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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끝까지 여행을
L.F.셀린 지음, 민희식 옮김 / 명문당 / 1993년 2월
평점 :
품절
도서관엔 다른 판본으로 이 소설이 두 권이나 비치되어 있다. 물론 내가 신청한 것인데, 1년 전 쯤일 것으로 추정된다.
밤의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그 '밤'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는 명제로 압축될 만 하다.
그 밤 속에는 당장 저녁거리를 구하라고 병사를 지뢰와 적군이 우굴거리는 밀림으로 내 모는 전쟁 자체의 비열함과 매너리즘 속에서 허우적대는 상사가 있다.
또한, 아프리카를 도륙하고 하나의 상점화 한 유럽의 야만성과
포드 주의의 합리적 기계주의로 무장하여 인간의 지성과 가치를 시간당 페이로 환원한 미국의 얼굴도 얽혀 있다.
한 사람이 동 시대의 이 상이한 대륙의 '밤'을 전부 목격하고, 썼다는 게 이 소설의 가장 위대한 이유다.
게다가 문장 곳곳에 베여 있는 독한 술같은 유머, 솔직한 서술, 도저한 밤에서 건져낸 사색의 결과물들이 눈을 휘어 잡는다.
이것이야말로 후대 프랑스 작가들을 붙잡은 마력이며, 끊임없는 모방을 낳게 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