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 메피스토(Mephisto) 2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에둘러 가는 법이 없다. 상황은 종료되고, 또 다른 상황이 모욕처럼, 불시에 끼얹는 찬물처럼 독자를 기다린다.  다양하고 이질적인 상황, 그래서 독자들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인물들, 대게는 '내'가 행위하거나 생각한다. 시간 공간적 배경에 대한 친절하고 긴 설명은 생략,  언제나 '상황은 이미 진행 중'이다.

결국, 숨을 죽이고 읽노라면 뭐에 대한 묘사였는지 어떤 윤곽을 지닌 사건이 지나쳤는지 알게 된다. 그렇게 대략 펠라닉의 교과서는 짧은 퍼즐의 연속이다. 그러나 겁먹을 것은 없다. 유쾌하고 그로테스크한 유머의 행진과 포스트모더니즘적 광대의 패배는 기껍다.

질식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나도 돌맹이 수집광인 나의 친구도 환상적인 여의사도 아니며, 바로 나의 엄마 (맨시니)이다.  그 엄마가 주인공에게 들려주는 말은

'우리는 세상을 부숴버렸어. 하지만 그 산산조각 난 파편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고 있어'

라고 말한다. 참고로 이 엄마는 사기꾼에 온갖 엽기적인 비행을 일삼았던 과거를 가진 정신병동 수용자이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분열자가 아니며, 해체주의자다. 혼란과 분열로 가득한 그의 삶은 참으로 연구대상이다.

그런  그가 담당의 앞에서 조소로 일관된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그것의 사회 정치적 함의를 깡그리 부정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소설속의 나는  ' 예술의 아름다움은 예술품 자체보다는 액자에 좌우된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펠라닉의 일련의 명작(?) 들은 무엇탓으로 돌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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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05-18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결하면서 마음을 찌르는 리뷰군요. 십여년 전 프랑스 문학을  책세상에서 종종 만났던 기억과 좋은 리뷰에 힘입어 작가의 이름을 유심히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