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를 다루는 영화의 접근은 크게 두 가지다. 거대담론과 미시담론. 이 영화는 후자의 포즈를 취한다. 영화사에서만 찾는다면, 역시 유럽영화인 '바르샤바', '글루미 선데이' 등과 그 접근법, 플롯이 닮아 있다. 매우 협소한 공간, 사랑을 둔 삼각관계, 그들의 은밀한 공간 밖에서는 역사상의 중요한 사건들이 펼쳐지고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퇴폐와 타락은 그 역사적 상황을 굴절해 보여주는 이상한 거울 모양을 하고 있다. 그들의 삼각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을 수록 인간과 이데올로기 혹은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과의 관계는 더욱 더 괴리되고, 인간은 소외된 채 일그러진다.
다시 말하면, 이런 영화들은 역사 해석에 있어 어떤 정공법을 따르지 않는다. 어떠한 해석 중에 하나만을 슬쩍 제시할 뿐. 게다가 전쟁 혹은 혁명을 다루는 영화답지 않게 '꾸민 영화'다운 매력도 있어, 전혀 무겁지도 않다.
여자 주인공의 지속적인 노출은 이런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훌륭한 '무기'
그로 인해 한국영화계는 배우 하나를 잃기도 했지만, 적어도 이 영화 속의 여배우의 '몸'은 역설적인 두 가지 사실을 방증한다. '너무도 아름답다.'와 '여배우의 훌륭한 몸은 무거운 주제를 상업적 성공 혹은 대중과 연결시키는 가장 손쉬운 KNOT란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