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1 -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한비야 지음 / 금토 / 1996년 6월
평점 :
절판


툼레이더 시리즈의 롤플레잉 게임의 주인공, 전설적인 영국의 탐험가.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았음에도 그 유산이 지겹고 유한계층의 삶이 권태로워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여인.한비야는 그녀를 닮았다. 그녀처럼 모든 것에 능통하고 만능이다. 어떻게 길을 열어가야 하는지를 일찌감치 알고 있다. 어떻게 위험에 대처해야 하는지도.

첫 챕터인가부터 중동의 '중년의 혁명가'와의 아슬아슬한 연애담이 감칠맛 났다. 그렇게 괜찮은 사람을 만났음에도 헤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 회자후소라.. 그녀의 아버지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사실 난 그녀에 대해서 잘 몰랐다. 다큐나 토크 쇼에 출현한 것을 몇 번 보고 참 야그를 재밌게 풀줄 아는 구나 감탄 한 적은 있지만.. 그녀의 사상이나 정신세계에 대해선 잘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러니 하게, 동방견문록이나 '죽은자 먹어치우기' '슬픈 열대' '열하일기' 같은 기행문들이 '간절'히 읽고 싶어졌다. 나는 솔직히 남이 쓴 재미나고 알콩달콩한 여행기를 읽고 나서 여행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예전에 전국을 자전거로 여행했을 때도 전국민이 '나의 문화 답사기'를 들고 다니는 걸 우습게 보았다. 책과 눈앞에 있는 실물과를 비교하고 '아하'감탄사를 연발하는 그들이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들 같았으니까?

그녀가 많은 여행의 팁(자잘하지만 요긴한 정보)의 좋은 제공자인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책을 통한 여행'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눈으로 하는 여행에 있어서는 발로 뛰는 여행에 필요한 팁이 필요 없으니. 나는 더욱 황막하고 아직 배낭 여행객들의 빗자루에 쓸리지 않았던 시절의 지구를 탐방한 사람들의 목소리. 그 희귀한 목소리가 그립다. 그들이 들려주는 아득한 옛 이야기.. 나는 秘義적인 내용에 너무 탐닉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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