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모험
아흐멧 알탄 지음, 이난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책 커버의 다소 부조리한 그림이 소설의 상황을 매우 직관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경린의 코멘트가 뒷 커버에 남겨져 있기도 하지만, 영화로만 본 그의 '내 생애 단 하루뿐인 아주 특별한 날'이란 특별하게 긴 제목과 불륜이라는 언제라도 파격적일 소재의 소설은 이 책과도 많은 점을 공유한다.

 작가는 결혼 제도를 신뢰하지 않으며 합리적인 것으로도 간주치 않는다. 그것은 결혼이 '감정의 약속'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결혼이 보험처럼 철저히 합리화 되어 있어서, 감정 따위의 개입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있다면 모를까, 불륜이란 거의 전적으로 '감정의 모험'일 뿐이기 때문이다. 변함없이 서로만 봐 주길, 그리고 죽을 때까지 함꼐 하자는 그 '모두가 애초에 확신할 수 없었던 그 약속'과 함께 시작한 결혼은 시작부터 위태로웠던 것.

그런데 거꾸로 사람들은 불륜을 저지를 때 바로 그 현장이 위태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것의 진실은 정반대일지도 모른다. 불륜의 현장이야말로 인간의 본연의 발로이며, 결혼이야말로 가장 인공적인 모래성이란 것.

이 소설이 그 범상치 않을 것도 없는 불륜 소설과 내러티브가 다를 게 없었다면 끝까지 앍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류의 분위기 서술에는 생리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알레르기성 체질이라서

무의식적으로 후진국으로 치부해온 터키의 부르조아 중년 여성의 이 감정의 모험은 한국의 그것과 크게 공명을 일으킬 만하다. 비단 불륜만이 아니라, 연애를 할 때에 여자들이 느낄만한 그런 세세한 감정의 변화들, 질곡들을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으므로

강추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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