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이다. 싸르트의 벽이나 솔제니친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어본 사람은 감옥이 얼마나 소설속에서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지 알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감옥이 탈옥을 계획하고 실천해 나가는, 모험이 시작되는 공간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이 처할 수 있는 최대의 '한계상황'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우 인위적이며 복잡한 사연이 얽혀 들어올 수 밖에 없는 공간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특히 이 이야기처럼 작가가 그들이 과연 어떤 일을 저질르고 감옥에 들어왔는지를 처음부터 말해주지 않는 경우엔 독자의 호기심은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어쨌거나, 감옥에 들어온 만인은 모두 평등하다. 인간이 평등해질 수 있는 기회는 많을 것 같지만 사실 많지 않다. 진정 평등할 수 있는 때는 죽은 후 밖에 되지 않겠는가 감옥안에서도 돈줄이나 백줄이 있는 자는 소위 귀족 처럼 지낼 수도 있다. 그러나, 몰리나 같은 여자도 남자도 아닌데다 백도 없고 돈도 없는 자는 항상 먹히고 마는 적자생존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리나는 아주 현명하게 처신한다. 그 삭막한 한평의 감방을 마법의 몽상의 환상의 영화관으로 돌변시키는 그 탁월한 능력. 그녀의 캐릭터는 '바그다드 카페'의 뚱뚱한 독일여자와 유사하다. 이 영화가 여자들 사이의 버디 무비라면 이 소설은 남자들 사이의 버디 무비다.