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바이버 ㅣ 메피스토(Mephisto) 9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여러모로 펠라닉 시리즈의 최종본이나 최고작을 보는 듯 하다. 우선, 그의 전작에서 조금씩 보여주었던 테마들, 캐릭터들이 총천연색으로 무장하고 전면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더욱 빠른 템포, 갖가지 요리 및 살림살이에 대한 정보, 사이비 종교 집단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적 구성력 등이 이 소설을 그의 최고작으로 뽑는 데에 이견을 좁힐 것이다. 신비한 능력을 가진 여인의 출현도 반복되며 그 능력은 거의 울트라 파워급이다.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자신이 조금은 애정을 주었을 주인공을 뺑뺑이 돌린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의.
펠라닉은 전작에서 다양한 중독증을 다뤘는데, 이 작품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소위 외모와 성형 중독증이 바로 그것이다. 끊임없는 다이어트 신화도 한 몫 거들 것이다. 작가의 주제는 바로 그 현대인들의 중독증이다. 그는 끊임없이 현대인들의 중독증을 관찰하고 작품화한다. 바꿔 말해 중독증이 있는 한 그는 멈추지 않을 것이며 그것을 쓸 것이다. 이런 면에서 그는 매우 행복하다. 처음부터 아주 생산적인(?) 길목에 자리를 튼 것이니 말이다. 문제는 이 ‘현대인’이란 개념이 미국의 쁘티브루조아 집단에서 점점 더 광범위해지고 있다는 것. 이 현대인이란 개념범주에 한국의 부루조아들까지 가세할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이것은 결국 펠라닉을 살찌우는 결과만 낳을 것이니 비극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