 맞는 것 같다. (ex, 1910년대 『매일신보』만 해도 그로테스크한 내용(예를 들어 연인들의 음독자살이나 기차자살)은 나오지만 그것에 그로테스크라는 표현이 붙지는 않았다.) 분석도 적절하고(이상 분석은 제외), 군데군데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인용되고 있어서 '빨간 책'들 중 가장 재미있었다.
이 책이 제일 별로였다. 자극적인 제목에 비해 사실상 아무것도 찾아낸 게 없다. 어쩌면 2004년에는 금기였던 것이 2011년 현재는 더이상 금기가 아니어서일런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기대했던 '금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아서, 혹은 학제간의 벽 문제 등과 같이 내 관심사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지금의 시각에서 볼 때는 너무 아쉬운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있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쉬움의 가장 큰 지분은 '편견'에 맞서는 책이 그 스스로의 '편견'에는 눈을 돌리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차지한다. 석사논문을 모아 낸 책에 대해서는 석사 수준의 글이라 치밀하지 않다느니 하는 말을 내놓고 있는 등이 그런 대목이고 그 외에도 비판과 의미 부여가 대개 자의적이다. 이런 문제제기는 언제고 필요한데, 강준만 급을 넘어서는 제대로 된 비판을 본 적이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